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8개 대기업과 '단체급식 일감개방' 선포식일각선 중견기업, 외국계에만 혜택 돌아갈 수 있다는 비판도중소기업도 공정한 경쟁 가능… 시장 판도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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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대기업의 단체급식 일감이 개방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단체급식을 영위하는 주요 그룹들에게 '일감 나누기'를 강요하면서 시장 판도가 바뀔지 관심이 집중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삼성·현대자동차·LG·현대중공업·신세계·CJ·LS·현대백화점 등 8개 대기업 그룹과 함께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에서 ‘단체급식 일감 개방 선포식’을 열어 단체급식 일감 개방 계획을 내놨다. 이 행사에는 8개 그룹의 핵심 최고경영자(CEO)가 대거 참석했다. 

    LG는 내년부터 모든 그룹 내 구내식당 업체를 경쟁입찰 방식으로 뽑고, 소규모 지방 사업장은 인근 중소·중견 급식업체를 우선 고려한다는 계획이다. LG의 구내식당은 지금까지 아워홈이 맡아왔다. 

    CJ는 구내식당 물량의 65%를 순차적으로 개방하고 공정 경쟁을 통해 우수 급식업체를 선정키로 했다. 삼성은 지난달 2개 식당(수원, 기흥 남자 기숙사)을 시범적으로 외부 업체에 맡겼다. 시범사업 실적을 토대로 전면 개방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비조리 간편식 부문부터 경쟁입찰을 통해 개방하고, 현대중공업은 올해 말부터 울산 교육·문화시설 식당 운영을 중소기업에 위임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기업·학교·공공기관 등 국내 단체급식 시장 규모가 2019년 기준 4조2799억원 수준이라고 파악했다. 공정위는 이 시장을 대기업이 독점해왔으며 특히 계열사·친족기업 등에 일감을 몰아줘 왔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1조2000억원 규모의 단체급식 일감이 중소기업에 돌아갈 것으로 봤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일감 나누기는 아주 힘들고 고단한 과정이지만 기업이 할 수 있는 최상위의 상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혜택이 중소기업에게 돌아가기는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이 아닌 중견기업과 외국계에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12년 공공기관 구내식당 운영에서 대기업을 제외한 사례만 봐도 향후 판도는 자명하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2012년 기획재정부는 3월 공공 기관 구내식당 운영에서 대기업을 제외하기로 했다. 계약이 만료되는 공공 기관 구내식당 위탁 운영에 대기업을 배제하고 중소 급식 업체의 참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었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지정하는 자산 5조 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제한했다. 한화호텔&리조트·삼성에버랜드·아워홈·신세계푸드·CJ프레시웨이·현대그린푸드 등 총 6개사가 해당 기업으로 지정돼 신규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정부의 의도와 다르게 흘러갔다. 대기업이 배제된 급식 시장에 중견기업으로 분류된 동원그룹 계열의 동원홈푸드, 풀무원의 이씨엠디, 외국계 회사 아라마크의 한국법인인 아라코 등 3강 체제가 형성돼 혜택을 누리게 됐다.

    이 같은 비판과 우려에도 공정위는 앞으로 정기적으로 단체급식 일감 개방 추진 상황을 공개하는 등 압박 강도를 높일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시장 판도는 어떤 방향으로든 변화를 피하긴 어렵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공정위의 의도대로 중소기업이 일감 경쟁에 공정하게 참여할 수 있고, 입찰을 따낼 수 있다면 이상적인 그림이 아닐 수 없다"며 "과거 사례도 그렇고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이 감당하기는 어려운 규모인만큼 완벽하게 이상적인 시장의 판도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대기업이든 중견기업이든 공정하게 일감 경쟁을 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