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삼성증권 팀장 증인 출석 "'프로젝트-G',그룹 경영 안정화가 목적""지배구조 측면에서 도움 되는지 시뮬레이션"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경영 안정화를 목적으로 검토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20일 오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 관계자 10명의 3회 공판 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은 지난 6일 진행된 2차 공판에 이어 전 삼성증권 기업금융 담당 직원 한모씨 증인에 대한 검찰의 주신문으로 이뤄졌다. 한모씨는 검찰 측이 신청한 증인으로 2004년부터 2018년 초까지 삼성증권에서 근무하며 '프로젝트-G'를 포함해 다수의 문건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프로젝트-G'는 지난 2012년부터 삼성이 추진한 프로젝트다. 'G'는 거버넌스의 앞글자를 땄다. 검찰은 이 문건이 이 부회장의 승계를 대비하기 위해 작성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핵심이 대주주 영향력 강화이고, 그 과정에서 미전실 주도로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려 거짓 정보를 유포하는 등 부당 거래를 했다는 게 검찰의 논리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도 이 같은 취지로 신문을 이어갔다. 검찰은 2014년 7월 작성된 문건을 제시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계획하고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물었다. 제일모직은 2014년 12월 코스피에 상장됐고 이후 약 6개월 만에 삼성물산에 합병됐다.

    검찰은 "합병 이후 지배구조 개선이나 이 부회장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필요하다는 보고서 의견이 반영됐다고 생각했나"고 캐물었다. 문건에 작성된 대로 합병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한씨는 "그룹이 가진 경영권을 어떻게 안정화할 것인지 여러가지 시뮬레이션 한 것"이라며 "일정 등 유사하게 실행됐을 수 있지만 어떤 논의나 결론이 이뤄졌는지 모르고 꼭 돼야한다는 것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드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전제로 두기 보다는 합병할 수 있는지 여부와 합병했을 때 전반적으로 지배구조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지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한 것"이라며 "그룹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여러 차례 검토가 이뤄졌다"고 했다.

    이어 한씨는 '5월 말 혹은 6월 말까지 완료 될 거 같다'는 대목을 지목하며 "제일모직 상장 후 급락해서 서두르라는 지시 아니냐"는 검찰 지적에 대해서도 "'합병을 검토할 수도 있겠다' 정도로 생각했지 주가가 떨어지려고 하니 빨리 합병을 하려고 하는구나까지 판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씨는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요청을 여러가지 보고하고 있었는데 지시를 따른 것 아니냐는 검찰측 주장에 대해서도 미전실 역시 여러 고객 중 하나로, 통상적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한씨는 "고객들이 다양한 각도로 분석을 요청하면 그부분에 대해서 분석한다"며 "저(프로젝트-G) 프로젝트 외에도 여러가지 업무를 진행했고 사안에 따라서 보고서 내용을 볼 필요있는건 같이 협의하지만 단순히 팩트를 찾아주는 요청에 대해서는 내가 의견을 주지는 않는다"고 했다. 

    또한 "요청받을 때 자세한 상황을 전해 듣지는 못했다"며 "어떤 건인지 자세하게 물어보지도 않았고 그렇게 묻는건 일반적이지 않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삼성이 지난 2015년 9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간 합병 당시 회계 장부를 조작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삼성바이오의 회사 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평가해 제일모직의 주가를 올리는 방식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을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했다는 것이다. 

    반면 변호인단은 당시 삼성물산의 상황을 고려하면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삼성물산은 건설업의 불경기 지속과 해외프로젝트로 인한 막대한 손실로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 변화로 순환출자 등 규제 변화까지 맞물리면서 합병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합병 이후 삼성물산의 경영실적과 신용등급도 상승하는 등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합병 비율 역시 자본시장법에 따라 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산정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비율은 1:0.35로 자본시장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사회 결의일 이전 한달간 각 회사 시가총액의 가중평균값으로 결정됐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