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업, 美 상부부에 부품 공급 승인 요청코로나19 여파 속 화웨이 제재 겹치며 실적 우려키옥시아, 상장 계획 올해 말 또는 내년 연기 가능성도
  •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일본 기업들까지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있다. 주요 고객사인 화웨이와의 거래가 갑자기 끊기며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일본 현지 외신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소니와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홀딩스은 미국 상무부에 화웨이 부품 공급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소니로부터 스마트폰용 이미지센서를 공급다고 있는데 매출 비중은 약 20%를 차지하며 애플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소니는 지난 8월 화웨이 제재로 2021년 3월까지 이미지 센서 사업 매출이 지난해 대비 45% 감소한 1300억엔(1조400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여파에 화웨이 제재까지 겹치며 실적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잇다.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키옥시아도 이번 제재에 영향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기옥시아홀딩스'의 기업공개(IPO)가 연기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기옥시아홀딩스는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으로는 화웨이 제재 및 코로나19 영향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점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스마트폰용 플래시 메모리가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기옥시아는 미 상무부의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가 발효되면서 거래 비중이 큰 화웨이와의 거래가 어렵게 됐다.

    회사 측은 상장을 강행할 경우 공모를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예상치를 밑돌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올해 말이나 내년 초로 상장을 미룰 전망이다.

    도시바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를 모태로 2017년 출범한 도시바메모리는 작년에도 IPO를 추진했다가 연거푸 미룬 바 있다. 경영 부진에 빠진 모회사인 도시바는 2018년 6월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을 주축으로 한 한미일 컨소시엄에 도시바메모리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화웨이 제재로 일본 기업들이 큰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자체 조사를 통해 이번 미국의 제재로 일본이 가장 큰 매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이 신문은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일본의 소니, 대만의 TSMC가 이번 제재로 총 2조8000억엔(약 31조원)의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분석하며 이 중 화웨이 부품 공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일본업체들의 타격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소니는 화웨이에 연간 수조 원 규모의 스마트폰 이미지센서를 납품하고 있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으로 꼽혔다. 전체 이미지센서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49% 점유율을 가진 소니에게 화웨이는 애플과 함께 핵심 고객군 중 하나로 자리잡은지 오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제재 이후 인텔 등 일부 미국 반도체 업체에 대해선 화웨이와의 일부 거래 재개를 승인했다. 그러나 미국은 5G 대응 스마트폰이나 기지국 등 통신기술에서는 규제를 엄격하게 적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본 기업의 요청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