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원구성 난항 코로나 지원 35.3조 표류…이달 통과 불투명기업차입금 의존 '급증', 은행 빚내고 자산팔아 현금마련 '급급'국회, 정책자금 지원 시급한데 공전 반복, 추경 졸속 처리 우려도
  • ▲ 서울 중구 시청 인근 거리를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걷고 있다.ⓒ권창회 사진기자
    ▲ 서울 중구 시청 인근 거리를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걷고 있다.ⓒ권창회 사진기자
    21대 국회가 개원한지 3주가 지나도록 코로나19 3차 추경안이 심사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의 상임위원장 자리 다툼으로 원구성이 난항을 겪으면서 역대 최대 규모 35조3000억원의 추경안이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6월내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던 정부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경안 6월 통과가 무산돼서는 안되는다"며 "비상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추경 통과만 바라보고 있는 경제주체들이다. 은행빚으로 직원 급여를 내주는 자영업자들이나 자산을 팔아치우며 버티는 기업들은 하루빨리 정책자금이 풀리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저신용등급의 기업 회사채를 매입하는 기구나 협력업체 자금을 지원하는 대책은 정책금융기관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며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자본이 확충돼야 정부 대책들이 유효하게 가동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빚 지고 자산 팔아치우는 기업들

    실제로 지난해부터 이어진 저성장과 코로나19 직격탄으로 기업들의 자금상황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가장 타격이 큰 항공업계의 경우 대한항공은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최대 1년의 무급휴직에 들어갔고, 아시아나 항공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도 체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코스피 상장 623개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항공 5개사의 차입금 의존도는 지난해 4분기 58.5%에서 올해 1분기 63.8%로 5.3%포인트(p) 늘었다. 이들 항공사의 자금조달 상황은 같은 기간 -9787억원에서 6788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투자는 위축되고 자산을 팔아치워 현금보유량을 늘렸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뿐만이 아니다. 올해 코스피 상장사 623개사의 올해 1분기 총 차입금은 386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20조원이 늘었다. 지난해 분기당 5조원 가량 증가세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차입금 의존도도 21.6%에서 22.5%로 올랐다.

    특히 차입금을 늘린 방식을 보면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이 5조3000억원 증가한 것에 비해 은행 등 금융기관 차입금은 14조9000억원 늘었다. 회사채 시장 냉각으로 기업들이 은행대출 중심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이라고 한경연은 설명했다.

    투자가 활발할수록 마이너스 폭이 커지는 투자현금흐름은 올해 1분기 모든 업종에서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폭이 축소(투자규모 축소)되거나 플러스로 전환(투자자산 매각)됐다. 특히 투자활동 중 '지분, 금융상품 및 기타자산 투자' 관련 현금흐름이 대형유통을 뺀 4개 업종에서 플러스였다. 기업들이 영업활동에서 빠져나간 현금을 금융상품·지분 등 자산 매각으로 충당한 것이다.

    몸집이 큰 삼성전자를 제외한 상장사(622개)의 작년 1분기 대비 올해 1분기 영업활동 현금유입이 13% (2조5000억원) 줄고 투자활동 현금지출이 26.4%(5조2000억원) 감소했다. 반면 차입, 증자 등 재무활동을 통한 자금조달은 9조원에서 11조1000억원으로 23.3% 증가했다. 투자는 줄이고 현금을 쌓아두기 시작한 것이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 유통, 관광·레저, 조선 등 주요 산업이 자산 매각, 차입금 확대 등으로 위기를 어렵게 견디고 있다"며 "자금공급이 막힌 곳은 없는지 정부의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 국회 원구성 협상 교착으로 코로나19 경제 위기 대응 3차 추가경정예산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국회에 3차 추경 관련 자료들이 쌓여 있다.ⓒ뉴시스
    ▲ 국회 원구성 협상 교착으로 코로나19 경제 위기 대응 3차 추가경정예산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국회에 3차 추경 관련 자료들이 쌓여 있다.ⓒ뉴시스
    추경 심사만 최소 2주 소요, 졸속 날림 처리될라

    하루가 급한 추경이지만 심사에 나서야 할 국회는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갈등 속에서 국회 복귀를 선언했지만, 여야의 상임위원장 자리 다툼은 여전하다.

    추경 통과가 급한 더불어민주당은 고심에 빠졌다. 통합당이 요구하는 법사위원장을 내놓던지, 또다른 선택지인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가야할 처지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번주까지 상임위 구성을 마치고 다음 주 3차 추경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핵심은 추경안을 국회가 얼마나 세심하게 들여다볼 수 있느냐다. 통상 추경 심사에는 2~3주가 소요된다. 특히 이번 추경안은 역대 최대규모의 35조3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전에 없던 세밀한 심사가 요구된다. 이미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기획재정위원회의 경우 윤후덕 위원장을 중심으로 일부 심사에 착수했지만 3차 추경안 주요 쟁점인 한국판 뉴딜, 일자리 대책을 심의하는 환경노동위원회나 보건복지위 등은 가동되지 않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도 이번 추경안에 대해 일자리 사업에 예산 대부분을 투입하는 것에 비해 투자활성화 사업예산 배정에는 인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투자활성화 최우선 순위로 꼽은 리쇼어링 정책에 배정된 예산은 200억원으로 유턴기업을 지원하는 보조금을 신설하는게 고작이다. 해외투자를 유인하는 국내 연구개발(R&D)센터를 건립시 지급하는 지원금과 국고보조율 상향에는 불과 30억원이 추가 배치됐다.

    내수·수출·지역경제 활성화에 투입되는 예산 3조7000억원은 대부분 소비쿠폰 등 현금복지에 쓰이며, 기업 지원 예산은 430억원에 불과하다. 전체 35조3000억원 추경 중 0.12% 수준이다.

    올해 세수 감소분을 반영한 세입경정 부문도 차근차근 따져봐야 할 게 많다. 정부는 3차 추경안에서 11조4000억원을 세입경정으로 반영했지만,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최근 국세 수입 현황을 토대로 추산한 결과 올해 국세 수입이 정부 예상보다 30조원 가까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때문에 민주당 계획대로 이번주 원구성, 다음주 추경안 통과 일정을 그대로 밀어붙일 경우 제대로 국회 심사를 받지 못한 졸속 추경이 될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불요불급한 예산이나 낭비적 예산 등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재편성하는게 국회 역할"이라며 "국회가 제 역할 할 수 없게 만들어놓고 이제와서 3차 추경안을 통과시켜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