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무역분쟁 격화 위기와 기회 공존메모리반도체 수요 부진-공급과잉에 부진 지속4차산업 개화 및 첨단공정 개발 파운드리 성장세반도체업계 인수합병 활발… 120조 규모로 사상 최대잇따른 사업 재편 영향 반도체 '슈퍼호황기' 재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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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국내 대표 산업인 반도체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했던 한 해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반도체 가격 하락은 올해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반도체 업계의 고민을 깊게 했다. 

    올해 초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도 극에 달하며 시장의 급격한 위축을 불러일으켰다. 

    유례를 찾기 힘든 위기 상황에서도 기회는 존재했다.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의 본격적인 개화와 첨단 공정 개발로 파운드리 시장은 주목을 받았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인수합병(M&A)도 활발했다. 업계는 위기 돌파와 시장 생태계 변화에 발맞춰 잇따라 인수합병을 시도하며 올해 M&A 규모도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이에 명암이 오간 올해 반도체 업계에 주요 이슈를 짚어봤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향 범용제품의 D램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하락세를 걸었다. 

    3달러 선까지 내려온 반도체 가격은 올해 1월 2달러 후반대로 내려왔다. 오는 상반기까지 증가세를 유지하다 3달러 선을 회복하긴 했지만 지난 10월 전월대비 8.9% 하락한 2.85달러를 기록하며 2달러 선으로 추락했다. 

    당초 업계는 가격 상승세가 이뤄질 때만 하더라고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이런 기대감은 코로나19와 미중 무역분쟁이 고조되며 우려를 낳았다. 

    글로벌 국가들의 코로나19 대응으로 봉쇄조치에 돌입하자 반도체 업계의 최대 수요처인 PC 시장과 스마트폰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지난 10월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1억2451만대로 전년동월 대비 9% 감소해 역성장을 보였다. 지난 9월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성장세로 전환됐지만 불과 1개월 만에 다시 역성장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11% 감소한 12억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가 부진하다 보니 제조사들의 반도체 재고소진도 더뎠다. 공급과잉 상황이 지속되며 올해 반도체 가격이 2~3달러 수준에서 상승 여력을 갖기 힘든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으로 화웨이 제재 효과가 시장에 반영된 점도 업황 부진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화웨이는 글로벌 2위 스마트폰 제조사다. 화웨이의 반도체 구매액은 208억 달러로 애플(361억 달러)과 삼성전자(334억 달러)에 이어 3위를 기록했지만 수입이 가로막히며 업황 약세를 이끌었다. 

    그나마 코로나19 영향으로 재택근무와 화상회의 활성화로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점은 가격 하락폭을 상쇄했다. 

    올해 1분기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용하는 미국의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 '빅4' IT 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는 40% 급증했다.

    이 같은 메모리 반도체의 부진과 달리 파운드리는 성장세를 보였다. 첨단공정 개발과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며 미래 사업 구축에 속도가 이뤄졌다. 

    이는 고부가가치 품목 증가와 첨단 공정 개발이 맞물린 덕분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고성능컴퓨팅(HPC) 등 분야가 발전하면서 수주 물량이 급증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전년대비 23.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53.9%를 차지하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뒤를 이어 삼성전자(17.4%)가 추격하는 형국이다. 

    올해 4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은 37억1500만 달러(약 4조308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대만의 TSMC는 같은 기간 지난해보다 21% 증가한 125억5000만 달러(약 13조6293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4차산업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기 위한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했다. 이를 위해 업계는 M&A를 적극 활용했는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업계의 M&A 규모는 120조원으로 전년대비 265% 급증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인 AMD는 특수 반도체를 만드는 자일링스(Xilinx)를 39조원에 인수했으며 엔비디아는 영국 반도체 개발 기업 ARM(암홀딩스) 인수를 발표했다. 

    매각 대상은 지분 전량이며 최대 400억 달러(약 47조원)에 달한다. ARM은 1990년 영국에서 설립된 회사로 반도체 기본 설계도를 만들어 반도체 기업에 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제품군은 모바일 프로세서(AP), 서버용반도체, AI(인공지능) 반도체 등 다양하다.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메모리 사업 부문인 낸드 부문을 10조3104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부문은 인텔의 SSD 사업 부문과 낸드 단품 및 웨이퍼 비즈니스, 중국 다롄 생산시설을 포함한 낸드 사업 부문 전체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 인수는 한국 반도체 M&A 역사 상 손에 꼽히는 수준의 큰 규모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빅들이 새롭게 열리는 시장을 발 빠르게 감지하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시장 재편에 따른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2017∼2018년에 나타난 반도체 슈퍼 호황기가 재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매출이 올해보다 8.4% 증가한 4694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 매출은 올해보다 13.3% 증가한 1353억달러(약 147조원)로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미국 측의 소송과 제재 영향으로 중국 측의 메모리 산업 진입과 파운드리 선단공정 진입이 어려워진 만큼 중국발 공급과잉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미국 마이크론의 대만 공장 정전 발생도 공급 과잉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지난 3일 대만에 위치한 마이크론의 D램 생산설비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정전은 복구됐지만 생산 측면에서 최소한 며칠 간의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설비의 경우 마이크론의 생산설비 4곳 중 규모가 가장 크고, D램 생산 능력의 35.2%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D램의 CIS(이미지센서) 및 차세대 D램 공정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공급부족을 이끌 수 있다는 전망이다.

    올 연말부터 D램 공급 업체들의 CIS 공정 전환이 재개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가 올 한해 CIS 시장 수요에 악영향을 끼쳤지만, 2021년에는 '5G 스마트폰과 고화소 카메라의 수요 증가'가 그 동안 주춤했던 CIS 수요 증가가 예측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2021년부터 본격화될 DDR5 시장의 성장도 D램의 웨이퍼 투입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DDR5는 2021년 하반기부터 PC와 서버용으로 응용처가 확대돼 2023년 상반기에는 D램 전체 시장의 90% 수요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D램 공급 업체들은 2021년 상반기부터 DDR5 생산을 위한 공정 전환에 나서야만 하며 해당 과정에서 기존 공장의 생산성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D램 고정 가격이 내년 1분기부터 상승하기 시작하며, 시장의 일반적인 예상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