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기관 전산망 내 블록체인 기술 탑재 관건…데이터 무결성 기반 보안성 강화""서류전송 외 타용도로 환자정보 이용땐 진위여부 판별…심평원 정보 악용 불가능""중개기관 민간업체 선정시 '의료기관·중개기관·보험사'간 담합 발생 소지도"
  • ▲ 권혁준 순천향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 옥지훈 기자
    ▲ 권혁준 순천향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 옥지훈 기자

    최근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한 입법 논의가 뜨겁다.

    법안의 핵심은 실손보험 가입자의 요청이 있으면 병의원이 직접 건강보험(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산망으로 증빙서류를 디지털화, 보험사에 전송토록 하자는 내용이다.

    의료계는 환자 의료기록 유출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정보 악용 등을 우려하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환자 본인을 거치지 않고 관련 서류가 전송되는 과정에서 정보 유출 우려가 있으며, 공공기관인 심평원이 중개기관으로 선정시 정부가 병원의 비급여 의료행위를 들여다보는 등 이를 관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보시스템 전문가인 권혁준 순천향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13일 "이미 일부 핀테크 업체들을 통해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의료계는 의료기록유출을 우려하고 있지만 현재 민간 핀테크 업체들을 통한 전산화를 통해서도 개인정보 유출 이슈는 크게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개정안 통과 이후 환자 정보 전송을 위한 전산체계 구축 및 운영과 관련된 사무를 공적기관인 심평원이 맡을 경우 보안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 교수는 심평원 전산망 내 블록체인 기술 탑재를 제언했다.  

    권 교수는 "블록체인은 단일 소스를 통해 데이터 무결성을 제공, 중복을 제거하고 보안을 강화할 수 있다"며 "또한 선별된 참가자들이 집단으로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어떤 정보가 보험사에 전송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환자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원하지 않는 정보가 보험사로 넘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가 정보 유출시 '의료기관·중개기관·보험사'간 책임소재 분쟁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 정보가 유출되더라도 블록체인의 DLT(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한다면 데이터 무결성이 지켜져 책임소재도 분명히 가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부산시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를 일례로 들기도 했다.

    그는 "부산은 지난 2019년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돼 개인이 블록체인 안에서 자신의 의료 데이터를 활용, 병의원 관련 서비스들을 빠르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며 "법 개정으로 블록체인에 기반한 청구 전산화의 기본 인프라가 보편화 된다면 소비자들의 안전성과 편의성은 더욱 극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 권혁준 순천향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 옥지훈 기자
    ▲ 권혁준 순천향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 옥지훈 기자

    심평원의 정보 악용 우려에 대해선 "개정안은 의료계 우려사항을 반영해 심평원이 서류전송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얻은 정보와 자료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보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업무종사자의 비밀누설 금지 조항도 포함시켰다"며 "이를 위반할 경우의 처벌조항도 두고 있어, 심평원이 다른 업무로 이를 사용하거나 외부에 제공하는 건 원칙적으로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만약 심평원이 서류전송업무 외 다른 용도로 정보를 사용하거나 보관시, 이 역시도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진위여부를 가릴 수 있다"며 "전송 업무와 관련해 의료계가 전산망을 주기적으로 관리·감독하는 방안도 투명성을 높이는 한가지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개기관을 민간업체로 선정했을 때의 우려도 내비췄다.

    그는 "중개기관을 민간업체로 선정할 경우 형평성에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고, 여러기관이 난립하게 되면 의료정보 유출 가능성이 커진다"며 "또한 '의료기관·중개기관·보험사'간 담합이 발생할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그간 관련 공청회에서도 언급됐듯, 보험사가 청구 전산화에 따른 중개기관 인프라 구축 및 운영비용, 프로그램 설치비용 등을 부담한다"며 "의료계도 추가 기술 탑재에 따른 일시적 비용 발생 가능성이 존재하기는 하나, 재정이 흔들릴 정도의 지출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환자가 실손보험 청구를 위해 영수증ㆍ세부내역서 등의 발급을 요청하면 의료기관은 의무적으로 이에 응해야 한다"며 "오히려 청구전산화 도입시 의료기관의 종이서류 발급이 전산으로 대체되므로 의료기관의 비용은 절감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각 업계가 유불리를 떠나 소비자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 교수는 "그간 정부와 소비자 단체들이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약 80% 이상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답했다"며 "대다수 국민이 가입한 실손보험인 만큼 국민 편의를 우선 생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