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주식·중소기업 전방위 증세에 허리휘는 민심대주주 양도세 개편시 추가세수 1조5000억원 달해재산세를 왜 정부·여당이 결정? 지자체 불만 폭발
  •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기재위 종합감사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자료사진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기재위 종합감사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자료사진
    증세를 기반으로 한 정부의 각종 세제개편이 진통을 겪고 있다. 가파르게 오르는 조세부담에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여당이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재산세, 대주주 양도소득세, 개인유사법인 유보세 등이 대표적인데 민주당은 내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속도조절을 요구하고 있다.

    재산세 감면 기준 완화 목소리에도 정부 '요지부동'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높아지면서 부쩍 오른 재산세 탓에 시작된 1주택자 감면 논란은 가장 치열한 쟁점이다.

    정부는 1주택자에 한해 재산세 감면 기준을 공시가 6억원 이하 주택에만 적용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9억원 이하를 주장하고 있다.

    2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YTN의뢰로 실시한 조사결과 전국민의 51.2%는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동의한다는 응답은 40.7%로 반대 의견보다 다소 적었다. 특히 수도권 주민의 52.6%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39.8%는 동의한다고 답해 수도권 주민들의 반대율이 높았다. 가파르게 오른 수도권 집값에 주택 보유자들의 조세부담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수도권 민심에 민주당은 1주택자 재산세 감면 범위를 9억원 이하 주택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지만 정부입장은 완강하다. 당정은 전날인 1일 저녁 긴급 회동을 갖고 머리를 맞댔지만 최종결론이 도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은 6억원 이상 9억원 이하 주택보유자에 대해 감면폭을 줄여서라도 적용해야 한다는 절충안을 내놨지만, 정부는 부정적 견해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 입장이 생각보다 완강한 것을 알고 있다"며 "지난번 금융투자소득세 공제액 확대나 추경예산 증액 등과는 다른 태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의 요지부동에 당내에서도 이번에는 여당이 일부 양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방정부 사회복지 예산 평균이 40%로 복지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기초 지자체의 부담이 가파르다"며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재정부담 전가는 차단돼야 한다"고 했다. 재산세는 지자체의 주요 세원인 만큼 정부와 여당이 정치적으로 정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인 셈이다.
  • ▲ 재산세 감면 대상 논란ⓒ연합뉴스
    ▲ 재산세 감면 대상 논란ⓒ연합뉴스
    대주주 과세기준 3억원, 개인유사법인 유보세 부과도 '동상이몽'

    주식 양도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에 대한 당정간 이견도 절충점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기존 방안인 한 종목 3억원 이상 보유자에서 5억원 이상으로 완화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은 과세 시점을 내년1월에서 2023년으로 유예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23년까지 증권거래세가 단계적으로 인하되고 금융투자소득세가 신설되는 시점과 맞춰 과세하자는 명분이지만, 내년 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을 치른 뒤로 미루자는 정치적 속내도 엿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부터 증권거래세가 줄어드는 만큼 대주주 양도소득세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회 예결위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분석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3억원 이상 대주주에게 양도소득세를 걷을 경우 추가세수는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입장에선 증권거래세 인하에 따른 세수감소 2조5000억원 가량을 메울 유일한 대안이란 분석이다.

    오너 일가 지분율이 80%가 넘는 기업의 유보소득에도 과세하는 개인유사법인 과세제도도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실현되지 않은 소득에 대해 미리 세금을 부과한다는 점에서 업계 반발도 만만치 않은데다, 여권도 마뜩찮은 표정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고용진 기재위 조세소위원장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절반은 가족기업"이라며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대해 과세하는 것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제개편을 두고 당정간 이견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야 할 시점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정부가 금융투자소득세를 신설하는 과정에서 기본공제 한도를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한 것도 문 대통령이 "주식시장을 받치고 있는 개미 투자자들을 응원해야 할 시기"라는 언급 이후 정리된 사안이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어떤 근거든, 근거를 가지고 고민한 흔적이 찾아지지를 않으니 도대체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세원 확보 노력도 정도껏, 큰 원칙은 지켜가면서, 부작용을 점검해가면서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