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원내대표 최고위회의서 "발상의 전환 필요" 강조김종민 최고위원 "기재부 판단만 옳다는 확신 절제해야"홍 부총리 "국가별 상황 다르고 우리도 재정부담 굉장히 올라가"野, 北원전 문건에 화력 집중… "공무원 신내림, 文神인가 北神인가"정세균 총리 "비핵화 논의에 후속조치 검토 안하면 직무유기" 논란 예상
  • ▲ 대정부질문 답변하는 홍남기 부총리.ⓒ연합뉴스
    ▲ 대정부질문 답변하는 홍남기 부총리.ⓒ연합뉴스
    제4차 재난지원금 선별·보편 지급 병행과 관련해 여당과 재정 당국의 견해차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은 5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겨냥해 재정 투입 확대를 재차 압박했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곳간지기'로서의 소신을 꺾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도 당정 간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청와대가 언제쯤 교통정리에 나설지 주목된다.

    5일 오후 진행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홍 부총리는 코로나19(우한 폐렴)로 고통을 겪는 소상공인 등을 지원하기 위한 4차 재난지원금 선별·보편 지급 병행과 관련해 "재정 당국이 재정 건전성을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존중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확장 재정을 촉구하는 민주당 김병욱 의원의 질의에 "정부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재정이 적극 노력을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이후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실천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재정을 맡은 입장에서 재정의 수지나 국가 채무, 재정건전성 문제를 같이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도 존중해주셨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홍 부총리는 친여성향의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주요 선진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언급하며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낮다고 지적하자 "국가채무 비중은 어느 나라보다 건전하다고 말씀드린다"면서 "다만 지난해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느냐를 가지고 나라가 들썩했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가 되면 60%에 육박하게 된다. 채무비중 말고도 재정 적자와 회복 가능성 등을 고려치 않을 수 없다. 기재부 장관으로 당연히 해야 할 몫이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이 독일은 2009년 재정준칙 도입 후 낮아진 부채가 지난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재정의 역할이 커지며 급작스럽게 올라갔다고 하자, 홍 부총리는 "우리도 굉장히 높게 올라갔다"며 "국가채무비율이 너무 올라가 재정준칙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던 것"이라고 응수했다. 김 의원이 다시 일본은 직접·대출·행정 지원을 총동원해 사업체별로 최대 1억원까지도 지원한다며 재정건전성만을 중시하는 게 적절하냐고 묻자, 홍 부총리는 "국가별로 셧다운 정도, 확진자 수와 피해 규모, 성장 낙폭 등이 다르다"며 "현금 지원만을 가지고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재정·금융 지원을 포함하면 (우리나라는) 13위 정도로 중상위권이다"고 답변했다.
  •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 회의를 열고 4차 재난지원금 보편·선별지급 병행에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낸 홍 부총리를 겨냥해 기선제압에 나섰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위기엔 재정 역할을 더 강화해 국민 삶과 경제를 지켜야 한다"며 "과거의 방식과 기준대로는 코로나19 위기에 대처할 수 없다. 발상의 전환과 대담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재난지원금 관련 질문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홍 부총리를 압박하고 나선 셈이다. 또한 '발상의 전환' 등의 표현은 홍 부총리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홍 부총리가 애용하는 표현을 되돌려주며 재정의 확대 투입을 촉구한 것이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기재부가 예산담당 부처로서 어려움을 얘기할 수 있다"면서도 "기재부 판단만 옳다는 자세는 예산 결정에 대한 헌법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부총리가 지난 2일 이낙연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직후 페이스북에 여당의 선별·보편지급 병행 방침에 반대하는 글을 올린 것과 관련해 "(홍 부총리는) 표현을 절제했다고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재부의 실무판단만이 옳다는 자기 확신을 절제하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양향자 최고위원도 "경제수장이 당정 회의라는 회의체를 무시하고 공개적으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세련되지도, 정무적이지도 않다"고 거들었다.

    그동안 홍 부총리는 당정 간 마찰음이 날 때마다 소신을 꺾어 '홍백기' '홍두사미'란 별명을 얻었다. 이 때문에 이날 홍 부총리가 '곳간지기'로서 재난지원금 논란에 소신을 지킬지, 아니면 한발 뒤로 물러날지가 대정부질문의 최대 관전 포인트로 꼽혔다. 홍 부총리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도덕경에 나오는 '그침을 알아 그칠 곳에서 그친다'는 뜻의 지지지지(知止止止) 표현을 썼던 터라 이번엔 '곳간지기'로서 직을 걸고 배수진을 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낳았다.

    결과적으로 홍 부총리가 여권의 집중 공세에도 소신을 접지 않으면서 당분간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당정 간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관심은 이번 논란에 기름을 부은 청와대가 언제쯤 교통정리에 나설지에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4차 지원금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 "소상공인을 두텁게 지원하는 선별지급 방식이 맞다"고 했다가 불과 2주 만에 "추가적인 지원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태도를 바꿨다.
  • ▲ 경제 대정부 질문 답변하는 정세균 총리.ⓒ연합뉴스
    ▲ 경제 대정부 질문 답변하는 정세균 총리.ⓒ연합뉴스
    한편 이날 야당인 국민의힘은 산업통상자원부의 북한 원전건설 추진 문건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간 엇박자를 부각하는 데 화력을 집중했다.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은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를 향해 "신내림 받은 산업부 서기관이 기밀문서를 삭제하고 구속 중"이라며 "그 신이 청와대의 '문신'인지, 북한에 있는 '뽀요이스(pohjois·북쪽이라는 핀란드어) 신'인지 국정조사를 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이 발언에 거세게 반발했다. 한 의원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정상 간에 원전 이야기를 했던 것 아니냐"며 "아니면 북한의 김정은도 신내림을 받았느냐"고 덧붙였다.

    한 의원은 정 총리가 남북 정상회담 때 북에 건넨 USB 공개와 관련해 "국익에 합치하지 않는다"며 반대 뜻을 밝히자 "김정은에게 준 자료를 국민에게는 공개하지 못하는 건 우리 국민이 김정은보다 못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반격했다.

    정 총리는 답변 과정에서 기존의 정부 해명과 결이 다른 설명을 해 눈길을 끌었다. 정 총리는 "한국과 미국, 북한은 비핵화 논의를 계속해왔고 비핵화가 된다면 상응할 조치를 취할 준비를 해왔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무슨 조치를 할 수 있는지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는 게 당연하다. 관련 기관에서 검토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다면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정부는 논란이 된 해당 문건 작성을 청와대가 지시한 적 없으며 산업부 공무원이 개인적으로 한 일이라고 해명해왔다. 정 총리 설명대로면 관련 문건을 부처 차원에서 검토하지 않은 산업부는 직무를 유기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