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CEO·임원 인사 등 경영 정상화 시급'최장 27일 출근 저지' 오명…리더십 시험대노조추천이사제·희망퇴직 등 완만 해결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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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공식 취임한 신임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겁다.혼란스러운 조직을 안정시키고 노조와 합의한 내용을 이행하는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기 때문이다.'낙하산 인사'로 노동조합의 거센 비판을 받은 만큼 정부가 적절한 인사를 단행했다는 걸 실력으로 입증해야 하는 부담감도 만만치 않다.우선 노사 대립으로 지연된 자회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직원 인사, 조직개편이 첫 번째다. 지난 달부터 IBK투자증권, IBK연금보험, IBK시스템 대표 임기가 끝났고, 전무 포함 부행장 4명도 이달 20일 임기가 만료됐다. 일반 직원 인사도 기약없이 미뤄진 상태다.가장 시급한 업무인 인사와 조직개편이 마무리된 뒤에는 노사 간 협의사항 이행 여부가 핵심이다.노조는 윤 행장과 설 연휴 극적인 대화를 통해 노사 공동 선언문에 합의하면서 대통령 임명 27일 만에 출근 저지 투쟁을 멈췄다.합의문에는 ▲희망퇴직 문제 조기 해결 ▲정규직 전환직원 정원통합 추진 ▲직무급제 등 임금체계 개편 금지 ▲임원 선임 절차 개선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인병 휴직 확대 등 내용이 담겼다.합의문 절반 이상이 직원 복지와 관련된 만큼 민감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특히 노조추천이사제나 희망퇴직은 모든 국책은행의 이슈로 노조 대부분이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이 가운데 노조가 지난해 초 추진했다가 불발된 노조추천이사제(노조 추천 인물이 이사회 포함)가 뜨거운 감자다. 이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노동이사제(노동자 대표가 직접 이사회 참여)의 연장선이기도 하다.현재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한 금융기관은 없다. 2017년 KB금융지주 노조가 이를 몇 차례 요구했으나 모두 부결됐고, 최근 수출입은행도 노조 추천 이사가 선임 과정에서 탈락했다. 그만큼 과정이 험난하고 어렵다는 의미다.그러나 이번 경우는 윤 행장이 노조추천이사제 적극 추진을 약속했고,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합의 자리에서 의견을 같이한 만큼 과거보다 노조추천이사가 탄생할 가능성이 생겼다.주총을 거치는 시중은행과 달리 기업은행은 은행장이 사외이사를 제청하고 금융위원장이 임명하는 구조여서 시중은행보다 제도 도입 여지가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가장 넘기 힘든 산은 희망퇴직 문제다. 기업은행을 비롯해 모든 국책은행은 지난 2015년 이후 희망퇴직을 중단했다.윤 행장은 "국책은행의 희망퇴직은 그동안 잘 해결되지 못했다. 형평성 논란도 있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특수성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직원들이 제도 개선을 원하는 것을 알고 있고, 협의 과정에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기획재정부의 인건비 상한 규정에 따르면 국책은행은 임금피크제 기간(5년) 급여의 45%만 희망퇴직금으로 지급할 수 있다. 이렇기에 희망퇴직이 도입되더라도 시중은행보다 적은 금액을 받게 되는 만큼 신청 직원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희망퇴직의 경우 다른 국책은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윤 행장이 총대를 메고 정부 및 관계기관과 어떻게 협의를 이뤄나갈지가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업계 관계자는 "윤 행장이 노조의 요구를 적극 수용한다고 선언했으나 그 과정이 쉽지 않은 만큼 자칫 노조와의 관계가 다시 틀어질 수 있어 예의주시 해야 할 것"이라며 "관료 출신인 윤 행장의 추진력과 함께 정부의 의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