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금통위 회의 정기 의사록 공개 금리 하향조정, 완화적 정책기조 확대 '한 뜻'비전통적 수단, 통화정책 다양성 고민 흔적
  •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5월 28일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5월 28일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내외 경기침체가 심각한 만큼 금리 인하 결정에 한 뜻을 모았다.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기준금리가 0.50%로 역대 최저치로 낮아져 실효하한에 다다른 만큼 관련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와 함께 비전통적 정책수단의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16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2020년도 제12차 금융통화위원회(정기) 의사록'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 제척된 조윤제 금통위원을 제외한 6인 모두 기준금리 인하에 동의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0.75%에서 0.50%로 또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금통위원의 만장일치 금리 인하는 이례적이다. 그만큼 코로나19 경제 충격이 크다는 의미다. 

    금통위원 모두 의사록을 통해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으로 전 세계가 매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실물경제 측면에서의 향후 전염병 전개양상과 그 영향의 정도에 대한 높은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우려했다.

    A금통위원은 "충격의 원인인 바이러스 확산이 언제쯤 진정될지 불확실한 가운데 중장기 성장경로에 대한 하방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며 "금리를 인하해 우리 경제의 하방리스크를 완충하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에서의 불안심리는 상당폭 완화되고 있지만, 대외 경제여건이 악화하면서 국내 실물경제에 대한 부정적 파급효과는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B금통위원은 "금리 인하로 민간과 정부의 금융비용 완화를 유도하는 동시에 명목수요 하락압력에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며 "물가안정목표제 하에서 적정 수준의 기대인플레이션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 완화적 정책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기준금리가 충분히 낮은 수준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의견도 냈다. 그는 "금리가 역사상 최저치지만 명목GDP 성장률이 0%에 근접할 정도의 전례 없는 환경에 처한 만큼 주요 선진국과의 금리 차를 고려할 때 급격한 자본이동을 촉발할 정도의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C금통위원은 "기준금리가 0%대로 낮아져 실효하한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들이 있을 수 있으나, 주요국의 정책금리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금리 인하 여지가 있어 하향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현재 GDP갭의 마이너스 폭이 확대되는 가운데, 수요 측면에서의 낮은 물가상승 압력이 인플레이션갭의 마이너스 폭 확대로 이어지는 만큼 통화정책의 완화적 기조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금통위원은 "거시경제 리스크와 금융안정 리스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에 있어 상반된 시사점을 제시하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성장과 물가를 부양할 필요성이 금융불균형 심화를 억제할 필요성보다 시급하다고 판단됐다"며 인하 결정 이유에 대해 말했다.

    향후 추가적인 금리 조정에 대한 어려움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금융불균형 측면뿐 아니라 정책유효성이나 자본유출 가능성 측면에서도 향후 추가 인하 여지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금통위원은 "코로나19로 우리 경제에 부(-)의 수요와 공급 충격이 동시 발생하면서 경기부진과 물가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해 통화정책은 재정정책과의 상호작용을 염두하면서 완화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경제 부진은 코로나19 충격이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과 상호 작용하면서 증폭됐기 때문"이라며 "가능한 한 성장기반의 영구적 훼손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하며, 이를 위해 추가 인하를 통해 민간의 금융비용과 정부의 재정부담을 경감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에 다다른 만큼 다양한 의견도 개진됐다.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 정책수단의 도입 필요성은 물론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기라는 점이 강조되면서 통화정책의 다양성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엿보였다. 

    일부 금통위원은 "실효하한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있고, 그 수준도 특정하기가 어려울 수 있으나, 현재 상당히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며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 수단의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견해를 나타냈다. 

    E금통위원은 "금리가 실효하한에 가까워지면서 금융불균형과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며 "단, 가계부채 증가세가 완만한 수준에 그치고 있고, 과거 국제금융 불안 시기와 달리 외국인 증권투자가 우리 경제의 양호한 대외건전성을 바탕으로 순유입되고 있어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국내외 경기부진이 예상보다 심화하거나, 반대로 감염병 확산이 예상보다 빨리 진정돼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살피면서 금리정책을 유연하게 운용해야 한다"며 "다양한 통화정책 수단에 계속 고민해 나거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른 금통위원도 "비전통적 수단의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데 주요국의 포워드 가이던스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한은이 양적완화로 볼 수 있는 조치를 일부 시행 중이고, 금리도 최저치로 낮아진 상황인 만큼 앞으로 실효하한과 비전통적 수단 활용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본유출입의 관점에서 실효하한을 봤을 때 금리 차가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자본유출입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에서 미국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로 금리 인하 여력이 추가로 확보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 금통위원은 "최근 호주 등에서 정책금리를 0.25%로 인하하며 이 수준을 실효하한이라고 밝혔고, 포워드 가이던스, 양적완화, 수익률 곡선 관리 등 비전통적 수단을 도입했다"며 "우리나라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만큼 선진국과는 금융‧외환시장 여건이 상이한 점을 고려해 실효하한을 판단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다른 일부 위원도 호주와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실효하한을 밝힌 바 있고 언급하면서 "정책금리의 실효하한은 금융‧경제 여건에 따라 가변적일 수 있겠으나 어느 수준이든 임계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하 시 외국인 자본유출, 민간신용 누증, 금융기관 수익성 악화 등 여러 리스크 요인을 고려해야 하는 데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전망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어서 실효하한 수준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을 수 있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