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 5 양산 나섰지만 '일자리 문제'는 진행형내연기관 대비 부품 수도 3분의 1 불과노조 강경 입장… 새 해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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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자동차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가 일자리 문제를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전기차는 구조가 단순해 생산 인력이 덜 필요한데, 고용 안정을 보장하라는 노동조합(노조) 요구에 다툼이 점화되는 모양새다.아이오닉 5로 주도권 잡기가 이제 막 시동을 켠 시점에서 기아 EV 6(프로젝트명 CV) 등의 생산 갈등을 하루라도 빨리 풀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어서다.현대차 노사는 지난 11일 밤샘 회의 끝에 아이오닉 5 생산에 투입될 인원 수(맨아워) 합의에 성공했다.이번 합의로 현대차는 전기차 사업을 좌지우지할 열쇠를 쥔 아이오닉 5 양산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노사는 울산 1공장의 일부 근로자를 다른 곳에 배치할 것으로 전해졌다.회사 측은 당초 지난달 중순께 아이오닉 5 양산에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노조와의 이견이 켜 일정이 늦어졌다.노사 간 가장 뜨거운 쟁점은 ‘일자리’다. 전용 플랫폼(E-GMP) 기반 전기차는 내연기관보다 부품 수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엔진이 모두 사라져 3만여 개에 달하는 부품 수가 1만9000여 개로 줄기 때문이다.다시 말해 전기차 비중이 커질수록 잉여 인력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력은 30% 정도 감축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일자리 위기감에 휩싸인 이유다. 아이오닉 5를 둘러싸고 노조는 인력 감소 폭을 줄이기 위해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왔다.사측은 일찌감치 노조에 2025년이 되면 생산 인력을 배치할 곳 중 최소 7000여 개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업계에서는 아이오닉 5 맨아워 문제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당장 하반기 나올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전기차 JW도 아이오닉 5와 똑같은 과정을 밟아야 한다. 현대차 노사 간 단체협약에 따르면 신차는 양산에 앞서 맨아워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기아는 노사가 더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는 이달 중 전기차 EV 6를 세계 최초로 공개할 예정이다. 오는 7월에는 국내뿐 아니라 유럽 시장에서 본격 판매에 들어간다. 모빌리티(이동수단) 기업으로 전환하는 첫 발걸름이다.다만 노조의 강경 태도에 비춰보면 맨아워 합의가 제때 진척될지는 미지수다. 노조는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에서 정년 연장과 전기차 핵심 부품 직접 생산을 강하게 요구한 바 있다. 특히 현대모비스의 공장 신설에 정면으로 반발, 전기차 부품을 직접 만들게 해달라 주장하기도 했다.한 관계자는 “전기차 시대를 맞아 고용 문제가 전면에 대두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얼마나 충돌을 줄이고 출시 및 판매에 속도를 내는지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양산, 소비자 인도가 늦어질수록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구매보조금을 놓치고, 경쟁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현대차와 기아의 아이오닉 5, EV 6 등은 첫 번째 전용 전기차로 미래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승부수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5를 시작으로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해 2025년 연 56만대 판매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기아의 경우 2026년까지 총 11개의 전기차를 내놓고 2023년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