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도발 계속… 중재 외면 미국, 개도국 제외 압박 러시아·중국 영공침범 안보도발, 北 탄도미사일 발사"감정적 대응이 문제 해결 더 어렵게 해"
  • ▲ 한국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통상 압박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열린 장병 격려 행사에서 연설하는 모습. ⓒ
    ▲ 한국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통상 압박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열린 장병 격려 행사에서 연설하는 모습. ⓒ

    일본 정부가 대(對)한국 수출 규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정조준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한국을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에서 제외하라고 발언해 통상 악재가 겹겹이 쌓이는 형국이다.

    일본 정부는 내달 2일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수출허가 간소화 대상인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기 위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을 의결하는것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비교적 발전된 국가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고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WTO 개도국 제외시 농산물 타격 우려

    트럼프 대통령은 WTO가 90일 내로 이 문제와 관련해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미국은 이들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OECD 회원국이거나 가입 절차를 밟고 있는 국가, 현행 G20 회원국, 세계은행 분류 고소득국가(2017년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 최소 1만2천56달러), 세계 무역량에서 0.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 등 4가지 기준 중 하나라도 속하면 개도국이 될 수 없다는 게 미국의 주장이다. 한국은 미국이 제시한 4가지 기준에 모두 포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기준에 속하는 국가가 OECD 회원국에 가입하려고 할 때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이미 OECD 회원국이라 영향을 받지 않지만, 추후 양자·다자 간 협상에서 미국 측이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 수 있다.

    WTO에서 한국의 농업 분야 개도국 지위는 숨은 뇌관이었다. 한국은 우리의 쌀과 농산물을 지키기 위해 농업분야에서는 개도국 지위를 활용했지만 공산품 등 산업분야에서는 개도국 우대 축소 또는 시장개방 확대등 선진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이중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미국의 이런 입장변화는 한국의 아픈점을 꼭찝어 누른셈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의 경제보복은 문재인정권이 빌미를 제공했다"며 "이런 상황에도 반일운동한다면 국제사회의 고립까지 자초하게 된다. 곧바로 한국을 WTO특혜에서 제외하라는 트럼프의 요구가 나오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 ▲ 일본, 백색 국가 대상서 한국 제외 추진ⓒ연합뉴스
    ▲ 일본, 백색 국가 대상서 한국 제외 추진ⓒ연합뉴스

    ◇미국·일본, 한국을 경제 동맹에 포함할 것인지 심사숙고

    미국이 거론한 한국의 WTO 개도국 지위 유지는 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 조치와 묘하게 닮아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9월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한·미·일 정상 오찬에서 “미국은 우리의 동맹이지만 일본은 우리의 동맹이 아니다”라고 밝힌뒤 부터 미국과 일본은 경제문제에 있어 이런저런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있다.

    당장 8월 하순부터 한국은 일본정부의 화이트 리스트에서 공식적으로 제외될 것이 거의 확실해졌다. 

    한국은 2004년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에 올랐는데 이번에 제외되면 15년 만에 일본 정부가 인정하는 수출 규제상의 우대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또 일본 정부의 백색국가 대상에 포함됐다가 제외되는 첫 사례이다. 

    일본은 현재 한국을 포함해 미국, 영국 등 27개국에 백색국가 지위를 인정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국들이고 동북아에서는 한국이 유일했다.

    문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핵심동맹국에서 한국의 이탈조짐이 심각하게 보인다는 점이다.

    안보동맹으로 시작한 한미동맹은 경제 동맹으로 발전해 왔는데 이제 그 틀에서 떨어져 나가는 조짐이 감지된다는 점은 한국의 경제와 안보 두축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

    최근 러시아·중국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도 한미일 공조의 빈틈을 간파하고 치밀한 계산하에 단행됐다는 것이 외교가의 중론이다.

  • ▲ 8월 하순부터 한국은 일본정부의 화이트 리스트에서 공식적으로 제외될 것이 거의 확실되고 있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이달 24일 부산 누리마루에서 시·도지사 간담회 참석자들과 기념촬영 뒤 시민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연합뉴스
    ▲ 8월 하순부터 한국은 일본정부의 화이트 리스트에서 공식적으로 제외될 것이 거의 확실되고 있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이달 24일 부산 누리마루에서 시·도지사 간담회 참석자들과 기념촬영 뒤 시민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연합뉴스

    ◇ 전문가들 "국제 정세 못읽고 감정적 대응이 문제 해결 더 어렵게 한다"지적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지금처럼 국가 간 분업이 심화된 상황에서 기업의 국적을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며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외국인 지불률이 50%가 넘고, 총매출액 중에서 해외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고, 국내 직원보다는 해외 직원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경묵 교수는 "삼성전자를 통째로 보면 일부는 우리나라 기업, 일부는 베트남 기업, 일부는 미국 기업 등 전 세계 모든 국가의 기업"이라며 "한일 각국의 소비자들이 상대국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불매 운동을 벌이면 서로에게 손해"라고 충고했다.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주필은 그의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의)지식 체계는 국가를 정상 상태로 향도 내지는 경영할 수 있는 것과는 거리도 멀고 방향도 잘못됐다"며 "지도자의 무지와 둔감함은 바로 국민들의 불행이 되고 양심상의 범죄를 구성하게 된다는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지도자의 무지는 때로 책임질 사태를 생산해 낸다"고 지적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트럼프의 개도국 지위 박탈 발언은 그동안 한국정부에 대해 누적된 부정적인 인식의 발로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국내 정치적으로 슬기롭게 풀어내야 할 대통령의 리더십이 절실한데 걱정이 많다"고 우려했다.

    이언주 의원(무소속)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구한말 고종이 아관파천 등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모두에게 왕따 당하고 결국 동아시아 패권을 확보한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역사가 떠오를 정도로 나라 상황이 심각하다"며 "건국이래 대한민국이 이렇게까지 주변 열강들로부터 무시당한 적이 있었느냐? 남들한테 무시당하기 싫으면 칼을 갈며 부국강병을 해야 하는 법인데 분노 표출하고 국민들 선동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 원장은 29일 조선칼럼 기고글을 통해 "왜 갑자기 대한민국은 주변 강대국들의 동네북이 되었는가?"라고 반문하며 "중국·일본·러시아가 동시다발적으로 동네북처럼 두들기고 있는 상황에서 세 나라를 상대로 하는 자주국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 지정학 환경이 최악인 까닭이다. 역사가 말해주듯이 한·미 동맹이 우리의 사활적 이익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