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위 "근본적 검토 필요…확장성 제한 등 보완 필요"부산 가덕도案 힘 실릴 듯…전문가 "뾰족한 대안 없어"비용문제 불거지나…김해신공항 6兆 vs 가덕도案 10兆전문가도 예타 의견 분분…文정부 '면제카드' 꺼내나
  • ▲ 김해신공항 타당성 검증 결과 설명하는 김수삼 검증위원장.ⓒ연합뉴스
    ▲ 김해신공항 타당성 검증 결과 설명하는 김수삼 검증위원장.ⓒ연합뉴스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사업이 추진됐던 김해공항 확장안(이하 김해신공항)이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의 결론이 나왔다. 사실상 김해신공항 추진이 백지화 순서를 밟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항공분야 전문가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한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이 밀어붙이는 가덕도 신공항이 대안이 될 거라는 견해가 많다. 전문가들은 가덕도 신공항이 추진될 경우 비용증가 문제, 특히 국비 지원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 추진과 면제가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검증위는 17일 동남권 신공항으로 추진됐으나 안전 문제가 제기된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에 대한 검증결과를 발표했다.

    검증위는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이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다고 봤다. 확장성 등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부산시와의 협의가 확인되지 않으면 사실상 산을 깎아 공항을 건설하는 게 어렵다는 법제처의 공항시설법 유권해석을 고려할 때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김수삼 검증위원장은 "비행절차 보완과 서편유도로 조기설치 필요성은 물론 확장성 제한, 소음범위 확대 등 사업 확정 당시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던 사항이 확인됐다"며 "국제공항의 특성상 각종 환경의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면에서 매우 빡빡한 기본계획이라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기본계획 수립 때 경운산, 오봉산, 임호산 등 진입표면 높이 이상의 장애물에 대해 절취가 필요하나 이를 고려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법의 취지에 어긋나는 오류가 있었다"고 했다. 김해신공항 건설을 위해선 원칙적으로 산악 장애물을 깎아내야 하고 이를 예외적으로 내버려 두려면 관계행정기관(부산시)의 협의요청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부산시의 동의 없이는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 ▲ 김해공항 계류장.ⓒ연합뉴스
    ▲ 김해공항 계류장.ⓒ연합뉴스
    검증위가 사실상 김해신공항 건설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면서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은 다시 격랑에 빠져들게 됐다. 당장 부산시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다시 이 문제를 정치적 이슈로 삼을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그동안 동남권 신공항 건설사업은 정치 논리에 따라 부침을 겪었다. 시작은 2006년 12월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부권 신공항 문제를 공식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였다. 이후 이명박 정부 때 백지화됐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 때 공약으로 내걸면서 부활했다.

    지난 2016년 정부의 신공항 입지 평가를 앞두고는 영남지역 5개 지방자치단체가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방선거를 치른 뒤 정치적 셈법에 따라 합의를 헌신짝 버리듯 뒤집으면서 논란만 키워왔다. 2018년 7월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또 급변했다. 오 전 시장은 선거 당시 신공항 문제를 선거 쟁점으로 부각하는 데 성공하면서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오 전 시장을 필두로 부울경은 이후 김해신공항의 안전문제 등을 집중 거론했고, 부산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총리실 차원의 타당성 검증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당시 이낙연 총리는 "(신공항을 둘러싼) 지역갈등 상황을 장기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결론을 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총리실 검증은 지지부진했고 일각에선 이면에 정치적 셈법이 작동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항공분야 전문가들은 공항 같은 대규모 국책사업은 정치적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송기한 한국교통연구원 항공교통연구본부장은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의 경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결정이 달라져 30년 가까이 걸렸다"고 부연했다.

    2016년 동남권 공항으로 경남 밀양을 밀었던 대구·경북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벌써 커지고 있다. 대구시의 경우 검증위 결과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정부가 입만 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던 김해신공항이 갑자기 문제가 생기고 가덕도로 옮기겠다는 천인공노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따로 새로운 입지가 나오기 어렵다며 사실상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추진될 개연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대구·경북은 경북 군위·의성에 조성될 대구통합신공항이 있으니 흐름상 부울경은 가덕도를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고 했다.

    논란은 이제 건설비용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전문가는 "이제 비용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를 수 있다"면서 "과거 밀양은 주변에 산이 많아 깎아내야 했고 가덕도는 바다를 메워야 했는데 추산 비용이 각각 밀양은 8조~9조원, 가덕도는 10조원쯤으로 큰 차이는 나지 않았다"면서 "문제는 김해신공항 사업비보다 2배쯤 늘어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예타 당시 결과 김해신공항 건설은 총사업비 규모 5조9600억원이 들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전문가는 예타를 다시 시행해야 한다는 견해다. 한국항공대 김병종 교수는 "재원문제는 따질 필요가 있다"면서 "김해신공항은 예타를 추진해 비용대비편익(경제성)을 따졌지만, 다른 후보지는 그렇지 않았으므로 예타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 교수는 "(현 정부가) 예타 면제 카드를 꺼낼지가 변수"라고 덧붙였다.

    예타가 큰 의미가 없을 거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서대 노건수 교수는 "어차피 남부권의 항공수요는 있다고 나올 것"이라며 "예타를 면제하고 사업추진 속도를 높일 필요도 없잖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로 촉발된 항공수요 회복이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경우 지난 9월께 코로나19 팬데믹(범유행) 이전인 지난해 수준으로 항공수요가 회복하려면 오는 2025년은 돼야 한다는 분석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한편으론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 중인 백신의 예방률이 90%를 웃돌면서 게임체인저가 될 거라는 전망도 있지만, 항공수요 예측에 관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 ▲ 지난해 2월13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혁신전략 보고회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 뒤쪽으로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함께 입장하고 있다.ⓒ뉴시스
    ▲ 지난해 2월13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혁신전략 보고회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 뒤쪽으로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함께 입장하고 있다.ⓒ뉴시스
    한편 국토교통부는 "검증위 검증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태도다. 국토부는 이날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앞으로 총리실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후속조치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국토부는 이번 검증위 검증결과에 에둘러 아쉬움도 드러냈다. 국토부는 먼저 검증결과 수용의사와 관련해 "지난해 6월 부울경 3개 단체장과 합의한 합의문에 따라 결과를 수용한다"고 전제했다. 이는 검토결과를 따르기로 한 합의문 내용만 아니면 할 말이 없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국토부는 "2015년 영남권 5개 시도지사 합의에 따라 해외 전문기관인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의뢰해 이듬해 6월 김해신공항을 동남권 관문공항의 최적 입지로 확정하고 기본계획을 검토해왔다"면서 "국내외 기준과 전문가 등을 통해 산악장애물을 깎아내지 않아도 안전한 비행절차를 수립할 수 있다고 검토됐고 (그에 따라) 산악장애물을 존치하는 것으로 계획안을 마련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