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계동신' 시공사 선정 앞두고 파격조건 내걸어영업정지 가능성에 정비사업 시공권 확보 분주업계 "조합 눈높이 높아져...수주 양극화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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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찬모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주요 정비사업장에서 파격적인 사업조건을 내걸며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조합원 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들로 최근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 시공권을 확보한데 이어 이달말 시공사 선정을 앞둔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사업에서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모습이다.

    이를두고 일부 건설사들은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자칫 과도한 출혈경쟁을 야기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이달말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노원구 월계동 436번지 일대 지하 4층~지상최고 25층 규모 아파트단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사업비는 2800여억원이다. 

    지난해말 진행한 1차 입찰에 현산이 단독 참여해 한차례 유찰됐다가 지난달 2차 입찰에는 코오롱글로벌이 참여해 2파전 구도를 형성한 상태다. 

    현산이 공을 들여온 정비사업장인 만큼 수주가 유력시됐지만 지난달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조합내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수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조합측에 따르면 현산은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사업조건을 전면 수정해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사업조건을 살펴보면 ▲글로벌 설계사 SMDP의 특화설계 ▲'스카이 스텔라' 조성 ▲추가부담금 없는 확정공사비 ▲안전결함 보증기간 30년 ▲대물변제 100% ▲29개 특별제공품목 등이다.

    조합의 한 관계자는 "광주사고 이후 기존에 없던 공약들이 포함되면서 '현산 반대' 목소리를 내던 일부 조합원들도 마음을 돌리고 있다"며 "최근 관양현대아파트에서 현산의 손을 들어준 점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합내에서는 2차 입찰에 뛰어든 코오롱글로벌을 두고 현산이 사업 수주를 위해 들러리를 내세웠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의 경우 입찰이후에도 홍보활동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는게 조합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앞서 현산은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과 관련해서도 ▲SPC(특수목적법인) 설립을 통한 사업추진비 2조원 조달 ▲일반분양가 평당 4800만원 ▲조합원 사업추진비 세대당 7000만원 지급 ▲분담금 납부 4년 유예 등의 조건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사고이후 맞대결 구도를 형성한 롯데건설의 수주가 점쳐졌던 것과 상반된 결과가 나온 주된 배경으로 지목된다.

    관련업계에서는 추후 현산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높은 만큼 최대한 시공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현재 서울시는 현산에 8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사전 통지하고 의견 제출을 요청한 상태다.

    한편 현산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출혈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근 대다수 정비사업장에서 건설사간 컨소시엄 구성 등 출혈경쟁을 피하는 분위기가 이어져 왔지만, 조합원 표심잡기를 위한 공약을 남발할 경우 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형건설사에 비해 자금여력이 부족한 중견건설사들은 정비사업 수주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무리한 공약들은 향후 선례로 작용해 정비사업 조합 눈높이를 높일 수 있다"며 "이는 업계 내 출혈경쟁을 유도할 뿐더러 규모별 수주 양극화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