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백 대표, 오는 3월 23일 임기 만료코로나19 타격 부진한 성적에 연임 악재한화그룹 금융 계열사 대비 실적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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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투자증권이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권희백 대표 연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역대 한화투자증권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재임기간이 길지 않은 상황에서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들에 비해서도 실적이 부진한 점이 눈에 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999억원, 67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0.6%, 31.9% 감소했다.증시 거래 규모 증가로 WM(리테일)부문 수익이 증가한 반면, IB(기업금융) 및 트레이딩 부문에서 수익이 줄어든 영향이다.분기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1분기 361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13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코로나19 여파로 주가연계증권(ELS) 조기상환이 지연돼 수수료 수익이 감소했고 헤지 비용이 증가하면서 전사 실적을 끌어내렸다. 2분기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3개 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왔지만, 연간 기준 실적은 2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이 같은 실적 부진은 다음달 임기 만료를 앞둔 권 대표의 연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권 대표가 한화투자증권의 수장을 맡게 된 것은 지난 2017년 7월이다. 지난 1988년 한화증권에 입사해 영업부터 기획, 자산운용, 리스크 관리 등의 업무를 섭렵한 전통 증권맨으로서, 한화투자증권의 수익성 개선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 받았다.한화투자증권은 지난 2016년 영업손실 1928억원, 당기순손실 1607억원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뒤 이듬해 1분기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앞서 여승주 전 대표(현 한화생명 대표)가 재임 기간 동안 조직 안정과 내실 경영을 추진하며 재도약의 기반을 다져온 만큼 후임으로 선임된 권 대표의 책임이 막중했다.취임 첫 해인 2017년 영업이익 645억원, 당기순이익 541억원을 거두며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2018년에도 전 분기 흑자 기조가 이어졌다. 당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972억원, 72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8%, 30% 뛰었다. 아울러 한화자산운용의 1000억원 유상증자 참여를 이끌어 내면서 자본 확충에도 나섰다.투자전문가 권 대표의 활약은 연임으로 이어졌다. 지난 2019년 2월 첫 번째 임기 만료를 앞두고 권 대표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만장일치로 최고경영자로 추천 받았다. 특히 실적 개선을 이끌어 온 점이 권 대표의 최대 치적으로 평가받았다.당시 중국 에너지기업인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과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로 소송전에 휘말리며 연임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도 나왔지만, 호실적에 힘입어 재선임에 성공했다.결국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해진 실적이 두 번째 임기의 유일한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등 그룹 내 금융 계열사들이 코로나19 불황을 딛고 양호한 실적을 시현한 점도 비교 대상이다.지난해 한화생명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313.7% 늘어난 2427억원으로 집계됐다. 한화손해보험 등 연결 자회사의 이익 증가도 수익성 향상에 기여했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482억원을 거두며 전년 대비 흑자로 전환했다.증권업계 전반이 증시 호황으로 역대급 실적 기록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지난해 1분기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곳은 한국투자증권(-1339억원), 한화투자증권(-361억원), KB증권(-146억원), SK증권(-101억원), KTB투자증권(-36억원), 교보증권(-20억원) 등 6곳이다. 연간 실적을 발표한 증권사 중 뒷걸음질 친 곳은 한화투자증권과 SK증권이다. 당기순이익이 각각 31.9%, 58.8% 추락했다.역대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의 평균 재임 기간이 2년 안팎으로 길지 않은 것도 변수다. 2000년 이후 대표직을 거친 6명 임원의 평균 임기는 1.9년에 그쳤다. 권 대표가 임기를 모두 채울 경우 총 3년 9개월로 최장수 CEO가 될 것으로 보인다.한편 권 대표는 두 번째 임기 동안 성장성 높은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을 추진하고, 고객 중심의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