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까지 총수입 63.2조 늘어… 법인세 11.8조↑·부가세 4.3조↑경기회복·자산시장 과열 탓… 하반기 기저효과 빠지며 조정될 듯나라살림 48.5조 적자, 적자 폭은 개선… 나랏빚 900조 '눈덩이'與, 전국민 재난지원금 다시 고개… 적자국채 발행 가능성 여전
  • 33조원 규모 2차 추경안.ⓒ연합뉴스
    ▲ 33조원 규모 2차 추경안.ⓒ연합뉴스
    올해 5월까지 국세 수입이 1년전보다 44조원쯤 더 걷혔다. 지난해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충격에 따른 세수감소의 기저효과를 고려해도 32조원 넘게 늘었다. 다만 나라살림은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국세수입이 늘면서 여당은 전 국민 위로금 성격의 재난지원금 지급에 목소리를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 내에선 당정 협의로 결정한 재난지원금 '소득 하위 80%' 지급기준을 90% 플러스알파(+α)나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잖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지급 확대가 이뤄질 경우 정부 의지와 달리 나랏빚을 추가로 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기저효과 빼고도 국세수입 32.5조 늘어

    기획재정부가 8일 내놓은 '월간 재정동향 및 이슈 7월호'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총수입은 261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조2000억원 증가했다. 국세와 세외수입, 기금수입 모두 늘었다.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에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 호조, 기저효과,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의 상속세 납부 등 우발세수까지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정부가 한해 걷기로 한 세금 중 실제 걷힌 세금의 비율을 뜻하는 세수 진도율은 54.1%를 기록했다. 상반기를 마감하기도 전에 1년간 걷을 세금의 절반 이상을 걷었다는 얘기다. 지난해와 비교해 결산 기준으로 15.8%포인트(p) 높다.

    제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으로 관심이 높은 국세수입은 161조8000억원이 걷혔다. 지난해보다 43조6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세정지원 기저효과(11조1000억원)를 빼고도 32조5000억원이 늘었다. 세수 진도율은 57.2%로 1년 전보다 15.8%p 높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빠른 흐름을 보이면서 지난해 세수펑크를 견인했던 법인세가 크게 늘었다. 37조9000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1조8000억원 증가했다. 부가가치세도 4조3000억원 더 걷혀 누적액이 33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개인사업자에 대한 납부 유예분이 뒤늦게 징수된 영향으로 보인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 과열로 양도소득세는 5조9000억원, 증권거래세는 2조2000억원이 더 걷혔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주택매매량은 63만 가구로, 전년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증권거래대금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3328조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18% 급증했다.

    5월 한달만 놓고 보면 국세수입은 28조4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조8000억원 증가했다.

    과태료·국고보조금 반환 등 세외수입은 14조6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조2000억원 늘었다. 매년 2월과 4월 세입조치 되는 전년도 한국은행 잉여금(1조4000억원)과 정부출자수입(3000억원)이 증가한 탓이다. 기금수입은 85조원을 기록했다. 국민·사학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의 자산운용수익 등으로 1년 전보다 17조4000억원 늘었다.

    일각에선 올해 초과 세수가 정부 예상치(31조5000억원)를 웃도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상반기 더 걷힌 세수에는 허수가 포함돼 있다는 게 재정당국의 설명이다. 지난해 냈어야 할 세액이 코로나19 대응으로 지난해 하반기 또는 올해로 이월되면서 지난해 1~5월 납부세액이 줄어드는 기저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재정당국은 하반기에는 이런 기저효과가 점차 사라지면서 초과 세수액이 줄어들 거라고 예상한다. 시장 동향에 좌우되는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 등 자산 관련 세수도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초과 세수를 이끈 법인세의 경우 하반기 중간예납이 있으나 대부분 기업이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기 때문에 올해 경기 회복분은 내년에나 반영될 거라는 설명이다. 하반기로 갈수록 초과 세수분이 하향 조정될 거라는 얘기다.
  • 1~5월 총수입 현황.ⓒ기재부
    ▲ 1~5월 총수입 현황.ⓒ기재부
    5월까지 총지출은 281조9000억원이다. 지난해보다 22조4000억원 많다. 진도율은 49.2%로 1년 전보다 2.4%p 올랐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체계 구축(9000억원)과 실업급여(1조원), 기초연금(1조원) 등 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위해 재정을 적극적으로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세수가 늘었어도 씀씀이가 커지다 보니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1분기 통합재정수지는 20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세입이 크게 늘면서 적자 폭은 줄었다. 1년 전(-61조3000억원)과 비교해 40조8000억원 개선됐다.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48조5000억원 적자가 났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것으로 적자 폭은 1년 전보다 29조4000억원 줄었다.

    5월까지 국가채무(중앙정부 기준)는 899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달 새 19조4000억원 증가했다. 올해 나랏빚은 1차 추경을 기준으로 938조4000억원이 예상된다. 5월 현재 재정당국 전망치의 95.9%까지 근접했다.
  • 국가채무.ⓒ연합뉴스
    ▲ 국가채무.ⓒ연합뉴스
    ◇전 국민 위로금 탄력받나… 나랏빚 1000조 육박

    기저효과를 고려해도 국세가 32조원 이상 더 걷히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의 2차 추경 편성과 전 국민 위로금 성격의 재난지원금 지급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당정이 합의한 2차 추경 편성 규모는 33조원이다. 기정예산 3조원을 추가하면 총 36조원 규모로 늘어난다. 지난해 3차 추경(35조1000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야당은 이번 추경의 재원인 초과 세수를 현 정부 들어 눈덩이처럼 불어난 나랏빚을 갚는 데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정도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추가로 적자국채를 발행하진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되레 초과 세수 중 2조원은 나랏빚 상환에 쓰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추경은 국민지원금과 소상공인 피해지원, 소비 지원금 등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상생 3종 패키지'에 15조~16조원을 투입한다. 신용카드 캐시백에는 1조원 이상이 반영된다. 아울러 백신·방역 보강에 4조∼5조원, 고용·민생안정 지원에 2조∼3조원이 편성될 예정이다.
  • 전 국민 재난위로금 100% 지급 촉구하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연합뉴스
    ▲ 전 국민 재난위로금 100% 지급 촉구하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연합뉴스
    그러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추경 규모가 불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여당은 지난 7일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추경안에 대해 난상토론을 펼쳤다. 추경안 심사를 앞두고 정책 의총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의총에선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알려진 바로는 이날 12명의 의원이 추경에 포함된 재난지원금의 지급 방식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일부 의원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경기 활성화 효과를 고려할 때 전 국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당정 협의에서 정한 대로 '소득 하위 80%' 지급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부 의원은 소상공인 피해 지원을 손실보상 수준으로 높여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예사롭지 않은 대목은 이날 토론에서 전 국민 지원금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좀 더 많았다는 것이다. 당정 협의를 거쳐 소득 하위 80%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기로 했지만, 공이 국회로 넘어온 상황에서 지급기준이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지난달 29일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차 추경안 당정협의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전 국민 재난지원금 가능성에 대해 "다 열려있다"면서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데까지) 한번도 (추경안을) 건드리지 않고 통과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건강보험료의 직장·지역가입자 문제, 맞벌이 부부 문제 등의 형평성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지급범위가 90%+α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여당 멋대로 할거면 당정 협의는 왜 하느냐'는 비판을 의식해 선별지급의 큰 틀은 유지한 채 지급범위를 넓히는 식으로 추가 절충이 이뤄질 거라는 분석이다.

    민주당이 '국회의 시간'을 이유로 재난지원금 지급을 확대하면 정부로선 나랏빚 상환 규모를 줄이거나 적자국채를 더 발행해 나랏빚을 더 낼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장 정부는 여당의 전 국민 지원금 지급 주장에 난색을 보였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8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예산은 총액이 정해져 있다.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면 다른 부분에는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이나 방역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예산을 추가로 편성할) 여지가 별로 없다"며 "그렇다고 빚을 내는 것은 국민이 동의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청와대도 거들고 나섰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BBS라디오에 나와 "당정 간 논의로 (선별지급안을) 합의한 것"이라며 "국회의원은 이런저런 생각을 밝힐 수 있지만, 현재로선 당정 간 합의안에 충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내년 3월 대선을 의식해 여당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더 열을 올릴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그동안 선거 등 민감한 시기에 민주당은 원칙보다는 선거에서 유리한 정책을 밀어붙여 왔다. 최근의 '상위 2% 종합부동산세' 당론 채택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내 부자 감세라는 반발에 끝장 토론까지 벌였지만, 온라인 표결에 들어갔고 결국 다수안으로 종부세·양도세 완화안이 채택됐다. 당시 당내 부자 감세에 반대하는 의원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사실상 '상위 2%'안을 밀어붙였던 지도부안이 당론으로 채택됐다. 이를 두고 송영길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거라는 시각이 없잖다. 4·7 재·보선 참패로 드러난 부동산 민심을 달래지 않고는 내년 3월 대선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깔렸다는 것이다.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이 심화하면서 최근 민주당이 당·정·청 간 정책협의를 주도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송 대표는 지난달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집권 후반기일수록 당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씀해주셨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여당이 표(票)퓰리즘에 나선다고 비판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하위 80% 지급도 사실상 전 국민 지급과 다르지 않다"면서 "지난해 지급했던 전 국민 지원금은 성과도 작고 효과적이지도 않다는 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한은이 금리 인상을 검토하는 시점에서 재정지출을 더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추경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