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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사장에 대한 영장 청구가 두 번째로 기각되면서, 검찰의 ‘삼바 고의 분식회계’ 수사가 무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김태한 삼바 사장의 분식회계 의혹 관련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지난 20일 새벽 기각했다. 김 대표와 같은 혐의로 청구된 삼바의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모 전무와 재경팀장 심모 상무 등 2명의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이번 영장은 삼바 수사의 본류인 분식회계 혐의를 적용한 첫 사례였다.
서울중앙지법은 “주요 범죄 성부(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증거수집이 돼 있는 점, 주거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김 대표 등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이 삼바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검찰은 지난 5월 증거 인멸 혐의로 김 사장에 영장을 청구해 기각 당한 이후 지난 16일에는 분식회계, 개인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 당하면서 삼바 분식회계 수사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히 높아지게 됐다.
검찰은 이번 법원 판단에 즉각 반발해 추가 수사 후 김 사장에 대한 세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 김 사장에 대해 세 번째 구속 영장을 청구하는 것과 관련, “굉장히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원래부터 (삼바 고의 분식회계라는) 범죄가 성립되지도 않으니까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지난해 11월14일 삼바와 미국 바이오젠이 에피스를 2012년부터 공동지배하고 있었으나, 단독지배를 한 것으로 회계처리를 함으로써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최종 결정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월 삼바가 증선위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를 인용하고, 서울고등법원도 지난 5월 증선위의 항고를 기각하고 1심을 유지하면서 재차 삼바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에 대해 이헌 변호사는 “법원의 집행정지 인용 결정이 증선위의 행정제재가 위법하다고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삼바의 분식회계를 내세워 삼성을 때리던 측으로서는 또 다시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이라며 “이러한 사유로 지난 4월 말부터 19차례나 거듭된 압수수색 과정에서 본죄인 분식회계 여부와는 무관하게 증거인멸죄 수사와 관련된 임직원 구속으로 치닫게 된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삼바의 증거인멸 수사 역시 본질에서 벗어나 무차별적인 삼성 때리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검찰은 분식 회계 수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증거인멸을 모의했다며 8명의 삼성 임직원들을 구속했다. 그러나 정작 증거인멸죄의 본죄인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삼성 직원들은 아직까지 한명도 없다.
최 교수는 “검찰로서는 삼바 사건의 범죄 성립을 입증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게 어려우면 증거인멸도 성립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증거인멸을 이유로 구속한 것은 법원이 잘못 판단한 것이라고 본다”며 “본범죄(분식회계)도 성립되지 않았는데 증거인멸했다고 하는 건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되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삼바로서는 김 사장이 구속을 면하면서 한시름 덜게 됐지만, 법적 이슈가 계속 이어지면서 당분간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삼바로서는 김태한 사장이 정상적으로 경영하기가 힘든 상황일 것”이라며 “해외 투자자들도 삼바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한국을 법적인 안정성이 떨어지는 후진국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