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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성장방식과 경쟁전략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철저하게 시장과 고객이 중심이 돼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을 빠르게 제공하고 환경변화를 리딩할 수 있는 사업방식을 지속적으로 혁신하겠습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20일 열린 '제19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업구조 고도화를 통해 글로벌 탑5 화학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를 위해 △고객 중심 포트폴리오 강화 △성과 중심의 R&D 강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을 통한 전 밸류체인의 효율성 제고 △글로벌 리더십 구축 △지속가능성 강화 등 다섯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신 부회장은 "배터리 소재와 자동차 소재 분야 중심으로 고객과 시장을 감동시킬 수 있는 미래 과제 개발에 더욱 집중하고 육성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반 기술을 굳건히 다지겠다"며 "빅데이터, AI 등을 적극 활용하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더욱 활성화해 R&D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DT를 선도하는 혁신기업으로, 생산·품질·R&D·마케팅 전 영역에 걸쳐 DT를 접목한 혁신 과제를 발굴하고 실행해 전사 효율성을 높이겠다"며 "올해는 이 같은 혁신 활동을 해외 사업장까지 확대해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인재·리더십·조직문화를 구축해 원료, 생산, 소비, 리사이클로 이어지는 전 밸류체인 영역에서 지속가능을 차별화한 가치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올해를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원년으로 삼겠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지난 30년간 당사가 보유한 특허와 지적재산이 침해받지 않도록 철저히 보호하고, 차별화한 고객가치 제고를 위해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SK이노베이션과의 특허 소송전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앞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달 SK이노베이션에 LG화학과의 2차전지 영업비밀침해 소송과 관련, 조기패소판결을 내렸다.
다운 사이클에 진입한 업황 부진을 피하지 않고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기회로 삼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미중 무역 분쟁 등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더욱 장기화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올해 경영 환경이 그 어느 해보다 녹록치 않을 것"이라며 "변화와 혁신의 주도자가 돼 무한한 저력과 가능성을 증명하고, '글로벌 톱5 화학기업'이라는 목표를 향해 힘차게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LG화학은 이날 주총에서 권영수 LG그룹 부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권영수 부회장의 LG화학 경영진 합류는 2015년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은 이후 5년 만이다.
권 부회장은 1957년생으로, 1979년 LG전자 기획팀으로 입사해 LG전자 재경팀장을 거쳐 재경부문장 사장 자리에 오른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이다. LG화학에서 전지사업본부장을 거쳐 CEO로서 그룹의 핵심 사업인 전자, 화학, 통신을 모두 역임했다.
이로써 권 부회장과 차동석 최고재무책임자(CFO), 신학철 부회장 '3톱' 체제가 완성됐다는 평가다. 신 부회장이 경영현안과 사업상과에 집중하고 권 부회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권 부회장이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권 부회장은 2014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재임 시절 SK이노베이션과의 전기차 배터리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인물이기도 하다.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전을 진두지휘하고 배터리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그룹 차원의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G화학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권 부회장은 그룹 주요 계열사의 CEO와 지난 4년 동안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으로 역임했다"며 "CEO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뛰어난 식견과 사업전문성을 바탕으로 이사회 일원으로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차동석 CFO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정동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검사장)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원안대로 처리했다.
재무제표 승인을 비롯해 1주당 보통주 2000원, 우선주 2050원씩 배당하는 현금배당안 등도 원안대로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