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국민 재난지원금' 연일 압박… 政 '80% 지급' 고수나랏빚 상환 불요불급 주장에 洪부총리 "국제신평사들 많이 감안"文정부 '빚 1천조' 육박… "선진국들 중기 재정건전화 노력 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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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당·정이 엇박자를 넘어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곳간지기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 '해임 건의'나 '재정 독재' 같은 발언이 나오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홍 부총리로선 그나마 민주당 출신 김부겸 총리가 지원사격을 하고 있어 숨통이 트이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의 '추경 중독'으로 국가신용등급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 재정당국의 버티기 속내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5일 전체회의를 열어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해 이틀째 종합정책질의를 벌인다. 전날에 이어 김부겸 총리와 홍남기 부총리 등 국무위원이 출석한다. 예결위는 이날 정책질의를 마치고 오는 20일부터 소위를 열어 세부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이날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전날 정책질의에선 민주당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밀어붙이면 야당인 국민의힘에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에도 소득이 늘어난 국민까지 지원금을 주겠다는 것은 선심성 퍼주기 정책에 불과하다며 갑론을박을 벌였다. 특히 홍 부총리는 여당의 계속되는 압박에도 당정 협의로 결정한 '소득 하위 80%' 지급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고수했다.이를 두고 민주당 내에선 반기를 든 홍 부총리를 저격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TBS 라디오에서 "민주당은 데이터 등을 갖고 설득 작업을 할 것"이라며 "당내에선 해임 건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당 진성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대상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가) 기획재정부장관으로서 견해가 있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예산안을 심의·확정하는 것은 입법부인 국회의 고유권한이다. 재정당국자가 이를 부정한다면 남는 것은 재정 독재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다.홍 부총리는 취임 초기만 해도 당정 간 마찰음이 날 때마다 소신을 꺾어 '홍백기' '홍두사미'란 별명으로 불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추경 중독'으로 나랏빚 증가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이 쏟아지면서부터는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며 민주당의 퍼주기 요구에 제동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코로나 동안에 소득이 오히려 늘어난 계층에게까지 재난지원금을 똑같이 드릴 수 없다는 부총리의 입장을 지지한다"면서 "제 비판적 지지가 '홍두사미'로 갈 곳을 잃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해 눈길을 끌었다. 윤 의원은 "원칙 없이 79분위와 80분위를 가르는 어리석은 계획을 지지하긴 싫지만, 빚내서 돈 뿌려 선거 치른다는 여당의 후안무치가 활개 치도록 내버려 둬선 안 된다"고 부연했다.
- 홍 부총리로선 민주당 출신 김부겸 총리가 지원사격에 나서는 것도 버티기에 힘이 되는 상황이다. 김 총리는 15일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민주당 어기구 의원이 "소득 하위 80%까지만 재난지원금을 주는 게 과연 옳은 일이냐"고 묻자 "어려운 시기에 소득이 줄지 않은 분들까지 지원하는 것을 보통의 국민이 어떻게 보겠느냐는 관점에서 지급기준을 정했다"며 재난지원금 선별지급을 고수했다.
김 총리는 전날 민주당 강준현 의원이 "코로나 앞에 힘들지 않은 국민이 없다"며 전 국민 지급의 필요성을 주장했을 때도 "소득이 줄지 않은 고소득층에게는 (현금성 지원 대신) 사회적으로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드릴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강 의원이 "전 국민 지급에 추가로 2조6000억원이 든다. 고소득층을 위한 신용카드 캐시백(1조1000억원)과 국가채무 상환액(2조원)은 3조5000억원"이라며 재원은 충분하다고 따지자 김 총리는 "추가 세수가 생기면 나랏빚을 먼저 갚는다는 게 지금까지 룰"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 시기에 국가채무상환은 불요불급하다며 이를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써야 한다는 태도다. 반면 홍 부총리는 전날 정책질의에서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이번 추경을 통해 2조원이라도 국가채무를 상환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감안했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국제시장, 국가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전략적으로 고려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 일각에선 재정당국과 김 총리가 추가 재정 투입에 난색을 보이는 것이 국가신용등급에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홍 부총리는 지난 5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의 제임스 매코맥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총괄과 화상으로 만났다. 피치는 앞으로 한두 달 내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발표한다. 피치는 2012년부터 한국의 신용등급을 4번째로 높은 'AA-', 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평가한다. 문제는 피치가 지난해 2월 "한국의 부채비율이 2023년 46%까지 오르면 국가신용등급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는 점이다. 피치 측은 이번에 홍 부총리에게 중기적 재정준칙 달성 가능성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홍 부총리의 '전략적 선택' 답변은 이번에 나랏빚 일부 상환 등 재정건전성 확보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면 국제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봤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크리스티안 드 구스만 한국 담당 이사는 지난 4월 국내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이후 중기적인 재정 건전화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전망이 수반되지 않은 채 한국의 부채가 더 악화하면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재정당국의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올 1차 추경 기준으로 나랏빚 규모는 965조9000억원, 부채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8.2%까지 올랐다. 더 심각한 것은 나랏빚 증가 속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재정 모니터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을 기준으로 2026년까지 부채비율 상승 폭이 선진국 중 3번째로 빠르다고 지적했다. IMF는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D2) 비율이 올해 말이나 내년에 50%를 돌파한 뒤 오는 2026년에는 69.7%로 7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2년마다 부채비율이 10%씩 뛰는 셈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 13일 국회 기획재정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서도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다른 선진국보다 재정을 덜 투입했다는 민주당 우원식 의원의 지적에 "내년까지 3년간 나랏빚을 100조원씩 낸다. 증가 속도는 다른 나라보다 적지 않다"고 맞받았다.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주요국 중기 재정운용방향 분석에 따르면 대부분 국가가 경제회복세를 공고화하고자 단기에는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하지만, 중기 재정기조로는 재정건전성 확보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는 중기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내년 이후 지출증가율을 0.7% 이내로 제한한다. 역대급 돈 풀기에 나섰던 미국도 재정지출 적자 규모를 내년 마이너스(-)7.8%부터 2025년 -5.5%로 줄여나가는 등 재정수지를 안정화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올해부터 코로나19 특별국채 발행을 중단하고 재정적자 규모를 축소해 나가는 등 미래를 대비해 재정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대부분 나라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재정투자에 우선순위를 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재정의 중장기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 재정혁신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는 얘기다.반면 우리는 재정당국의 재정건전화 노력을 여당이 가로막고 재정 투입만을 훈계하는 모습이다. 최근 피치가 확인했다는 재정준칙 도입은 관련 법안(국가재정법 개정안)이 반년 넘게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여당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견해다. 야당은 정부가 마련한 재정준칙이 느슨하다며 반대한다. 홍 부총리는 지난 5일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 "재정준칙 등 주요 입법이 7월 임시국회에서 진전이 있도록 적극 대응해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