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법원 이재용 부회장 등 5차 공판 진행변호인단, '프로젝트-G' 보고서 작성 참여 한 모 팀장 반대신문"헤르메스 이어 엘리엇까지… 헤지펀드 경영권 위협 등 취약""일감몰아주기 이슈 등 각종 리스크 해소 및 그룹 지배력 강화 위해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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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옛 에버랜드)의 합병이 일감몰아주기 이슈 등 각종 리스크 해소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검토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의 5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은 '프로젝트-G'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전 삼성증권 팀장 한모씨에 대한 변호인단의 반대신문으로 진행됐다. 한씨는 검찰 측이 신청한 증인으로 2004년부터 2018년초까지 삼성증권에서 근무하며 '프로젝트-G'를 포함해 다수의 문건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변호인단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일감몰아주기 등 각종 이슈의 대응 방안과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검토됐다는 취지로 신문을 이어갔다.

    프로젝트-G 보고서 작성 당시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가 논의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통해 제일모직은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고, 그룹 지분이 낮은 삼성물산은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씨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일감몰아주기 대응 방안 중 하나로 시장에서도 논의가 많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며 "양사 합병 검토 당시에 어느 한쪽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한 상황을 검토하지 않았으며, 그룹 입장과 지분 지배력 강화 입장 등 여러 측면에서 고려했다"고 말했다.

    양사 합병 전 제일모직은 2012년 당시 삼성기업집단 소속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해당됐지만, 삼성물산과의 합병으로 계열사 상대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면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실제 프로젝트-G 보고서에는 '제일모직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 현 거래 비중을 15% 이하로 줄이기 어렵다. 따라서 합병을 통해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씨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해소를 위해 합병 외에도 대주주 지분을 계열사에 매각하거나 일감을 외부에 맡기는 등 다양한 방안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합병으로 삼성물산도 그룹 지배력을 제고할 수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변호인은 "보고서를 보면 삼성물산은 제일모직 합병 효과로 대주주 지분이 1.4%에서 25.4%로 증대됐고, 이로 인해 그룹 지배율은 13.8%에서 37.4%로 증가했다"며 "이에 순환출자 지분을 제외하더라도 그룹 지분은 25.9%가 되고, 그 결과 물산에 대한 경영권 보호가 가능하다고 했다.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에 대한 그룹지분이 확보되고 경영권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앞서 2004년 헤지펀드 헤르메스가 삼성물산 지분을 대거 매입하며 경영권을 위협한 적이 있다고 언급하며 당시 삼성물산의 그룹 지배력이 취약했다고 강조했다. 10여년이 지난 2015년에도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씨는 "양사 합병으로 제밍모직은 일감몰아주기 이슈 해소, 삼성물산은 그룹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합병 과정에서 양사의 사업 연관성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검토가 사업적 측면에 대해 어느정도 고려한 것인가"에 대한 변호인의 질문에 한씨는 "제일모직이 건설사업 했던걸로 알고 있고, 구체적인 내용은 검토 못하지만 효과가 있는지 검토해보시길 바란다는 측면이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단순 그룹 지분만 놓고 보면 삼성SDS의 그룹지분이 65.6%로 에버랜드보다 높음에도 사업 연관성이 낮아서 추가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없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변호인단은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에버랜드가 금융 지주사로 강제 전환될 수 있는 리스크도 피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는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하고 삼성물산 지분을 인수하라고 명시돼 있다.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하고, 그 자금으로 삼성물산 지분을 매입하면 그룹 지분을 보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 제일모직이 삼성생명 최대주주로 등극해 금융 지주사 전환이 불가피했다는게 변호인 측 주장이다.

    변호인은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20.8%를 매각하면 제일모직이 삼성생명 1대 주주가 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에버랜드가 금융 지주사로 전환될 수 있지 않았냐"며 "그렇게 되면 삼성 기업집단 지배구조에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나"고 물었다.

    이에 한씨는 "금융 지주회사에 해당되면 비금융회사 지분을 팔아야하는 등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특히 20%에 가까운 지분을 단기간 시장에 매각하는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고, 시장에서도 대주주가 매각하는 걸 좋지 않은 사인으로 받아들이는 게 있다"며 "매각은 여러 현실적 제약이 있어서 실행하는데 어렵다고 판단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