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 10.8조원 더 걷혀…"작년 코로나 세정지원 영향"세수이연 4.6조·부가세 기저효과 3조 빼면 예년 수준올 재정수지 68.1조+α 적자 예상… 尹공약 266조 소요
  • ▲ 재정.ⓒ연합뉴스
    ▲ 재정.ⓒ연합뉴스
    올 1월 국세수입이 1년전보다 10조원 넘게 더 걷혔다. 경기회복 흐름이 이어지며 소득세와 법인세 등이 증가한 탓도 있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세정지원으로 세수가 예정됐던 것보다 뒤늦게 들어온 영향도 크다.

    세수가 늘면서 재정수지도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앞으로 기저효과가 빠지면 적자행진은 불가피해 차기 정부의 나라살림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17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월간재정동향 3월호에 따르면 올 1월 총수입은 65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달보다 8조원 늘었다.

    국세수입은 49조7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0조8000억원 많다. 정부가 한해 걷기로 한 세금중 실제 걷힌 세금의 비율을 뜻하는 세수 진도율은 14.5%로 지난해보다 0.8%포인트(P) 올랐다.

    소득세는 13조2000억원으로 취업자가 늘면서 지난해보다 1조5000억원이 더 걷혔다.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740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달보다 103만7000명(3.9%)이 증가했다. 2월만 놓고 보면 2000년(136만2000명) 이후 22년만에 최대 증가 폭으로 지난해 3월 이후 12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법인세는 2조9000억원 걷혔다. 1년전보다 9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코로나19 방역조처로 집합금지·영업제한 등의 조치를 받은 중소기업의 법인세 중간예납 납기가 미뤄지면서 일부가 올 1월에 들어온 영향이다.

    정부 씀씀이가 커지면서 증세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최우선 증액 세목으로 거론되는 부가가치세는 24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6조9000억원이나 더 걷혔다. 법인세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세정지원에 따른 기저효과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교통세는 고유가에 따른 휘발유·경유 유류세 인하 조치로 1년전보다 2000억원 줄었다. 관세는 9000억원이 들어왔다. 국제유가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5000억원 증가했다.

    기재부는 1월 세수 증가분중 세정지원과 기저효과 등을 제외하면 경기회복에 따른 세수 증가분은 3조2000억원쯤이라고 분석했다.

    과태료·국고보조금 반환 등 세외수입은 1조8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000억원 증가했다. 3기 신도시 택지개발 등에 따른 농지전용부담금 증가 등이 영향을 끼쳤다. 기금수입은 13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조9000억원 줄었다. 자산시장 둔화에 따른 기금 자산운용수익 감소가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1월 자산시장 호황으로 기금수입이 증가한 기저효과가 작용했다.
  • ▲ 1월 총수입.ⓒ기재부
    ▲ 1월 총수입.ⓒ기재부
    1월 총지출은 56조3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조4000억원 증가했다. 정부가 상반기 재정집행 목표를 역대 최대(63%)로 잡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예산 집행에 나선 탓이다.

    국세수입이 늘면서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9조원 흑자를 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것으로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도 6조6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조원 넘게 증가했던 사회보장성 기금수지가 올해는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을 중심으로 2조9000억원 줄어든 탓이다.

    문제는 차기정부에서 돈 쓸 곳은 많은데 재정수지는 적자를 볼게 불 보듯 뻔하다는 점이다. 1월 재정수지가 큰폭의 흑자를 냈지만 앞으로는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1월은 지출보다 수입이 많아 흑자를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세정 지원으로 뒤늦게 걷힌 세금이 적잖게 포함돼 이를 고려하면 통합재정수지 흑자 규모는 4조4000억원쯤이다. 이는 예년 수준이라는 게 재정당국의 설명이다. 앞으로 지출이 계속될수록 통합재정수지는 적자로 돌아설 공산이 크다. 올해 추산된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68조1000억원이다. 차기 정부에서 대규모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이뤄질 예정이어서 적자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 공약 200여개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재원의 규모는 266조원쯤으로 추산됐다. 윤 당선인은 지난 벚꽃 추경(추가경정예산) 논의과정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방역조처로 손해를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보상에 50조원의 예산을 투입하자고 주장했다. 또한 아이가 태어나면 1년간 월 100만원씩 총 1200만원의 부모 급여를 주고, 중산층·서민·저소득층 노인에게 주는 기초연금을 월 최대 40만원으로 10만원 인상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앞으로 돈 들어갈 곳이 널렸다는 얘기다.

    한편 이번 통계에선 1월 기준 나랏빚 현황은 빠졌다. 지난해 결산수치가 확정되지 않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