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분식회계' 전문가 토론회… "경영학자로서 분식회계로 보기 어려워""콜옵션이라는 전략적 선택에 대한 공권력의 무지와 획일적 판단""검찰의 삼바 분식회계 수사는 공권력 남용… 회계적 본질 벗어난 정치적 의도"
  • ▲ 이병태 KAIST 경제공학부 교수 ⓒ정상윤 기자
    ▲ 이병태 KAIST 경제공학부 교수 ⓒ정상윤 기자

    "경영을 하는 학자 입장으로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사건을 분식회계라고 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논리라고 생각한다."

    이병태 KAIST 경제공학부 교수는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논란의 분식회계, 삼바 재판을 말하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통상적으로 분식회계는 허위 거래로 회계조작을 하는 것인데 삼바 사건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의 기업가치 재평가한 것을 문제삼았기 때문에 분식회계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삼바 고의 분식회계 의혹 사건에서 ▲에피스를 단독지배에서 공동지배 기준으로 변경한 것 ▲에피스 기업가치 재평가 ▲삼바에 에피스의 기업가치·콜옵션 반영 등이 회계기준에 위반되는지와 관련해 조목조목 따졌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지난해 11월14일 삼바와 미국 바이오젠이 에피스를 2012년부터 공동지배하고 있었으나, 단독지배를 한 것으로 회계처리를 함으로써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최종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바이오젠은 2012년 삼바와 함께 설립한 에피스에 대해 2013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공동지배에 대한 표현 없이 '상당한 영향력(significant influence)'을 보유하고 있는 관계회사로 처리해 왔다.

    바이오젠의 2012년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삼바는 경제적 성과에 가장 직접적이고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활동을 지시할 수 있는 계약상 권리를 보유한다’며 삼바가 에피스를 단독경영한다고 공시돼 있다.

    바이오젠은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진 지난해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공동지배 의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바이오젠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기재됐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에피스 성과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문구를 지난해 초에 삭제한 것이다.

    이 교수는 "콜옵션은 권리만 있고 의무가 없는 위험회피 수단"이라며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큰 사업분야에서의 단계적 투자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합작기업의 지배구조는 상황에 따라 진화하기 때문에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단독지배구조와 공동지배구조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지분율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고 이사회 구성, 의결정족수, 기타 계약조항 등 의사결정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에피스가 단독지배에서 공동지배 기준으로 변경한 것은 합작회사들의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회계기준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며 "정부가 획일적으로 정의할 수 없는 것을 정의하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에피스의 기업가치 재평가도 회계기준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 교수는 "에피스 평가기준 변경의 요인은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핵심"라며 "콜옵션 행사 비용을 추정하려면 에피스 주식의 시장가격 평가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에피스의 성과는 지난 2015년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엔브렐, 레미케이드 국내 판매 승인 ▲레미케이드, 휴미라, 란투스의 임상 3상 완료 등을 이루면서 기업가치가 상승하게 된 것이다.

    이에 삼바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2014년과 달리 삼바의 에피스 지배력이 상실되고 공동 지배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바이오젠은 지난해 6월 콜옵션을 행사해 에피스의 지분 49.9%를 보유하게 됐다. 이 교수는 "지난해 말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서 삼성의 예측이 정확했음이 입증됐다"고 언급했다.

    에피스의 기업가치가 부풀려졌다는 것도 무리한 주장이라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이 교수는 "비상장 기업가치의 객관적인 평가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비상장 기업가치는 측정법은 공정가치"라고 말했다.

    공정가치는 측정일에 동일한 자산이나 부채에 대한 접근이 가능한 활성시장의 조정되지 않는 공시 가격을 통해 판단한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삼바에 에피스의 기업가치와 콜옵션을 반영한 것이 분식회계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금감원은 에피스 주식 1157만주를 자산으로 평가할 때는 2650억원, 콜옵션 부채로 계상하는 523만주는 2조 1820억원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황당한 판결을 내렸다"며 "이에 따르면 콜옵션 후의 삼바 보유 에피스 주식 634만주는 마이너스 1조 9000억원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주식의 가치가 최하 0원이라는 상식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회계기준의 본질을 벗어난 주장"이라며 "콜옵션이라는 전략적 선택에 대한 공권력의 무지와 획일적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더 나아가 이 교수는 검찰의 삼바 분식회계 수사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의 분식회계를 단정한 수사는 행정소송의 진행사항을 무시한 공권력 남용"이라며 "회계적인 본질을 벗어난 정치적인 의도로 수사가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