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거래융자 잔고 25조원…1년 새 51% 증가 금융당국, 증권사 신용공여 본격 관리 착수최대치 임박·급증세 보이는 증권사들 경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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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투' 경고음이 켜지자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의 신용공여에 대해 본격적인 관리에 착수했다. 이미 신용공여 한도 최대치에 임박하거나 최근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키움증권, 이베스트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이 당국의 모니터링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개인투자자의 빚투 규모를 의미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5조148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9월말(16조6477억원)대비 51% 증가한 수치다.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올해 1월 20조원을 처음으로 넘긴 이후 매달 꾸준히 증가해왔다.신용거래융자는 개인 투자자가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빌린 돈을 말한다. 통상 증시 상황이 좋을 땐 신용을 써 주식 매수에 나선 경우가 많아진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국내 증시 활황 속에 빚투 규모는 커지는 추세다.
반대매매 역시 급증하고 있다. 증권사는 빌린 돈을 약정한 만기까지 갚지 못할 경우 고객 의사와 상관 없이 보유 주식을 강제로 매도 처분해 대출을 회수한다. 지난달 신용거래 관련 일평균 반대매도 금액은 84억8000만원으로 연중 최대치에 달했다. 지난 7월(42억1000만원)보다 2배 수준으로 증가한 규모다.
이에 금융당국은 최근 주식 신용매매에 대해 소비자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했다. 개인투자자의 주식 신용융자 잔고가 급증세를 보이는 가운데 증시 변동성 확대가 우려된다는 판단에서다.
가계부채 감축을 위해 은행·카드사 등 금융사에 대출총량을 관리하라고 주문한 데 이어 증권사에게도 신용융자 한도 관리를 주문하고 나섰다. 빚투 증가가 증권사 건전성 리스크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증권사의 신용융자가 많이 증가했다"며 "증권사 건전성 악화와 시장 변동성 확대가 우려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증권사 동향을 살펴보면서 추가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체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대비 신용공여 비중은 지난해부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이는 지난해 3월 39.0%에서 올해 6월 기준 62.6%까지 늘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상 증권사들은 개인투자자에 대한 신용공여 규모가 자기자본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통상 증권사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70% 수준에서 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미 신용공여 한도 최대치에 임박한 증권사들도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키움증권(92.9%)과 이베스트투자증권(92.0%)의 경우 자기자본 대비 신용공여 비중이 90%를 넘어서며 한도에 임박했다고 KB증권은 분석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 이베스트증권 등은 추가적인 신용공여가 어렵다고 합리적으로 추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은 신용공여 비중 증가세가 가파른 증권사로 거론된다. 미래에셋증권의 신용공여 비중은 지난해 6월 50% 남짓에서 1년 새 80.8%로 지난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이 회사의 경우 국내 증권사 신용공여에서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18%이상이다.
하 연구원은 "이미 자기자본 대비 신용공여 비중이 높은 증권사뿐만 아니라 그 증가 추세가 빠른 증권사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국이 신용공여 한도 관리 강화를 주문하고 있는 만큼 90% 이상 증권사부터 모니터링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국은 증권사들에 대해 신용공여 한도를 현재의 10~20%포인트 정도 낮춰 자체 관리하라는 지도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인환 연구원은 "100%가 최대 한도이지만 신용공여 한도 관리 강화를 주문하는 입장에서는 90% 이상 수준부터 모니터링 대상이 될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 "좀 더 규제가 강할 경우 80% 이상 수준도 모니터링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그간 관리해온 대로 하면 되는 상황으로, 여력은 충분하다"면서도 "현재까지 정해진 바는 없지만 당국 상황에 따라 타이트하게 관리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키움증권 측도 "한도 비중이 유의미하게 올라가면 현금 비중을 높이는 등 자체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관리해왔다"면서 "다만 당국이 지금보다 한도 조절을 더 강화하라고 하면 정도를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