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권한 확대 취지 사라져, 기업총수만 옥죄는 '악법' 전락與, 3% 제한규정 그대로 추진… 정부 기업장악 의도 현실화 되나野, 공정경제3법 실효성 약해… "노사관계 개선 위한 관련법 재정비"
  •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는 기업장악3법(공정경제3법,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이 당초 취지를 잃고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3법 중 가장 논란이 큰 상법 개정안의 핵심인 집중투표제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제외하는 것으로 공식화하면서 법안 마련의 명분이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6일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을 방문해 손경식 회장을 만난다. 경총 등 재계는 3법 입법예고 시점부터 기업 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 과도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반발해왔다.

    이날 면담에서 이 대표는 입법과정에서 경제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전하는 한편, 재계가 요구한 집중투표제를 제외한 것을 부각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 ▲ 올해 초 2020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 올해 초 2020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하는 대표적인 제도로 상법 개정안의 핵심이다. 이사회를 구성할 때 한 주당 의결권을 하나씩 주던 현행 제도에서 선출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것으로 그동안 제기된 '거수기' 논란을 방지하자는 취지다.

    예컨대 이사 5명을 선임할 때 기존 제도 하에서는 10주의 주식을 가진 소액 주주는 10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집중투표제가 시행되면 한 주당 의결권은 5개가가 돼 총 50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고 이 의결권을 특정 이사 후보 한명에게 몰아서 투표할 수도 있다.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사를 선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대주주가 내세우는 이사를 저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함께 추진된 3% 의결권 제한 규정보다 더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주주 권한을 견제하는 3% 제한규정은 감사위원 선임시 최대주주가 특수관계인과 합해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민주당은 이 내용은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을 무기로 헤지펀드들이 감사위원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선임하는 등 경영권이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3% 제한은 그대로 추진하면서 집중투표제는 배제한다면 소액주주 권한 확보라는 당초 취지는 사라지고, 기업 총수만 옥죄는 악법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경제계가 제기한 기업장악법이라는 문제인식이 현실화되는 셈이다.

    집중투표제를 발의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집중투표제는 합리적인 기업운영의 밑돌을 놓아주는 중요한 나사"라며 보완입법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왕 기업관련 법을 개정하려면 취지에 맞춰 연관된 법률을 함께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집중투표제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약에도 명시된 내용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공약은 지금 경제3법보다 훨씬 강했다"며 "상법 뿐 아니라 악화된 노사관계를 개선할 노동관계법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