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순익 전년 대비 60% 급감…IB 수익도 15% 줄어과거 대비 시황 민감도 부쩍 높아진 실적IB 조직 강화·글로벌 법인 출범, WM 택스 조직 확보로 돌파
  • 증시 위축으로 1분기 실적이 지난해에 비해 급격히 쪼그라든 NH투자증권이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위해 기업금융(IB)과 자산관리(WM) 핵심 역량 강화에 나섰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3연임한 정영채 사장의 전공을 살려 IB 조직을 확대하고 런던 현지법인 출범을 통해 글로벌 IB 경쟁력을 확보함은 물론,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WM사업부 택스 서비스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연결기준 1분기 당기순이익은 102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0.2% 감소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이슈와 금리 인상 여파에 따른 국내외 투자 환경이 악화된 탓이다. 

    비우호적인 증시 환경을 반영하며 브로커리지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46.9% 하락한 가운데 해외 채권 관련 대규모 손실이 실적 부진을 야기했다. 과거에 비해 실적의 시황 민감도가 부쩍 높아졌다는 평가다.

    1분기 급격한 수익성 약화를 겪으면서 지주사인 그룹 내 순이익 기여도는 17.2%로 전년(42.6%)과 비교해 급감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들어 매분기 그룹 순이익의 40% 수준을 이어오며 지주 내 효자 계열사 노릇을 톡톡히 해왔지만 이번 실적 악화로 영향력이 쪼그라들었다.

    이같은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던 NH투자증권의 예상 연간 영업이익은 8000억원대 후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거래대금 위축과 시장금리 급등 등 비우호적 업종환경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전년 동기 대비 감익 기조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4월 이후 금리가 추가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채권 관련 추가 손실이 2분기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IB·WM 체력 강화로 실적 악화 돌파

    NH투자증권은 대내외 환경 악화로 급격한 실적 감소가 현실화되자 IB·WM 등 핵심사업 역량을 강화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자타공인 증권업계 IB 명가로 꼽히지만 시장 변동성으로 최근 기업공개(IPO)도 잇달아 연기되는 등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증권업계가 너나 할 것 없이 IB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은경완 연구원은 "금리 상승, 대내외 불확실성 상승 등 고수익성을 유지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타 증권사들이 IB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IB 관련 수익은 지난해 1분기 2159억원에서 올해 1분기 1828억원으로 전년 대비 15.3% 감소했다.

    실적 발표 직후 NH투자증권은 IB 조직을 확대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3연임에 성공한 정영채 사장에게 불확실한 금융환경에서 회사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야 할 책임이 주어진 만큼 정 사장은 자신의 주전공인 IB에 한층 힘을 싣는 모습이다.

    기존 IB1 사업부 내에 인더스트리3본부를 신설해 중소기업 대상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와 관련한 사내 공조영업을 전담하는 SME부를 편제했다. 기존 사업영역도 금융업종의 기업금융 수요 확대 및 리츠, PEF 등 특수업종 관련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파이낸셜인더스트리부를 인더스트리1본부로, 중공업 대상 기업금융 종합솔루션을 제공하는 헤비인더스트리부를 인더스트리3본부로 재편했다.

    글로벌 IB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4월엔 런던 현지법인을 출범시켰다. 그간 이 회사는 영국 런던에서 카덴트가스 스페인 축구단 대출, 코리 리버사이드 에너지 및 개트윅 공항 등 인프라·부동산 딜을 발굴하며 대체 상품 발굴에 힘써왔다. 법인 출범으로 유럽과 북미 등지에서 글로벌 IB를 강화할 방침이다.

    IB 역량 강화와 동시에 WM 분야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한 조직도 신설했다. 해외 주식투자 활성화와 금융투자소득세 신설 등에 따른 절세 이슈 부각에 발맞춰 WM사업부 직속으로 세무 전담 조직인 택스센터를 새로 만들었다. 브로커리지 사업이 침체되는 만큼 차별화된 WM 경쟁력 강화를 위해 주력하는 모습이다.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해오던 세금 서비스를 일반적인 투자자들에게 확대하기 위한 센터급 조직은 업계 최초다. 택스센터는 세무사 등 전문인력 10여 명으로 구성되며 추가적인 인력 확충을 통해 세무 역량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고객 니즈가 변화하고 비즈니스 환경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어 이에 대응함은 물론 경쟁 구도와 당사의 지속성장 기반 마련 차원에서 사업 리소스를 재편했다"며 "앞으로도 시장의 눈높이에 발맞춰 핵심 역량을 선제적으로 강화함으로써 업계를 선도하는 국내 대표 금융투자사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