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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1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부정적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2‧3‧4분기는 더 악화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정부 방침에 따라 은행들이 코로나19 관련 원리금상환을 미루면서 오는 4분기부터는 부실을 더 이상 감추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KB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8103억원으로 전년대비 4.2%, 신한금융지주는 8641억원으로 10.5% 하락할 것으로 관측됐다. 하나금융은 5373억원으로 3%, 우리금융은 4850억원으로 21.1%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실적부진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올 하반기 KB금융 순이익은 1조4420억원으로 전년대비 2.3% 떨어지고, 신한금융은 1조5920억원으로 9% 하락이 예상된다. 하나금융도 전년대비 13.5% 떨어진 1조430억원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적악화 원인은 코로나발 제로금리, 경기침체로 인한 순이자마진과 비이자이익 하락이 핵심이다. 특히 정부가 전 금융권에 주문한 기업과 자영업자들에 대한 대출원리금 상환 유예가 금융회사의 연체율과 부실률 상승을 가져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이달부터 개인사업자와 중소법인에 대해 6개월간 원리금 상환을 유예해주고, 가계 신용대출 또한 최대 1년간 원금상환을 유예해 줄 것을 금융권에 주문했다. 여기에 자영업 등 고위험 차주에 1.5%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도록 요구했다.
때문에 코로나19가 장기화 될 경우 금융사의 비자발적 부실 연장이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은행에 대한 어떤 지원없이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은행의 적극적인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며 “은행입장에서 볼 때 차주에 대한 신용관리를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장치를 차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위기 국면 극복을 위해 필요한 건 충분한 자본과 충당금 적립수준”이라며 “현 시점에서 위험을 미뤄 ROE(자기자본이익률)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미국은행처럼 은행이 충당금 적립, 자본확충 등과 같이 위기에 적극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최근 발표된 미국 은행들의 1분기 실적을 보면 대규모 추가 충당금 적립으로 순익이 전년대비 크게 줄었다.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의 1분기 순이익은 각각 전년동기 대비 69%, 45%, 89% 줄었다. 반면 충당금 적립률은 국내은행의 3배가 넘는 각각 2.3%, 1.47%, 1.2%까지 상승했다.
미국정부는 은행에 직접적으로 재정을 투입해 피해가 큰 대기업, 중소기업, 가계에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효율적 분배를 위해 차주의 신용도에 맞게 은행이 정한 금리로 대출을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은행은 정부 대출과정에서 수수료를 챙긴다.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비책을 펼친 결과로 국내와는 다른 방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위기 대응방안은 코로나위기가 장기화되면 적지 않은 부작용을 발생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