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기준 전세대출 잔액 99조1623억원8월 대비 2조6911억원, 2.8% 증가역대 최대치인 지난 2월(2조7034억)과 비슷한 수준 나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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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나타나던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지방으로 번지는 가운데 지난달 전세대출 증가 폭이 크게 늘었다. 전세 매물이 사라지고 전셋값이 치솟아 나타나는 결과로 풀이된다.11일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세대출 잔액은 99조162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8월(2조6911억원) 대비 2.8% 증가한 수준이다.특히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16년 이후 역대 최대치인 지난 2월(2조7034억)과 비슷한 수준이다.신용대출로 전세값 인상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은행의 설명을 고려하면, 더 많은 대출 수요가 있었을 것이란 게 해석이 많다. 신용대출은 최고금리가 낮아진 데다 관련 절차가 간편하다.올 들어 5대 은행 전세대출 증가 폭을 보면 지난 2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뒤 3월 2조2051억원, 4월 2조135억원, 5월 1조4615억원, 6월 1조7363억원으로 차츰 줄었다. 그러다 지난 7월 2조201억원으로 다시 늘어난 뒤 다음달 2조4157억원까지 상승세를 나타냈다.지난 3개월간 전세대출이 급증한 것은 전셋값 상승이 원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3월 개학 전 학부모 이사 수요가 몰리는 연말·연초 성수기가 아닌 7~9월에 전세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해 기존 주택에 눌러앉는 수요가 많아 전세 매물이 부족해져 거래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기도 하다.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아파트 전세 계약 건수는 5055건으로 올 들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경기도 전·월세 거래량 역시 지난 8월 1만4970건, 9월 1만1797건으로 크게 줄었다.전세 매물 및 거래가 급감한 가운데 전셋값은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종합 전셋값은 0.53% 올라 2015년 4월(0.59%) 이후 가장 많이 상승했다. 이뿐 아니라 12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정부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6·1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전세대출을 제한하기로 하고, 지난 7월 10일부터 규제 지역에서 시세 3억원 넘는 아파트를 사면 기존 대출을 갚도록 했다.이와 함께 9억원이 넘는 주택 보유자는 전세대출 보증을 제안했는데, 지난 7~9월 전세대출 수치를 보면 당초 기대와 달리 전세대출 감소로 이어지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른바 ‘갭투자’를 차단하고 실수요자 위주로 전세대출이 이뤄지게 했으나 더 증가한 것은 결국 ‘전셋값 상승’이 원인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셋값이 단기적으로 많이 올라와 있는 상황”이라며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 같다”고 답변한 바 있다.일각에선 전세대출이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세보증금을 크게 올려 연장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며 “이에 전세대출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