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속도 못 내EU 심사 지지부진, '조건부 승인' 무게… 거제 반대서명 11만명업계도 빅2 재편 우려잔뜩 오른 LNG선가도 발목, 독과점 헷지 논리에 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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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과의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현대중공업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년째 매각협상이 마무리되지 못하면서 악화된 여론이 곳곳에서 분출되는 등 부정적 전망이 점차 커지고 있다.거제시청은 16일 '대우조선해양 매각 반대 시민토론회'를 연다. 거제시는 올해 초부터 매각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거제시민 11만명의 서명이 담긴 입장문을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기관에 제출했다. 거제시 인구는 24만여명이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수많은 노동자와 그 가족, 25만 거제시민의 생존권과 지역경제의 생사가 달려 있는 사안"이라며 "매각이 이대로 진행된다면 신규 일감이 현대중공업으로 집중돼 지역경제를 수렁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전날인 15일에는 국회에서 관련한 좌담회가 열렸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은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며 "두 기업 간 결합을 객관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살펴야 한다"고 신중한 결단을 주문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인수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한 고용불안과 협력업체 공급체계 위협, 지역경제 위기가 우려된다"고 했다.노조의 반발도 시간이 흐를수록 거세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세종시 공정위와 국회 및 청와대 앞에서 천막농성과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 측은 "정부와 현대중공업그룹이 자신했던 매각절차가 이토록 길어지는 이유는 독과점 발생, 대량실직, 지역경제 몰락 등 부작용을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전체 조합원에 대한 교육을 통해 매각투쟁을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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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부품을 납품하는 관련 기업들의 눈초리도 달라지고 있다. 거대 조선소가 탄생하면 하청 업체들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규모의 경제 관점에서 독점체제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예컨대 현대중공업은 자체적으로 생산한 엔진을 공급하는데 대우조선과의 결합이 성공하면 국내 선박엔진 제조업체는 판매처를 잃게 될 공산이 크다. 신태호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부지회장은 "일방적인 합병은 조선기자재 업체의 피해로 이어지고 고용시장 불안으로 번질 것"이라고 했다.악화되는 여론은 2년 가까이 지연 중인 EU집행위원회의 결합심사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EU집행위원회 경쟁분과는 2019년 12월 심층심사에 들어가기로 결정한 이후 이렇다 할 진척상황이 없다. 당초 EU는 지난해 5월까지 심사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이유로 6월로 일정을 미뤘다가 다시 기약이 없어 조건부 승인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최근 급격한 오름세인 선박 가격도 인수합병에는 걸림돌이다. EU집행위가 지적하는 LNG 선박 독점 우려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LNG선박 시장점유율은 60%에 달한다. 클락슨리서치 신조선가지수는 지난해 11월 125포인트에서 지난달 말 136.1포인트까지 치솟았다. 2014년 12월 137.8포인트 이후 최고 수치다.조선업계 관계자는 "어떤 절차든지 길게 끌수록 유리할 것은 없다"며 "최근의 수주랠리가 실적으로 잡히기 전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 하는게 관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