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주류 스마트주문 허용… 대면 수령 전제대형마트·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 '스마트오더' 확대통신 판매 여전히 불가… 사업성 크지 않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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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부터 스마트폰 앱 등 온라인으로 와인 등의 주류를 주문한 뒤 음식점이나 편의점에서 찾아가는 것이 가능해진다. 스타벅스 등 대형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살 때 사용하는 ‘사이렌오더’ 방식이 술을 구매할 때도 허용되는 셈이다.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오는 4월 3일부터 스마트오더를 이용한 주류 판매를 허용하는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 스마트오더란 고객이 모바일 등을 통해 주문·결제한 상품을 매장에서 직접 찾아가는 형태를 말한다.국세청은 주류 스마트 오더가 소매업자 입장에서 매장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취급하는 주류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대기·주문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다만 스마트 오더 방식은 온라인 주문자의 직접 매장 방문과 대면 수령을 전제로 할 뿐, 통신수단을 이용한 주류 배달 판매가 허용된 것은 아니다. 소비자는 온라인 주문과 매장 내 주류 인도 과정에서 두 차례 성인 인증을 거치게 된다. 미성년자의 악용 사례를 막기 위함이다.국세청 관계자는 “현재 주류 통신판매는 관할 세무서장의 사전승인을 받은 전통주 인터넷 판매나 음식점에서 음식에 부수해 소량의 주류를 배달할 때만 예외적으로 허용됐다면, 앞으로는 전통주나 희귀 와인 등을 판매하는 식당에서 더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와 함께 대형마트·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중심으로 스마트 오더를 통한 주류 판매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 매출 부진 타개책으로 방문 고객을 끝까지 매출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유통업계는 국세청의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고시 개장안이 발표됨과 동시에 스마트 오더 서비스 적용과 관련한 검토에 들어갔다.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관계자는 “스마트 오더 관련 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편의점업계 역시 주류에 대한 스마트 오더가 시행될 경우 와인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주와 맥주는 재고가 떨어지는 경우가 드물지만, 와인은 특별한 날을 기념할 때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재고도 적기 때문에 효자 상품으로 꼽힌다”고 덧붙였다. -
앞서 대형 유통업계는 재고가 없어 발길을 돌리는 방문 고객을 잡기 위해 O2O(온·오프라인 연계)를 활용한 기술을 꺼내 들었다. 스마트폰으로 고객이 상품을 주문하면 수일 내에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 보완에 나선 것이다.이마트는 지난해부터 ‘주류 스마트 오더’ 서비스를 내놓았다. 이마트 앱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로 와인 라벨을 비추거나, 이름으로 검색해 예약 주문을 하고, 매장에서 결제 후 찾아갈 수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주류 종류는 2480원짜리부터 990만원짜리 브랜디까지 1800여종이나 된다.편의점업계는 더 적극적이다.지난해 12월 GS25는 와인 당일예약 서비스인 ‘와인25’를 내놨다. 해당 서비스 도입한 점포의 경우 와인 매출이 한 달 만에 355% 신장하기도 했다. 이 서비스의 경우 와인 예약만 가능하고 구입은 점포를 직접 방문해서 해야 해 스마트 오더 서비스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이마트24는 지난해 1월 240여곳 매장을 대상으로 와인 O2O 서비스를 시범 도입한 데 이어 올해 서비스 매장을 740여 곳으로 확대했다. 아울러 80여종의 와인을 취급하는 주류특화매장을 선보이는 등 와인 판매를 확대해 지난달 주류에서 와인이 차지하는 매출 구성비가 2.6배 증가하기도 했다.편의점업계가 스마트 오더 서비스 적용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와인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고객이 매장에서 다른 상품을 구매하는 연속성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와인 자체의 매출 못지않게, 미끼 상품 역할도 크다”고 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소비 문화가 확산하는 가운데, 이러한 픽업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도 장점으로 풀이된다. 소주·맥주 외에도 작은 용량의 혼술용 와인, 사케, 위스키, 보드카, 진, 막걸리 등을 온라인으로 미리 주문한 뒤, 카운터에서 픽업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대형마트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로 고객들이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상황에서 픽업서비스를 선호하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 매장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최소 동선만을 원하는 고객들이 픽업 주문을 신청하고 고객 센터에서 받아가는 고객도 있는 만큼 꾸준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반면 스마트 오더는 당장 물품이 필요한 소비자까지 끌어들이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주문 후 물건을 손에 쥘 때까지 수일이 필요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을 찾는 대신 온라인 쇼핑몰에서 결재 후 1∼2일 후 물품을 받는 것이 수고로움을 덜 수 있어서다. 일부 유통업체는 오프라인 손님을 유도할 정도로 사업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건 주류의 온라인 통신판매다. 어짜피 매장으로 와서 픽업하면 술사러 대형마트에 오는 것과 똑같다. 큰 수익성 보다는 법 개정에 맞춰서 구색 맞추기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