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 5 양산 나섰지만 '일자리 문제'는 진행형내연기관 대비 부품 수도 3분의 1 불과노조 강경 입장… 새 해법 찾아야
  • ▲ 지난해 11월 만난 현대자동차 경영진과 노동조합지부장. 사진 왼쪽부터 공영운 현대차 사장,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기아 연구개발본부장(사장), 이상수 현대차 노조지부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하언태 현대차 사장, 이원희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현대차
    ▲ 지난해 11월 만난 현대자동차 경영진과 노동조합지부장. 사진 왼쪽부터 공영운 현대차 사장,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기아 연구개발본부장(사장), 이상수 현대차 노조지부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하언태 현대차 사장, 이원희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현대차
    전기 자동차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가 일자리 문제를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전기차는 구조가 단순해 생산 인력이 덜 필요한데, 고용 안정을 보장하라는 노동조합(노조) 요구에 다툼이 점화되는 모양새다.

    아이오닉 5로 주도권 잡기가 이제 막 시동을 켠 시점에서 기아 EV 6(프로젝트명 CV) 등의 생산 갈등을 하루라도 빨리 풀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어서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11일 밤샘 회의 끝에 아이오닉 5 생산에 투입될 인원 수(맨아워) 합의에 성공했다.

    이번 합의로 현대차는 전기차 사업을 좌지우지할 열쇠를 쥔 아이오닉 5 양산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노사는 울산 1공장의 일부 근로자를 다른 곳에 배치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측은 당초 지난달 중순께 아이오닉 5 양산에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노조와의 이견이 켜 일정이 늦어졌다.

    노사 간 가장 뜨거운 쟁점은 ‘일자리’다. 전용 플랫폼(E-GMP) 기반 전기차는 내연기관보다 부품 수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엔진이 모두 사라져 3만여 개에 달하는 부품 수가 1만9000여 개로 줄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전기차 비중이 커질수록 잉여 인력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력은 30% 정도 감축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일자리 위기감에 휩싸인 이유다. 아이오닉 5를 둘러싸고 노조는 인력 감소 폭을 줄이기 위해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사측은 일찌감치 노조에 2025년이 되면 생산 인력을 배치할 곳 중 최소 7000여 개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아이오닉 5 맨아워 문제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당장 하반기 나올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전기차 JW도 아이오닉 5와 똑같은 과정을 밟아야 한다. 현대차 노사 간 단체협약에 따르면 신차는 양산에 앞서 맨아워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기아는 노사가 더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는 이달 중 전기차 EV 6를 세계 최초로 공개할 예정이다. 오는 7월에는 국내뿐 아니라 유럽 시장에서 본격 판매에 들어간다. 모빌리티(이동수단) 기업으로 전환하는 첫 발걸름이다.

    다만 노조의 강경 태도에 비춰보면 맨아워 합의가 제때 진척될지는 미지수다. 노조는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에서 정년 연장과 전기차 핵심 부품 직접 생산을 강하게 요구한 바 있다. 특히 현대모비스의 공장 신설에 정면으로 반발, 전기차 부품을 직접 만들게 해달라 주장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전기차 시대를 맞아 고용 문제가 전면에 대두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얼마나 충돌을 줄이고 출시 및 판매에 속도를 내는지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양산, 소비자 인도가 늦어질수록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구매보조금을 놓치고, 경쟁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아이오닉 5, EV 6 등은 첫 번째 전용 전기차로 미래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승부수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5를 시작으로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해 2025년 연 56만대 판매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기아의 경우 2026년까지 총 11개의 전기차를 내놓고 2023년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