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비교란 미생물로 곤충 매개 질병 막는다'…국립생태원, 국내산 딱정벌레 활용

정부가 성비교란 미생물에 감염된 딱정벌레를 연구해 곤충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친환경적 방제로 사용한다. 자연적으로 감염된 볼바키아(Wolbachia) 미생물이 곤충의 발생을 조절하는 점을 이용하겠다는 전략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29일 국내산 딱정벌레 201종에서 곤충에 성비교란을 일으키는 볼바키아 미생물 감염 실태를 조사 친환경 해충 방제로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생태원은 국가장기생태연구의 하나로 농촌진흥청에서 201종의 딱정벌레 유전자를 제공받아 작년 5월부터 볼바키아 미생물의 감염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조사결과 딱정벌레 201종의 유전자중 12.8%(26종)가 볼바키아에 감염됐고 이중 산림 해충은 꼬마긴다리범하늘소 외 6종, 밭작물에 해를 주는 농업 해충은 오이잎벌레 외 2종이다. 

볼바키아는 곤충류와 선충류에서 흔히 발견되는 세포내 공생미생물로 세포질 불합치 등 4가지 종류의 성비교란을 일으켜 곤충의 발생을 줄이기 때문에 현재 친환경 해충 방제에 활용되고 있다. 

세포질 불합치의 경우 볼바키아에 감염되지 않은 암컷이 감염된 수컷과 짝짓기를 하면 그 암컷이 낳은 알이 모두 죽게 된다. 

미국, 호주, 중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12개국에서는 볼바키아 감염에 의해 일어나는 세포질 불합치를 이용한 해충 방제로 곤충 매개 질병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뎅기열의 자연 감염사례를 거의 0%로 낮췄고 미국에서도 볼바키아에 감염된 숫모기를 살포해 방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빌게이츠재단과 웰컴트러스트재단은 볼바키아 감염에 의한 성비교란 작용을 이용한 모기의 방제를 위해 2010년부터 현재까지 1억8500만 호주 달러(한화 약 1500억원)를 지원하고 있다.

국립생태원은 기후변화에 따라 곤충류는 특정종이 돌발적으로 대규모로 발생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성비교란을 일으키는 미생물을 이용한 친환경적 방제는 돌발적으로 늘어나는 해충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국립생태원 연구진은 향후 다양한 곤충에서 볼바키아의 감염실태를 확대 조사해 성비교란 작용과 이에따른 생태계내 상호 작용과 응용에 대해 연구해 친환경적인 해충 방제방법을 개발할 예정이다. 

박용목 국립생태원장은 “기후변화로 인해 여러 곤충이 돌발적으로 대량 발생해 해를 입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향후 이러한 진화적으로 안정화되고 친환경적인 방제를 이용해 생태계 안전을 지키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