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비율·국가부채비율 등 상한선 제한 제외한 채 국무회의 의결'맹탕준칙' 마련했다가 공개 연기 비판… 선진국 준칙 도입 부담 느꼈나文정부 5년만에 나랏빚 660조→1070조원… 장기 재정건전성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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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급격히 증가하는 국가채무 관리를 위한 국가재정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꾸준히 제기된 재정준칙, 국가채무비율 상한선 등 재정동원의 한계점을 규정하는 내용은 쏙 빠져 알맹이 없는 개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정세균 국무총리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국무회의에서 재정사업 성과관리 규정을 강화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개정안은 국채발행에 대한 국회 의결기준을 현행 총발행한도에서 순발행한도로 전환하고 재정관리 성과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중앙‧지방‧교육재정 등 재정업무시스템을 전자적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근거 조항을 신설해 통합재정정보를 산출하도록 했다.이번 개정안에는 국가부채를 매년 일정 비율 이상 높아지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부채비율 상한선을 법이나 시행령으로 정하는 재정준칙이 빠졌다. 당초 이달 중 발표하기로 한 핵심 내용을 추석 이후로 미룬 것이다. 김용범 기재부 제1차관은 전날인 28일 재정준칙 마련에 대해 "당과 마무리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9월 중 발표할 수 있도록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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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직전 빠져버린 재정준칙을 두고 정부가 '맹탕 준칙'을 마련했다가 뒤늦게 공개를 연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선진국들처럼 매년 일정한 비율로 재정관리를 의무화하는 준칙 마련에 부담을 느낀 것이라는 분석이다.예컨대 EU의 경우 국가채무는 GDP 대비 60% 이내로, 재정수지 적자율은 연간 3%를 한도로 설정했다. IMF가 1985년부터 2015년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영국, 독일, 스웨덴 등 선진국 29개국을 비롯해 33개의 개발도상국과 23개의 저소득 국가까지 총 85개국이 재정준칙을 도입하여 과도한 정부의 재정남용을 제한하고 있다.정부도 지난 2016년 유럽 재정준칙을 반영한 재정건전화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지만, 사실상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폐기됐다. 제정준칙을 법률로 제정하기 보다는 정부가 스스로 시행령 등 규칙으로 만들어 유연성 있게 운용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었다.만약 이같은 재정건전화법이 통과됐다면 올해 정부는 4차 추경안까지 제출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37.1%였던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차 추경 이후 43.9%까지 치솟아 6.8%p 증가했다. 마찬가지로 정부가 이미 제출한 내년 예산안 555조8000억원이 통과되면 내년 국가채무비율은 47%를 넘어서 3%룰을 어기게 된다.때문에 정부는 이번 재정준칙 마련을 준비하면서 재정수지 적자율을 1년 단위가 아닌 3~5년 평균으로 관리하는 방안이나 재해 및 경기침체시는 준칙을 따르지 않아도 되는 등 예외상황을 명기하는 식의 '꼼수'를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나랏빚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문정부가 시작된 2017년 국가채무는 660조원이었지만 다음 정부가 들어서는 2022년에는 1070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임기 5년만에 나라빚이 410조원(62%) 늘어나는 셈이다.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코로나19로 무너진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해 국가재정의 확대는 필요하지만 국가채무가 급속도로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리할 기준 자체가 없는 것은 큰 문제"라며 "재정준칙을 포함한 장기적인 재정건전성 수준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