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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바닥인지 가늠이 되지 않을만큼 제약·바이오주(株)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가 형성된 기업들에 남아있던 거품이 더욱 빠지게됐고, 객관적인 가치평가가 어려웠던 바이오 기업들에서는 제대로 된 '옥석가리기'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제약·바이오 섹터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와 신뢰도 회복은 얼만큼의 시간이 소요될지 쉽사리 전망할 수 없는 상황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의 84개 제약·바이오 종목으로 구성된 제약업종 지수 시가총액은 지난 9일 27조1067억원으로 한달전인 6월10일 30조7029억원 보다 무려 3조5962억원 줄었다.
올 들어 제약·바이오 업계 전반에 '인보사 사태'로 지펴진 불씨는 지난달 에이치엘비가 항암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 관련 부정적 결과를 발표하면서 확산됐다.
에이치엘비는 임상 지연이라는 입장이만 사실상 업계에서는 실패에 가까운 비관적인 결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에이치엘비는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의지지만 현재로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 허가 신청은 어려운 상황이다.
에이치엘비의 글로벌 임상 3상 실패 여파는 결과 발표를 앞둔 기업들에게도 주가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현재 글로벌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앞둔 주요 바이오 기업은 신라젠, 헬릭스미스, 메지온 등이다.
이 가운데 헬릭스미스와 메지온은 최근 임상 3상 발표 일정을 연기한 바 있다. 신라젠은 올 3분기 중 항암 바이러스 '펙사벡'의 안전성 및 종양반응률 등 데이터를 확인하는 무용성 진행 평가를 발표한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리보세라닙의 임상 3상 결과가 임상평가지표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발표되면서 높은 가치를 부여받고 있는 기업들에게 보내는 우려의 시선이 존재한다"며 "결과가 발표된 이후 이들의 주가와 결과에 따른 시장의 파급효과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 신라젠에도 악재가 불거졌다.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앞둔 시기에 현직 임원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전량을 장내 매도하면서 불안감을 가중시켰기 때문이다.
신현필 신라젠 전무는 최근 보유한 주식 16만7777주(0.25%)를 전량 장내 매도했다. 총 처분금액은 약 88억원이고 처분 기간은 지난 1일부터 5일까지다.
이와 함께 신라젠의 주가는 크게 요동쳤다. 지난 9일 신라젠의 주가는 전일 대비 11.21%(5300원)내린 4만2000원까지 급락했다.
결국 올 하반기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하는 이들 기업의 성과에 따라 제약·바이오 섹터의 신뢰도 회복 여부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 놓였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결과를 내놓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킬수 있는지의 여부가 관건이다"라며 "하반기를 지나면서 상당수 기업들의 가치 재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