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그룹 3사, 상충되는 주주환원 정책으로 논란 초래당기순이익의 10% 수준 배당할 계획, 기존에 비해 최소 30% 축소1분기 견조한 실적에도 시장 역행하는 배당 축소에 의구심 확대주가 10% 이상 급락, 증권사들도 목표주가 잇따라 하향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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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츠금융그룹이 시장에 역행하는 노림수를 던져 주가 하락을 자초하고 있다.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 축소라는 상충된 방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20일 증권가와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그룹 3사가 의아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남다른 이목을 끌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 메리츠증권, 메리츠화재는 지난 14일 향후 당기순이익의 10% 수준을 배당하겠다고 밝혔다.

    3사의 최근 3년간 평균 배당성향은 메리츠금융지주 66.2%, 메리츠증권 38.4%, 메리츠화재 35.0%이다. 이를 별도 재무제표 기준 1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으로, 기존 배당과 비교해 적게는 3분의 1, 많게는 6분의 1까지 축소하겠다는 얘기다.  

    아울러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함으로써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구체적인 매입 물량과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메리츠금융그룹의 이 같은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증권가와 시장에서는 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이 비등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종종 사용되는 방식이지만, 배당 축소와 병행하는 것은 상충되는 전략이어서 그 배경에 의구심이 제기되는것이다.

    특히, 배당 축소라는 시장에 역행하는 노림수는 논란의 불씨를 제공했다.

    배당 확대는 기업들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가장 손쉽게 사용하는 방안이다. 기존에 메리츠그룹 금융 3사는 대표적인 배당주로 시장에 자리매김해왔다. 더 확대하기는 커녕 오히려 배당을 대폭 줄이겠다고 하니 시장의 반응이 싸늘할 수 밖에 없는것이다.

    우선 주가가 곤두박질 치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14일 종가 1만9600원에서 이날 오전 11시 6분 현재 1만6600원으로 15.4%, 메리츠증권은 4880원에서 4270원으로 12.5%, 메리츠화재는 2만1150원에서 1만7350원으로 18.0% 급락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이례적으로 이들에 대해 목표주가를 낮췄다. KB증권은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의 투자의견을 '매도'로 전환하고, 목표주가를 각각 4000원, 1만7000원으로 낮췄다. 이베스트증권도 메리츠화재에 대한 투자의견을 '보유'로 바꿨다. NH투자증권도 '납득하기 어려운 메리츠의 주주환원 정책'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보험업계에서도 메리츠화재의 배당 축소 방침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배당 축소는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1.1% 증가한 130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메리츠금융지주도 1분기에 당기순이익 3213억원을 기록했다. 메리츠증권도 전년 동기 대비 106.8% 급증한 2117억원을 달성했고, 이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그룹 주주친화 정책의 일환으로 배당 확대를 밝히고,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에도 주주 및 시장과의 약속을 이행한 것과 대조된다.

    삼성생명은 2019년에 3년동안 경상이익의 50% 범위까지 배당성향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바 있다. 삼성화재도 3년간 배당성향을 50%까지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조정호 회장의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에 여러가지 관측을 쏟아내고 있다.

    조정호 회장이 향후 상속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또는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시각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