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대 매출 2년만에 2조대로 급락자원개발·항만개발 부진 겹쳐… 그룹 지원도 약화"GS엔텍 영업권 손상, 자원개발 일회성 평가손실"
  • ▲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GS그룹의 종합상사인 GS글로벌이 최근 2년 새 적자로 돌아선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GS家 오너 4세 맏형격인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이 GS글로벌의 경영 전면에 나선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실적이 정점을 찍고 매년 뒷걸음질 치고 있어서다. 

    허 사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허동수 명예회장은 GS그룹 창업자 고 허만정 회장의 장남 고 허정구 회장의 2남이다.

    일각에서 허 사장이 매출 2조에 머물던 기업을 2배가 뛰어넘는 4조 기업으로 성장시키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GS칼텍스로 옮긴 배경으로 꼽는다. 

    GS글로벌을 그에게 맡긴 것은 더 좋은 곳으로 올려보낼 수 있을지를 시험해보기 위한 절차였다는 관측이다. 

    경영능력은 합격점을 받았다. 다만 허 사장이 빠진 GS글로벌의 실적은 2015년 전으로 돌아서며 고전을 하고 있다. 오너 리더십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변신을 이끌던 허 사장의 공백이 커 보이는 이유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GS글로벌은 연결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이 323억원으로 전년대비 44.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대비 27.6% 줄어든 2조8150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손실은 821억원으로 집계돼 2년 연속 적자 수렁에 빠졌다. 전년도 2019년 매출 3조8894억원, 순적자 166억원에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 ▲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GS글로벌이 최근 몇 년 간 안정적으로 실적을 개선해오던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성적표다.

    회사 측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둔화 및 수요 감소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며 "자회사 GS엔텍의 영업권 손상 및 자원개발 광구 자산평가에 따른 일회성 평가손실이 반영돼 당기순손실이 늘었다"고 했다.

    공교롭게 GS글로벌의 적자 수렁은 허 사장이 경영에서 손을 뗀 시점부터다. 그룹 발주물량을 기반으로 증가 추세를 보여왔던 매출이 급격하게 줄고, 수익까지 나빠지고 있다. 

    GS칼텍스로 옮기기 직전인 2018년 4조585억원에 달하던 매출은 2년 새 절반에도 못 미치는 2조원 대로 곤두박질쳤다. 210억원이던 순이익은 적자상태가 됐다.
     
    허 사장이 GS글로벌 재직 당시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전통 상사업인 트레이딩(수출입 거래)에만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바꾸기 위해 자원개발, 항만개발 등에 변화를 꾀했지만 오너경영 부재로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GS글로벌의 순손익을 대규모 적자로 전환시킨 주범은 자원개발 사업이다. 2012년 전격적으로 지분을 투자한 미국 원유·가스 광구 관련 사업에서 대규모 손상차손이 발생했다. 여기에 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사업성이 악화되자 이를 평가손실로 반영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GS글로벌 자회사 GS엔텍의 실적이 저조한 수준을 지속하고 있어 매년 증가하는 채무보증은 재무부담이라고 그룹 안팎에서 관측했다. 

    아울러 핵심 사업인 무역 비즈니스의 한계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그룹 계열의 무역 대행 업무를 수행하면서 매출 실적이 안정적이지만 영업 수익성이 낮은 동시에 현금창출력도 뒤쳐진다는 설명이다. 

    GS그룹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GS글로벌이 그룹내 계열 생산품의 트레이딩에 주력하고 있는 회사"라며 "규제 대상인 오너가 지분이 없다는 점에서 허 사장이 경영에 나서면서 그룹 일감을 통한 수익성 확대가 가능했지만 현재 그룹의 지원 사격도 전무한 상황이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