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6일부터 나흘간 전면파업임금 협상 제자리걸음, 작업중지 여파와 합병 지연 등 과제 산적"수주 늘고 업황 회복되는데"… 경쟁력 훼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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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이 ‘노조 리스크’로 다시 흔들리고 있다. 노사 갈등이 길어지면서 소모적 대립이 증폭되고 있다.

    작업중지 여파와 제자리걸음 중인 대우조선해양 합병 등 어려운 대내외적 상황을 감안할 때 노동조합의 파업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다음 달 6일부터 나흘간 전면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의했다. 전면파업은 새 집행부가 들어선 이래 처음이다.

    이들은 “제때 완료하지 못한 2년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이달 안에 마무리짓자고 사측에 제안했다”며 “그러나 사측은 용의를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사 갈등은 현대중공업의 오랜 숙제다. 노사는 2019·2020년 임단협을 아직 끝내지 못했다. 현재 교섭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2019·2020년 2년치 통합 잠정합의안은 두 차례나 부결됐다. 집행부는 기본급 동결에 사측과 합의했지만 조합원의 대부분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반대표를 던진 결과다. 이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노사 간 매듭은 더욱 엉키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노사는 올해 임단협이란 또 다른 숙제를 떠안았다. 노조는 기본급 12만304원 인상과 연차별 격차 조정, 가족 수당 인상, 성과급 산출 기준 마련, 중대재해 예방조치 등 요구 사항을 회사 측에 전달했다.

    회사 안팎에선 “근본적인 노사 관계의 방향 전환 없이는 꼬일 대로 꼬인 문제의 실마리 하나도 풀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많다. 선박 수주가 늘어나고 업황이 회복되는 시점에서 경쟁력 훼손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산업재해는 또 다른 갈등의 뇌관이다. 현대중공업은 울산조선소에서 사망 사고 등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지난달에는 울산조선소에서 작업 중이던 하청업체 직원이 추락으로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과 도크(건조 공간) 작업중지 장기화로 빚어진 생산 차질은 이달 초 가까스로 끝났다. 매출 손실은 수천억원으로 추산된다.

    노조는 “반복된 산업재해 원인은 생산, 이윤에 치우친 경영과 근로감독관의 문제”라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밖에 현대건설기계 직접 고용 등도 이견을 보인 현안이다.

    현대중공업이 내홍을 겪는 와중에 경영 여건은 어려워지고 있다. 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은 공화전만 반복하고 있다. 중대 분수령으로 꼽히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측과의 협상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2019년 합병을 발표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은 한국을 비롯해 EU,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등 6개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현재 중국과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등은 합병을 승인했다. 한국과 EU, 일본에선 심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