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이번주 코스피 예상 등락범위 2940~3130선 금리 부담 줄었지만 새 악재 부상하며 증시 불확실성 높여"위기는 경기부양책 힘싣는 요인…하락 추세 전환 아닌 박스권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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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금리 급등세는 다소 진정됐지만 국내 증시는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장 인권 침해와 관련 미국과 EU 등 서방국가들과 중국 간 대립 구도가 격화되고 있고, 미국 정부는 법인세 인상과 부자 증세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은 증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전주 대비 0.04% 오른 3041.01에 마감했다.

    지난주 코스피는 지난 1월 25일 3208.99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뒤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두 달 넘게 3000선 안팎에서 횡보했다.

    당분간 코스피는 박스권을 이어갈 전망이다. 증권가 금주 코스피 예상 등락범위는 2940~3130선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940~3080, NH투자증권 2950~3050, 케이프투자증권 2980~3130 등을 제시했다.

    그간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던 미 국채금리 상승세는 다소 진정됐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19일 1.7%대까지 치솟았다가 점차 고점을 낮추며 1.6%대로 내려왔다. 증시엔 금리가 여전히 변수이지만 시장도 금리 수준에 대해 적응하면서 영향력은 다소 줄어들고 있다. 

    금리 부담은 줄었지만 또다른 악재들이 줄부상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법인세 등 증세 이슈가 대표적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23일(현지시각)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에 출석해 3조달러 재정정책을 실현하려면 증세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미국 민주당이 대규모 인프라 패키지를 뒷받침하고자 법인세율과 고소득자 소득세율 인상 등 다양한 증세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긴축 발언으로 시장을 긴장하게 하고 있다. 지난 24일 중국 CSI300 지수는 지난달 고점 대비 15% 하락했다. 중국 리커창 총리가 양회 업무보고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추진해온 슈퍼 경기부양책을 축소하는 출구전략을 발표한 여파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대규모 투자를 위해선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가 필요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고, 중국은 경기회복이 진행됨에 따라 위기 극복을 위해 추진해온 부양책을 축소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면서 "최근 금융시장이 겪는 투심 위축은 주식시장이 얼마나 완화적인 정책 환경에 의지하는지를 방증하는 것이다. 악재가 증시의 우려를 완화하며 좁은 박스권 내 등락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중국 신장 지역의 위구르족 인권 문제를 둘러싼 미국·EU 등 서방과 중국 간 대립 구도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지난 22일 EU는 위구르족 인권 문제와 관련해 중국 고위급 인사 4명과 단체 1곳의 제재를 결정했다. 중국도 이에 반발하면서 즉각 보복에 나섰다. 

    김성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EU는 지난해 12월 중국과 합의한 포괄적 투자협정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려 했지만 이번 제재로 사실상 계획이 무산될 전망"이라며 "EU 성장 둔화로 유로가 약해질 경우 달러가 강해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달러 강세는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 수급에 악재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이번 EU와 중국의 갈등은 증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 우려가 다시 커졌다는 점도 증시에 부담이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미국은 21개주에서 신규 확진자 수가 증가했고 유럽도 봉쇄 조치가 다시 확대됐다.

    다만 새롭게 등장한 악재들은 오히려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시의 하락 추세 전환이라기보단 박스권의 연장이란 시각이다. 

    김영환 연구원은 "최근 주식시장에 코로나19 재확산,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 우려 등 악재가 부상하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여전히 필요하며 정부가 위기 시 나서줄 것이라는 기대를 높일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처럼 위기 이후 시장의 동력이 밸류에이션 확장에서 이익 확장으로 전환되는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적 개선 모멘텀이 약화되는지 여부"라면서 "최근 쏟아진 새로운 악재들이 단기적으로 경기와 기업이익의 회복 시점을 지연시키겠지만 2분기 회복 경로 자체를 훼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시장은 오는 1일 발표될 3월 수출 실적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상장사들의 1분기 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경제지표이기 때문이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증시 대비 국내 증시가 부진한 것은 대외 이슈 외에도 금리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1분기 실적 시즌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경계심리가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결국 방향성이 나오려면 실적의 가시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