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전국민 지급 동의했지만 문제점 투성이…추가논란 불가피민주당-기재부 각자 주장 반복하다 실기하고 혼란만 자초가구별·지자체별 형평성 문제도…野 "명확한 기준·방향 가져와야"
  • ▲ 정세균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박성원 사진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박성원 사진기자
    혼란이 가중되던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논란이 다소 수습되는 국면이다. 그동안 적자국채 발행을 거부하며 소득하위 70% 지급을 고수한 기획재정부가 결국 백기를 들면서 재난지원금에 대한 국회 논의는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점은 적지 않다. 민주당이 제시한 '자발적 기부'가 얼마나 효과를 볼지 미지수인데다 국회 심사과정에서 적자국채가 얼마나 불어날지도 관건이다. 정부와 여당은 각각 '5월내 신속한 지급'만 내세우며 당장은 갈등을 봉합하는 모습이지만 향후 추경안 보완과 집행과정에서 추가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같은 논란과 당정간 갈등은 결국 정부와 여당의 자충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총선을 거치면서 각자의 '키워드'에 집착한 민주당과 기재부가 서로 주장을 꺾지 않으면서 혼란만 자초했다는 얘기다.

    애매한 소득하위 70%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논란은 전(全)국민 100%, 100만원 지급, 그리고 나라빚이란 3가지 키워드로 압축된다.

    누구에게, 얼마나, 어떤 돈으로 주느냐에 대한 의견충돌이다.

    총선을 치러야 하는 민주당은 '전국민 100%'에 집착했다. 김경수 경남지사나 이재명 경기지사가 재난기본소득을 제안한 이후 모든 국민에게 일정금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프레임에 갇혀버렸다. 코로나19의 피해가 부자나 가난한 사람을 가리지 않고 닥쳐오고 있다는 명분이었다.

    이 과정에서 도출된게 소득하위 70%라는 애매한 기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재난지원금을 공식화한 첫 회의에서 "모든 국민이 고통과 노력에 대해 보상받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경제적으로 좀더 견딜 수 있는 분들은 보다 소득이 적은 분들을 위해 널리 이해하고 양보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어떻게든 전국민 지급을 막으려는 기재부의 소득하위 70%라는 전례없는 기준은 곧바로 진통을 불러왔다. '대체 내가 왜 상위 30%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아동수당 지급 당시 한차례 실패했던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내놓은 기재부의 안이한 대처가 문제였다.

    지역가입자의 최근 수입감소를 반영하지 못하고 피부양자로 가입된 고액자산가를 걸러내지 못하는 부작용이 드러났다. 1인가구나 맞벌이가정은 피해를 보게 됐고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갈등도 불거졌다.

    2018년 아동수당 시행을 앞두고 하위 90% 선별과정을 연구한 최현수 보사연 연구위원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건보료 체계를 기준으로 쓰면 형평성 문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건보료 자료는 맞벌이, 한부모, 자영업자 등의 소득이나 재산을 구별하는데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 ▲ 정세균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박성원 사진기자
    혼자살면 40만원, 4인 가족은 25만원?

    100만원 지급이란 구호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와 여당이 펼친 꼼수는 '가구당 지급'이다. 여권 지자체장들이 먼저 제시한 100만원이란 프레임에 정책을 우겨넣다보니 생긴 부작용이다.

    정부 추경안대로면 1인가구 40만원, 2인가구 60만원, 3인가구 80만원, 4인이상가구 100만원을 지급받게 되는데 다인가구로 갈수록 불리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40만원을 받는데 4인 가구는 1인당 25만원 밖에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1인당 20~25만원을 지급하는 정책을 가구구성원수를 곱하는 방식으로 정부가 많은 돈을 지급했다는 착시 효과를 주려다보니 생긴 부작용이다.

    이 문제는 전국민 지급으로 가닥을 잡은 현 시점에서 더 크게 번질 것으로 보인다. 하위 70% 지급을 기준으로 했을때 월소득 263만원 이상 1인 가구는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했지만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면 월소득 1000만원이 넘어도 4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월소득 200만~300만원 수준의 5인 가구는 1인당 20만원만 받게 된다.

    가구당 지급은 여당이 제시한 자발적 기부라는 방안에도 걸림돌이다. 민주당은 재난지원금을 기부하면 세액공제로 혜택을 주겠다고 했지만, 가구단위로 지급하는 돈을 개인단위로 계산되는 세액공제에 반영하는 것은 쉬운 과정이 아니다.

    예컨대 미성년자 자녀의 재난지원금을 기부하고 부모의 소득에서 세액공제를 받는 사례가 생길 수도 있고, 소득세를 내지 않는 은퇴한 고액자산가는 세액공제를 받을 방법이 없다.

    자발적 기부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도 미지수다. 기부금에 15%를 세액공제해주는 현행 소득세법상 1인 가구가 받는 40만원을 기부해도 돌려받는 돈은 6만원에 불과하다.

    2018년 시행된 아동수당 경우 하위 90%에 지급한다고 시작했지만, 논란만 부추긴채 모든 아동지급으로 법이 개정됐다. 당시 상위 10%로 걸러진 11만8000여명 중 법개정 이후 자발적으로 수령을 거부한 사람은 23명에 불과했다.
  • ▲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김재원 미래통합당 정책위의장이 23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추경 예산안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김 정책위원장은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김재원 미래통합당 정책위의장이 23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추경 예산안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김 정책위원장은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24일 10시까지 공개 질의사항에 대해 답변 자료를 갖춰서 국회 예결위에서 보고해 달라"고 말했다.ⓒ박성원 사진기자
    사실상 재난기본소득, 지자체 중복지급 혼란 예고

    재난지원금이 전국민 지급으로 선회하면서 먼저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한 지자체와의 중복지급도 우려된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이란 단어를 내세우며 기본소득과는 거리를 두려 했지만, 사실상 기본소득에 머물게 됐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쟁점은 재원이다. 정부는 재원지원금 지급 재원의 20%(서울은 30%)를 지자체가 부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미 지난 9일부터 온라인 접수를 받은 재난기본소득 1인당 10만원씩 지급을 시작했다. 시군별로 추가 지원금이 다르지만 포천 40만원, 안성 25만원, 화성 20만원 등 많은 액수를 지급한 시군 주민의 경우 1인당 최대 50만원까지 받았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정부의 20% 재원 부담 요구에 "경기도와 시군이 정한 재난기본소득은 그대로 지급하고 정부가 요구한 경기도 몫 매칭예산은 추가편성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앙정부가 추후 지급하는 정부 몫의 긴급재난지원금만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경우 중위소득 100% 이하 191만 가구중 정부의 추경예산지원을 못받는 가구 117만7000여 가구를 대상으로 30~50만원을 지급 중이다.

    경상남도 역시 중위소득 100% 이하 52만 가구를 대상으로 20~50만원을 지급키로 하고 23일부터 신청을 받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지사들은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은 국가가 전액 부담해 모든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공동 촉구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지자체들은 이미 장기간의 소득감소와 경기침체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감당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방재정을 투입하고 있다'며 "국가재난의 특수한 상황인 만큼 지방비 부담없이 전액 국비로 긴급재난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의 반발에 정부가 지급하는 재난지원금은 당초 목표한 금액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이 제시한 예산 13조원으로는 4인가구 100만원 전국민 지급이 불가능하다.

    미래통합당 소속 김재원 국회 예결위원장은 "정부와 여당이 재난지원금을 합의했다고 하지만, 확인할 수 없는 세부내용이 너무 많아 의문 투성이"라며 "기재부가 명확한 기준과 재원마련방식, 기부절차와 세법개정 방향 등을 가져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