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신용정책보고서' 통해 향후 정책방향 발표기준금리 역대 최저…기존 방향서 한 단계 전진불확실성 증대 속 국내외 물가 부진 지속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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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이 코로나19에 따른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크고, 국내경제 성장세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확대할 방침이다. 

    한국은행은 11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국내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되도록 완화적 정책기조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에 밝힌 '통화정책의 완화기조 유지' 방침에서 '확대'로 방향을 넓힌 만큼 추가 금리 인하 혹은 금리 이외 새로운 정책수단을 통한 대응이 시사된다.

    앞서 한은은 3월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큰 폭 인하한 데 이어 5월 회의에서 0.25%포인트 추가 인하하면서 역대 최저치인 0.50%를 찍었다.

    박종석 부총재보는 "코로나19 이후 다양한 조치를 내놨으나 현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경기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하면 현 정책 수단들을 보완 확대하고, 새 수단을 활용할 수도 있다"며 "금리정책 이외에도 할 수 있는 수단이 많으므로 상황을 살펴가며 활용 가능성을 검토 실행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에 가까워졌으나, 상황에 따라 가변적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금리 수준에 대한 평가는 여건변화를 봐가면서 할 것"이라며 "실효하한과의 관계를 검토하면서 기준금리 운영을 결정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향후 통화신용정책 운영에 있어 살펴볼 주요 사항으로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 영향 ▲미·중 무역분쟁 및 취약 신흥국 관련 불확실성 ▲국내외 금융시장 및 금융불균형 상황을 꼽았다.

    국내경제를 좌우하는 세계경제가 하반기부터 개선세가 예상되나 회복속도, 반등 시기 등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향후 코로나19 확산의 전개 상황과 각국의 대응조치 등에 따라 실물경제의 흐름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최근 주요 선진국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이 다소 둔화하면서 점진적으로 경제활동을 재개하고 있으나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에서는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다. 

    신흥국의 코로나19 확산은 글로벌 경기회복을 제약할 수 있고, 주요 선진국도 백신·치료제 개발 전까지 감염병 확산 정도에 따라 경제활동의 재개와 위축이 반복되면서 경기회복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더라도 민간의 해외여행 기피, 각국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 급증한 실업에 따른 이력현상 등이 회복세를 제약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은은 우려했다.

    미·중 갈등의 재확대도 대내외 금융·경제 여건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최근 들어 코로나19 관련 갈등이 무역분쟁을 재확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이 코로나19 확산의 중국 책임론을 거론하며 무역협상 1단계 합의 파기, 대중 관세 부과 가능성 등을 언급했고, 중국도 2단계 협상의 무기한 연기 등을 거론하며 긴장이 이어지는 상태다.

    또한 미국은 중국 기술기업에 대한 견제를 지속하고 있으며, 중국 기업의 상장제한 등 금융규제도 강화하고 있어 양국 간 갈등이 무역에서 기술·금융 부문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신흥국의 금융·경제 상황 변화도 예의주시된다. 코로나19에 따른 수출 감소, 통화가치 하락 등으로 금융·경제 불안 우려가 증대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데, 특히 경상수지가 악화하고 경기 위축이 심화하거나 자본유출이 확대될 소지가 있어서다.

    한은은 국내외 금융시장도 여전히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금융시장이 각국의 적극적인 정책대응과 경제활동 재개 기대로 점차 안정되고 있으나 여전히 신용경계감이 높고, 코로나19에 따른 실물경제 충격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외 주가의 빠른 회복에도 불구하고 기업실적 전망은 악화하고 있어 실물경기와 금융시장 간의 괴리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향후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 시장의 기대가 급속히 조정되며 주가 등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불안을 조장한다.

    만약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기업의 재무건전성 저하, 가계의 고용여건 악화 등으로 민간의 신용위험이 증대될 수 있다고 한은은 우려했다.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뒷받침하는 물가도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한은은 "코로나19의 확산과 이를 억제하기 위한 주요국의 봉쇄·격리조치가 글로벌 수요와 공급에 전례 없는 부정적인 충격을 주는 가운데 물가에도 상당한 리스크를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대면접촉 기피로 수요측 물가압력이 약화했으며, 국제유가 하락도 하방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충격에 대응한 가계·기업 지원정책은 하방압력을 완화하지만, 복지정책 및 간접세 인하은 일시적 하락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부분 국가에서 생산 차질 등에 따른 상방요인보다 수요 감소, 유가 하락 등에 따른 하방압력이 크게 작용하며 빠르게 둔화하는 모습이다. 

    다만, 국가별 감염병 확산 정도와 봉쇄조치 및 정부정책 등 대응의 차이로 단기적 물가흐름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봉쇄조치가 시행된 주요 선진국은 생산 차질, 비축수요 증가 등으로 생필품가격 오름세가 확대되며 물가상승률 둔화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봉쇄조치가 시행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생필품가격 상승이 미미한 가운데 고교무상교육 확대,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부정책이 추가 하방요인으로 작용하며 물가상승률이 크게 둔화했다.

    한은은 당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을 보이겠으나, 내년에는 국제유가 하락 영향이 사라지는 가운데 경기 개선, 복지정책 영향 축소 등으로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주요 선진국은 봉쇄조치 강도에 따른 부문별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물가상승률이 큰 폭 하락했다"며 "우리나라도 국제유가 급락, 경기둔화, 무상교육 확대 등으로 오름세가 둔화했으며, 향후 물가경로상에는 코로나19 전개양상, 국제유가 추이 등과 관련 불확실성이 높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