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임명 27일 만에 본점行…공식 취임"혁신금융·바른 경영 통해 경쟁력 높일 것"자회사 최고경영자·임직원 인사 시급 과제
-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을 산 신임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대통령 임명 27일 만에 첫 출근을 하며 감격의 미소를 지었다.29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1층 로비에는 윤 행장의 첫 출근과 공식 취임을 환영하기 위한 수백 명의 임직원으로 가득 찼다.노조가 윤 행장의 출근저지 투쟁을 위해 설치했던 텐트, 천막이나 바리케이드 등은 모두 사라지고 '은행장님 환영합니다'라고 적혀 있는 현수막이 로비 곳곳에 결렸다.이날 윤 행장은 본점에 들어서며 현장 직원들에게 꽃다발을 받은 뒤 환대해준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나눴다. 취임을 환영하는 직원들의 기립박수는 약 5분간 지속됐다.
-
윤 행장은 취임사를 통해 "지나온 60년의 성과를 토대로 새로운 60년을 준비해야 할 때"라며 "중소기업이 제대로 설 수 있어야 국가경제가 살 수 있다고 본다"고 운을 뗐다.윤 행장은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IBK 설립 목적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초일류 금융그룹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아울러 "은행과 자회사 간 시너지가 최대한 발휘되도록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다양한 방식의 해외진출을 포함해 글로벌 금융영토를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행장은 '혁신금융'과 '바른 경영'을 강조하며 이를 통한 경쟁력 제고를 주문했다. 앞서 윤 행장은 혁신금융을 선도하기 위해 혁신 추진 테스크포스(TF)를 꾸렸다.그는 "혁신금융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혁신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중소기업의 다양한 금융수요에 부응하고 기업 성장단계별 맞춤형 지원 체계를 갖추겠다"고 말했다.윤 행장은 취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어려운 과정을 통해 여기까지 왔다"며 "은행 경영이 지연돼 마음이 무거웠으나 조금 더 잘해나갈 수 있는 동력이자 계기가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노조와의 합의문에 포함된 희망퇴직 문제에 대해서는 "국책은행의 희망퇴직은 그동안 잘 해결되지 못했다"며 "형평성 논란도 있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특수성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이어 "직원들이 제도 개선을 원하는 것을 알고 있고, 노사 간 협의해 가는 과정에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같은 위치에 있는 은행들과 공동으로 협력해 문제를 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
윤 행장과 노조가 한 달 만에 '화해무드'로 돌아선 것은 설 연휴 물밑협상을 통해 ▲희망퇴직 문제 조기 해결 ▲정규직 전환직원 정원통합 추진 ▲직무급제 등 임금체계 개편 금지 ▲임원 선임 절차 개선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인병 휴직 확대 등이 담긴 노사 공동선언문에 합의했기 때문이다.임명 반대투쟁을 이끌었던 김형선 노조위원장은 이날 윤 행장에게 가족이 된 것을 환영하면서 직원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직원과 함께하는 혁신을 당부했다.김 위원장은 "임명부터 취임까지 오래 걸렸으나 입장이 달랐을 뿐 조직을 위해 고민하는 귀중한 시간이었다"며 "이번 임명 과정에서 청와대, 민주당, 정부의 여러 인사를 만났고, 윤 행장과 많은 대화를 하며 공감했다"라고 말했다.이어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혁신이 필요하면 외부수혈, 안정이 필요하면 내부발탁'이라고 한 발언이 와닿았다"며 "대통령의 말대로 혁신을 이끄는 은행장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긴 우여곡절 끝에 취임식을 끝낸 윤 행장은 이날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뛰어든다.가장 시급한 업무는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및 임직원 인사다. 이미 김영규 IBK투자증권 대표, 장주성 IBK연금보험 대표, 서형근 IBK시스템 대표는 임기가 끝나 임시 업무를 보고 있고, 2월에는 시석중 IBK자산운용 대표 임기도 마무리된다.은행 임원 중에서도 임상현 전무(수석부행장)와 배용덕·김창호·오혁수 부행장 임기도 지난 20일 만료돼 남아있는 부행장들이 겸직하고 있는 상태다. 최현숙 부행장도 2월 20일 임기가 끝난다.이날 윤 행장은 인사 문제와 관련해 "직원 여러분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인사 관행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