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올 설비투자 52조 확대… 역대 최대치연간 40조 투자 맞불 삼성… 평택·美 테일러 착공 속도3나노 양산 경쟁… 상반기 삼성 vs 하반기 TS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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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반도체 몸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가 또 한번 대규모 베팅에 나서 주목된다. 파운드리 시장 패권에 삼성전자가 도전장을 내밀고 투자와 미세공정 개발에 속도를 내는 상황을 의식해 본격적으로 투자 경쟁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17일 외신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실적발표와 함께 올해 400억~440억 달러(약 47조 5000억~52조 3000억 원) 규모의 설비투자 계획을 밝혔다.이는 그 간 TSMC가 이어온 설비투자 규모 중 가장 큰 수준으로 지난해 TSMC가 투입한 규모에 비하면 100억 달러 이상 웃도는 정도다. 이 중 대부분은 최근 경쟁에 속도가 붙고 있는 미세공정 개발에 투입할 예정으로 알려졌다.TSMC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50%가 넘는 점유율로 절대 강자 지위를 누려온지 오래지만 최근 들어 삼성전자 등 후발주자들이 파운드리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면서 본격적으로 위기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이미 시장에서도 이 같은 상황변화에 TSMC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TSMC의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에 이은 컨퍼런스콜에서는 삼성이나 인텔과 같은 종합반도체기업(IDM)들의 시장 진출에 TSMC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이에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구체적인 계획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경쟁사들의 시장 진출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우리는 한 곳의 고객이나 한 제품에만 의존하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웨이저자의 이런 자신감은 무려 52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로 표현됐다. 후발주자들이 TSMC를 뒤쫓는 상황에서 시장 1인자 자리를 넘볼 수 없는 수준으로 격차를 더 키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하지만 오히려 이번 대규모 투자가 후발주자들에게 쫓기는 TSMC의 불안감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아직은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후발주자들이 TSMC를 따라잡기는 요원한게 현실이지만 3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에선 삼성이 TSMC를 능가하기 위한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이를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다.실제로 삼성은 지난 몇 해 동안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예고하고 설비 확충은 물론이고 초미세 공정 개발에 승부수를 걸었다. 그 결과 올 상반기 중에는 3나노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TSMC는 삼성보다 한 발 늦은 올 하반기에 3나노 양산에 돌입한다.게다가 삼성이 올 상반기 양산하는 3나노 제품은 차세대 GAA(Gate-All-Around)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기존 핀펫(FinFET) 기술보다 칩 면적을 줄이고 소비 전력을 감소시켜 성능을 높였다.삼성이 TSMC에 못지 않은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삼성은 이미 반도체에만 한 해 30조 원이 넘는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올해는 이 규모가 40조 원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메모리 분야에 집중됐던 투자금이 올해부턴 본격적으로 파운드리에 쏟아질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앞서 삼성은 오는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까지 세계 1등을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공식화했다. 이와 함께 삼성이 밝힌 투자 규모만 171조 원이다.현재 완공을 앞두고 있는 평택공장과 함께 20조 원을 들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신설하는 파운드리 2공장으로 삼성도 TSMC의 독주에 맞불을 놓을 전망이다.3나노 경쟁에서 삼성이 TSMC를 넘어서고 시장의 인정을 받게 되면 이후 2나노 이하 공정에서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뒤쫓는 삼성 입장에서나 앞서는 TSMC 입장에서나 이번 3나노 양산 이후 판도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를 최대한 집중하는 것"이라며 "TSMC가 본격적으로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