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주축 보툴리눔 톡신 신뢰성 어디로전세계 유례없는 20여개 개발 균주 어디서?규제기관 '뒷짐'… 합리적 소통법 찾아야
  • K-바이오에서 보툴리눔 톡신은 성장성 높은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멀기만 했던 해외시장이 경쟁의 무대가 된 지금, 아쉬운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경쟁에 앞서 국내에서의 논쟁은 과연 얼마나 매듭지어졌나.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둘러싼 논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논쟁이 K-바이오의 발전을 오히려 저해하는 것이라며 그만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바이오, 다시말해 생물학적 제제에 포함되는 보툴리눔 톡신은 그중에서도 치명적 독소를 가진 균주를 다루는 분야로 그 출처에 대한 논쟁은 소모적인 것이 아니라 명확해야 함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미국과 한국에서의 소송을 통해 사실상 누구도 완벽히 승자가 됐다고 자신할 결과를 얻진 못했다. 

    메디톡스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를 통해 대웅제약의 제조공정 영업비밀 침해 등의 결론을 이끌어냈고,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2곳을 통해 '나보타' 미국 판매로열티를 받게 됐다. 

    대웅제약은 국내에서 진행된 형사소송에서 균주 기술 도용 의혹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메디톡스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강경대응을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양사는 결국 국내에서 진행중인 민사소송에 사활을 걸게 됐으며, 쉽게 갈등이 봉합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들의 6년간 갈등이 진행된 사이 이미 20여개 달하는 국내 기업들이 보툴리눔 톡신 사업에 뛰어들었다. 전세계적으로 봐도 이는 유례없다. 결국 이들의 경쟁상대는 메디톡스도 대웅제약도 아닌 글로벌 시장의 80%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미국 애브비(보톡스) ▲프랑스 입센(디스포트) ▲독일 멀츠(제오민) 등이다.

    현재까지 국내서 자연적으로 발견된 균주 대부분이 Hall균주(미국의 이반 홀(Ivan C. Hall)박사가 분리, 동정한 균주로 모두 Hall 균주라고 지칭)와 동일하다고 밝히는데, 이는 사실상 과학적으로 매우 희박한 경우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를 의식한듯 최근 개발 기업들 가운데는 균주의 해외출처가 명확하다고 미리 밝히는 곳들도 늘고 있다. 그만큼 균주 출처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 개발 기업의 신뢰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를 만든 것은 결국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치열한 싸움의 결과이고, 그 어디에도 규제 기관의 노력은 엿보이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 경쟁에 나설 기업들을 위해서도,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K-바이오의 위상을 위해서도, 결국 또 다시 균주 출처 논란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몫으로 남았다.

    그래서 균주 출처 논란의 종지부를 찍기 위한 이들의 싸움은 여전히 그끝을 알 수 없다. 다만 이들이 R&D에 투자해도 부족할 막대한 비용을 불필요한 법정공방에 더이상 소모하지 않길 바란다. 그것이 토론이든, 합의든. 방법은 어디에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