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세무컨설팅, '세무간섭'이라며 기업들 기피 국세공무원, 기업에 '컨설팅 신청' 사정하러 다녀 2년간 158개 기업 신청…세무조사 제외 체감도 낮아
  • ▲ 국세청 ⓒ국세청
    ▲ 국세청 ⓒ국세청
    중소기업의 세무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국세청이 시행 중인 세무컨설팅 제도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기업들은 국세청의 세무컨설팅을 세무간섭으로 느끼고 신청을 꺼리고 있지만, 국세청 직원들은 실적을 위해 기업들에 신청을 사정하러 다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17일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세무컨설팅을 신청한 중소기업 수는 2021년 73개, 2022년 85개 등 총 158개였다. 158개 기업 중 제조업은 97개로 가장 많았으며 도소매업 25개, 건설업 14개, 기타 22개 등이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수입금액 100억~1000억원 미만 법인이 8만6102개인 것을 감안하면 신청가능 대상의 0.1%도 되지 않은 기업만이 국세청의 세무컨설팅 서비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 세무컨설팅 제도는 중소기업이 세무검증이나 세무조사에 대한 불확실성을 사전에 해소할 수 있도록 국세청에서 맞춤형 컨설팅을 해주는 것으로, 지난 2020년 7월부터 시행했다. 

    중소기업이 세무자료를 제출하면 국세청은 검토해 서면으로 답변을 해준다. 신청대상은 수입금액 1000억원 미만의 법인이며 수입금액이 100억~500억원 미만은 1년, 500억~1000억원 미만은 2년간 컨설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컨설팅은 연 1회 제공되며 컨설팅을 해주는 대상기간은 당해연도다. 예를 들어 올해 국세청의 컨설팅을 받게 된다면, 2022년 귀속연도에 대한 세무문제에 대해서만 서면답변을 받을 수 있다. 국세청의 컨설팅 내용을 그대로 반영해 신고한다면 2022년 귀속연도에 대한 세무검증과 세무조사는 제외해주는 혜택이 주어진다. 

    제도 도입은 중소기업과의 현장간담회에서 주기적인 세무컨설팅이 기업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에 따라 시행됐다. 문제는 제도의 취지와 별개로 실제 현장에서는 국세청의 세무컨설팅을 세무간섭으로 느끼고 이를 기피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세무조사 제외 혜택도 기업들이 느끼기에 큰 혜택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이 문제다. 4년 주기로 순환 세무조사 대상인 법인에게는 해당 혜택이 크게 다가올 수 있겠지만 순환조사 대상 법인은 연 수입금액 1500억원 이상인 경우다. 

    수입금액 1000억원 미만의 법인은 5~10년에 한 번 세무조사를 받기 때문에 컨설팅을 받은 귀속연도에 대해 세무조사를 제외해준다고 해도 체감이 그리 크지 않는데다, 10년 만에 세무조사를 받게 됐을 경우 컨설팅을 받은 귀속연도는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 

    법인세 부과제척기간은 일반적인 경우 5년이며 거짓신고 등의 고의가 있을 경우에는 10년인데, 예를 들어 올해 컨설팅을 받고 2030년에 세무조사를 받게 된다면 고의적인 세금탈루가 있지 않는 한, 2022년 귀속분은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체감되지 않은 혜택을 이유로 국세청의 감시 아닌 감시를 받아가며 서면답변대로 신고하는 수고를 할 필요도 없는데다, 대부분 세무대리인을 이용하기 때문에 제도 신청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 세무대리인은 "말은 컨설팅이고 서면분석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뭔가 잘못된 것이 발견되면 제대로 신고해 세금을 내라는 말처럼 느껴진다. 어느 기업이 국세청의 컨설팅대로 신고하지 않겠느냐"라며 "취지는 서비스이지만, 실상은 세무조사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기업들이 신청을 기피해 국세공무원들이 기업에 가서 제발 신청해달라고 사정하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서울청 8명, 중부청 7명, 인천청 4명, 대전청 3명, 광주청 4명, 대구청 3명, 부산청 3명 등 총 32명의 전담인력을 각 지방청 법인세과에 배치해 해당 제도를 운영 중에 있다. 전담직원들은 기업들을 돌아다니면서 신청을 독려하는데 시간을 빼앗기다보니, 본업에 집중하기 더 힘들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에서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제도개선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무조사 건수 자체가 전체 기업 대비 적다보니, 세무조사 제외 혜택이 기업들이 느끼기에 부족한 것 아닌가라는 문제제기는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제도개선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서병수 의원은 "국세청이 과거보다 납세자의 편익 증진을 위해 많은 노력 중이지만, 아직 납세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국세청이 형식적으로 중소기업 세무지원 제도를 운영하기보다 대상을 확대하고 기업의 자료제출 부담을 덜어주는 등 납세자 입장에서 실효성 있는 제도로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