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바이오 사업 성장 및 지배구조 이슈로 기대감 높았다"주가, 재무상황-장래성장성 등 객관적 판단에 의해 형성 "건설업종 모두 침체… 삼성물산만 가치 낮은 것 아냐"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의혹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제일모직 가치가 높게 평가된데는 바이오사업 성장성 및 지배구조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는 22일 오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한 10차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은 일주일 간격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지난주 코로나19 영향으로 한차례 연기되면서 2주일 만에 열리게 됐다. 이번 공판에는 전직 삼성증권 부장 이 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씨는 당시 합병TF팀 소속으로 '프로젝트G'를 포함해 다수의 문건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변호인단은 이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기업가치를 평가한 부분을 중심으로 반대신문을 진행했다. 검찰은 삼성이 지난 2015년 9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간 합병 과정에서 회계 장부를 조작했다고 의심하는 부분이다. 삼성그룹이 삼성바이오의 회사 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평가해 제일모직의 주가를 올리는 방식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을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했다는 것이 검찰 측 주장이다. 

    이 씨는 시장 주가의 경우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기업가치가 정확히 반영된다고 증언했다. 인위적인 시세조정은 가능하지 않다는 의미다.  

    변호인단은 대법원 판례를 제시하며 "자산, 재무상황, 수익률, 장래성장성 등 판단에 의해 객관적 가치가 형성된 것이 시장주가라고 판단했다"고 하자 이 씨는 "같은 입장"이라고 답했다. 

    이 씨는 "기업은 영업가치 외에 성장성이나 지배구조 등이 주가에 포함된다"며 "주가가 사업가치보다 높게 형성될 수 있지만, 본질적 가치는 영업가치 외에 성장가치도 반영된다"고 말했다. 

    제일모직은 바이오 사업 성장 및 지배구조 관련 기대감으로 순자산가치보다 주가가 높게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반면 삼성물산의 경우 주요 사업의 부진과 건설업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탓에 낮은 평가가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삼성물산만 낮게 형성된 것이 아니라 당시 건설업종이 모두 같은 상황이었다"며 "건설업종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배 미만인 반면 바이오는 3~4배로 업종간 차이가 있어 삼성물산이 건설업종 PBR에서 다른 회사보다 상대적으로 낮다는 생각도 안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업종 PBR이 높다는 의미는 회계상 나오는 수치로 영업가치 외에도 성장성 반영됐다고 할수 있다"며 "회사를 평가할 때, 기존에 영위하는 사업 가치와 신성장 사업이 있으면 성장가치가 당연히 주가에 반영되고. 지배구조 관련 모멘텀도 모두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이번 재판의 주요 쟁점은 ▲1:0.35의 비율로 진행된 제일모직-삼성물산 흡수합병의 불법성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저질렀는지 여부 등이다. 

    변호인단은 당시 삼성물산의 상황을 고려하면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삼성물산은 건설업의 불경기 지속과 해외프로젝트로 인한 막대한 손실로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 변화로 순환출자 등 규제 변화까지 맞물리면서 합병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합병 이후 삼성물산의 경영실적과 신용등급도 상승하는 등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합병 비율 역시 자본시장법에 따라 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산정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비율은 1:0.35로 자본시장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사회 결의일 이전 한달간 각 회사 시가총액의 가중평균값으로 결정됐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