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해외 공급계약 첫 해지… 1조 규모 손실 '도화선' 우려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사태’ 이후 첫 해외공급 계약 해지를 맞으면서 1조원 규모의 연쇄 계약 파기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24일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의 169억원 1415만원 규모 홍콩·마카오 공급계약을 해지했다.

해당 공급계약은 지난해 6월20일 홍콩 중기 1호 국제 의료그룹(Zhong JI 1 International Medical Group)과 체결됐다. 계약 이후 2억 3700원어치의 인보사가 홍콩 중기 1호 국제 의료그룹에 공급됐다.

그러나 최근 인보사가 유통·판매 중지되면서 공급에 차질이 생겨 지난 24일로 해당 계약 해지에 이르게 됐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홍콩 중기 1호 국제 의료그룹의 계약 유지 의사 표명이 없었기 때문에 계약 유지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코오롱생명과학이 먼저 계약을 해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코오롱생명과학이 총 16개 국가를 대상으로 체결한 6677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과 3785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이 줄줄이 파기될 경우 약 1조 247억원 상당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23일 식약처장을 상대로 낸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 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에서도 이 같은 손해 가능성을 이유로 4시간 가까이 공방을 펼치며 집행정지를 요구했었다.

이날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품목 허가 취소 처분이 유지될 경우 아시아권 16개국과 체결한 1조원 상당의 기술 수출·공급 계약도 이행이 어려워져 감당하기 힘든 경제적 부담도 안게 된다”며 “회사의 존립 여부 자체가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호소한 바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사태 이후 홍콩 중기 1호 국제 의료그룹을 제외한 계약 상대방들이 계약 유지 의사를 드러냈기 때문에 당장 계약 파기나 소송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먼디파마를 제외한 공급계약을 맺은 파트너사들은 현재로서는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손해배상 소송을 걸거나 해당 계약을 파기할 유인이 없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한, 지난해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먼디파마는 지난 5월 150억원의 질권을 설정했기 때문에 당분간 계약 파기 등의 판단을 유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질권설정 기간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판매 재개를 승인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미국 임상 3상을 재개할 때까지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지금은 파트너사들이 굳이 계약 파기 등의 문제를 제기할 타이밍은 아니라고 본다”며 “홍콩 중기 1호 국제 의료그룹을 제외한 파트너사들은 계약을 유지하겠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결국 미국 임상 3상 재개 여부가 중요하다는 게 회사 측의 판단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오는 9월 중순 이후에 FDA에 미국 임상 3상 재개를 위한 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미국 임상 3상을 재개해 무사히 임상을 완료하면 인보사 해외 기술수출·공급 계약의 리스크도 걷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