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개 상장 금융사 중 18개사, 주총 특정 날짜에 개최금융당국 전자투표 권고에도 14개사만 전자투표 시행소액 주주 주총참여 증가 우려에 전자투표제 도입 꺼려
  • ▲ 각 사.ⓒ뉴데일리
    ▲ 각 사.ⓒ뉴데일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정기 주주총회를 특정날짜에 개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총회가 같은 날 몰리는 이른바 ‘슈퍼 주총데이’쏠림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인터넷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도는 일부 금융사만 시행하고 있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31개 상장 금융사 가운데 18개사가 주주총회 집중일(3월 13·20·26·27일)에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절반 이상의 금융사들이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주관하는 주총분산 자율준수프로그램에 동참하지 않는 모습이다.

    한국상장사협의회는 특정일에 상장사 주총이 대거 몰려 주주들이 주주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분산개최를 권고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금융사가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

    실제 은행권의 경우 KB금융, 하나금융, BNK금융, DGB금융은 20일 주주총회 집중일에 개최한다. 우리금융·기업은행은 25일, 신한금융과 JB금융은 26일 주주총회 일정을 알렸다.

    보험권도 코로나19 위협 속에도 주총 일정을 미루지 않고 강행한다. 보험권 슈퍼 주총데이는 3월 20일이다. 이날 주총을 여는 곳은 롯데손해보험, 삼성화재, 현대해상, 흥국화재 등 4곳이다.

    증권가는 3월 25일, 5개사 회사가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NH투자증권을 비롯해 미래에셋대우, 키움증권, 교보증권, SK증권 등이다.

    앞서 3월 20일에도 한국금융, 삼성증권, 대신증권 등 대형증권사가 같은 날 주주총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문제는 주주총회 날짜가 몰려있다는 것보다 소액주주들을 한 곳에 모여들게 한다는 점이다.

    코로나19가 밀실 공간에서 전염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자투표가 대안으로 꼽히지만 이와 같은 시스템 도입은 뒷전이다.

    실제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곳은 14개 금융사뿐이다. 전자투표제는 주주들이 주주총회장에 가지 않아도 온라인 전자 투표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소액 주주의 주주권 행사를 유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현대차그룹 계열사 등 상당수의 상장기업이 전자투표를 시행하기로 한 것과 대조된다.

    금융위원회도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상장 금융회사에게 전자투표를 적극 활용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은행권 중 전자투표를 도입한 곳은 신한금융과 기업은행 등 2곳뿐이며 보험사 역시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 미래에셋생명, 한화생명 등 5개사만 전자투표제를 시행한다.

    일각에선 소액주주들과 불미스러운 마찰을 줄이기 위해 전자투표를 미루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주총 안건에서 반대표가 나왔을 경우 회사가 원하는대로 사업을 진행하기 힘들다는 게 이유다.

    전자투표 미도입 금융사 관계자는 “이미 안건 통과를 위한 의결 주식수를 확보했기 때문에 전자투표 도입을 고려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전자투표를 도입하지 않는 금융회사는 주총 당일 열감지 카메라 외에도 입장 시 체온 확인을 통해 코로나19를 예방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채이배 국회의원은 “코로나19로 비상인 시국에서 주주총회 현장 개최는 국민의 건강을 위협함은 물론 회사 입장에서도 위험한 일이다. 확진자가 다녀간 경우 사업장 폐쇄로 이어질 수 있다”며 “주주총회 개최에 있어 최고의 방역대책은 마스크도, 소독제도 아닌 바로 전자투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