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 불구 中 반도체 사업장 찾아다가오는 거대한 변화 선제적 대응 주문정의선 수석부회장 회동 이어 현장경영 박차
  • ▲ 이재용 부회장이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는 모습ⓒ삼성전자
    ▲ 이재용 부회장이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는 모습ⓒ삼성전자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내외 경영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더믹(세계적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중국 사업장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부회장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 출장을 꺼리는 상황에서 이뤄진 만큼 이재용 부회장의 절박한 현실 인식이 깊게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1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국내외 사업장을 직접 방문하며 현재 사업을 점검하고 미래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이재용 부회장은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향 및 대책을 논의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 자리에는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박학규 DS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 황득규 중국삼성 사장 등이 참석했다. 지난해 2월에도 중국 시안을 방문해 설 명절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한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하고 시간이 없으니 때를 놓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시안반도체 사업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반도체 생산 공장이다. 삼성전자는 시안반도체 사업장에 2012년 1기 기공식을 시작으로 2013년 전자연구소 설립, 2014년 1세대 낸드플래시 양산, 2015년 후공정 라인 완공 등 꾸준히 투자해왔다.

    지난 2017년에는 2기 라인 투자를 위해 산시성 정부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3년간 총 70억달러(8조6900억원)를 투자한바 있다. 이에 지난 3월 2018년 시안 2공장 첫 가동에 성공했다. 

    특히 이 부회장의 방문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중국을 방문한 글로벌 기업인 가운데 첫 사례다. 지난 1월 말 이후 중국발 코로나19 상황이 확산되자 글로벌 자동차 업계 등 현지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기업들은 중국 출장 자제해 왔다.

    최근 들어 중국의 경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긴 했지만 여전히 불안감이 감도는 만큼 이 부회장의 행보는 더욱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재계에서는 삼성전자를 둘러싼 경영 상황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절박한 현실 인식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 6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면서 위기감도 한층 고조된 상태다. 

    여기에 반도체, 스마트폰 등 주력 사업에서 미국과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어 미래를 쉽게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부회장이 "시간이 없으니 때를 놓치면 안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이 부회장은 이미 올해 초부터 경영 최전선에 나서며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천안 삼성SDI 배터리사업장을 방문해 전기차 배터리 사업 점검에 나섰으며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만나 미래 모빌리티 협력에 대한 논의를 했다. 

    배터리는 전장사업과 함께 이 부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적극 육성하고 있는 사업이다.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의 전격적인 회동은 미래 자동차에 대한 삼성과 현대차의 향후 동맹 구축에 대한 기대감이 나온다. 

    이 밖에도 이 부회장은 경상북도 구미시에 위치한 구미사업장을 방문해 스마트폰 생산 공장을 점검했으며 지난 3월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찾아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라인을 살펴보기도 했다.  당장의 위기 극복과 병행해 기업인 본연의 임무인 미래사업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모든 것이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자칫 돌이키기 힘든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과 함께 빠르게 움직이면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동시에 표명한 것"이라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하는 것을 주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180조원 규모의 통큰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 사업의 경우 AI(인공지능), 5G, 데이터센터, 전장부품 등의 신규 수요 증가에 대비하고 디스플레이는 글로벌 경쟁사의 대량 물량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고부가·차별화 제품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일환으로 지난해 '반도체 비전 2030'을 세우고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 달성 의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