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르노삼성등 비상등'희망퇴직·자산매각·가동중단·철수설' 첩첩현대차·기아, 한국GM만 체면치레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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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발 성과급 논란이 일단락된 가운데 이를 지켜보는 완성차업계는 마냥 부러운 눈치다.

    성과급은 고사하고 생존마저 장담하기 어려운 극한 상황으로 치닫는 업체들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연봉 최상위를 다투던 업종이었지만, 이젠 다 과거 얘기일 뿐이라며 한숨섞인 말들만 오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개사 가운데 지난해 성과급을 수령한 곳은 현대차, 기아와 한국지엠 세 업체 뿐이다.

    성과급 규모조차 예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임단협을 타결하며 임직원들에게 경영 성과금 150%에 격려금 120만원을 지급했다. 전년 '성과금 150%+격려금 300만원'보다 50% 이상 줄어든 규모다.

    기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기아 직원들이 지난해 수령한 성과급은 '경영 성과금 150%+격려금 120만원'으로 현대차와 같다. 역시 전년 '성과금 150%+격려금 320만원'과 비교하면 대폭 감소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400만원으로 완성차 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성과급을 받았다. 경영 실적은 여전히 적자였지만, 임단협에 반대해 15일간 부분파업까지 단행하며 성과급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르노삼성과 쌍용차는 성과급을 아예 받지 못했다. 하지만 면면히 따져보면 상황은 조금 다르다.

    르노삼성은 2020 임단협을 여전히 매듭짓지 못하고 있어, 임단협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일부 받을 수도 있다.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8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며, 서바이벌 플랜 등 비용 줄이기에 만전을 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직원들의 희망퇴직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라 성과급 수령은 언감생심이라는게 업계 대체적인 시각이다.

    쌍용차에 비하면 르노삼성은 그나마 나은 처지다.

    쌍용차는 지난해 12월 외국계 금융사에게 600억원의 대출금을 갚지 못한 것이 발단이 돼 회생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지금은 P플랜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해관계자들의 비협조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 1월에는 예병태 사장이 사내 게시판에 1~2월 급여를 절반만 지급하겠다고 공지했다. 직원들의 월급 절반으로 협력사 부품대금을 지급하며 근근히 가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쌍용차는 현재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는 상황이라 성과급은 당분간 생각조차 할 수가 없다.

    완성차 성과급 규모가 대폭 축소된 배경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판매감소가 크게 자리하고 있다.

    완성차 5개사의 2020년 판매는 전년(792만7515대) 대비 12.4% 감소한 694만2886대를 기록했다. 판매대수로는 약 100만대 가까이 줄었다.

    동기간 5개사의 내수 판매는 160만7035대로 4.8% 증가했다. 현대차, 기아가 내놓은 신차가 인기를 얻으며 내수 확대를 이끌었다. 반면 해외 판매는 533만5851대로 16.6% 감소했다.

    판매감소가 경영실적으로 이어졌고, 이는 곧 임직원들의 성과급 축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만도 하다. 통상적으로 성과급은 전년도 경영실적에 기반해 책정된다.

    다시 말해 지난해 성과급은 2019년 경영실적에 따라 매겨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기업들은 코로나 여파로 긴축경영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성과급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일례로 2019년 현대차의 매출은 사상 최초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또한 2018년 대비 각각 35%, 50% 급증했다.

    이거만 놓고 보면 현대차의 지난해 성과급은 2019년보다 늘어야 하는게 정상이다. 하지만 사측은 코로나 여파를 이유로 성과급 규모를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완성차 업계도 한때 잘나가는 시절이 있었다.

    지난 2014년에만 해도 현대차 직원들은 경영 성과급 450%에 격려금 870만원을 수령했다. 자동차 뿐만 아니라 산업 전체로 확대해도 상위권에 랭크됐다.

    이제는 과거일 뿐이라 말한다. 올해 역시 업황으로 볼 때 많은 성과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반도체 등에서 불거진 성과급 논란은 먼 나라 얘기일 뿐이라는 자조섞인 한탄만 가득하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침울한데 타 업종에서 성과급 논란까지 일자 분위기가 더 좋지 않다"며 "완성차 업계를 떠나 성과급 규모가 큰 업종으로 이직하려는 움직임도 심심찮게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