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입법발의가 폭주 수준에 이르고 있다. 제21대 국회 전반기 2년 동안 무려 14,831건이 발의 되었는데, 이 수치는 18대 국회 4년간 발의된 숫자보다 많다. 시민단체와 언론들이 발의된 법안의 숫자로 의정활동을 평가하고, 심지어 정치권에서 공천 평가 척도로 사용하면서 국회의원들의 입법 레이스 경쟁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발의된 법안의 구체적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망스러운 면이 많다. 실적 부풀리기용 단순 자구수정이나 재활용 법안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또 포퓰리즘 성향이 강하거나, 당리당략, 진영논리에 빠진 법안들도 부지기수다. 공천에 ‘대표 발의 법안 수’를 반영하겠다고 발표하자마자 하루에 특정당에서 181건의 법안을 접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대표로서의 책임감을 잊은 채 본인들의 정치적 성과를 위해 법안의 양에만 치중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법은 우리 사회의 신호등과 같은 역할을 한다. 사회가 다변화되고 복잡해질수록 제도와 규칙은 단순하고 명료해야 사회가 활력을 띨 수 있다. 빨간 불에는 멈추고, 파란 불에는 가라는 신호만 주면 될 텐데, 수시로 규칙이 바뀌거나, 신호등이 너무 많아진다면 사회적으로 많은 비효율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은 국회의 입법폭주는 결국 국민들의 경제활동에 많은 제약이 될 우려가 크다.
중요한 것은 법안의 숫자가 아니라 내용이다. 21대 국회에서 제정된 경제 법안들을 보면 시장친화적 법안보다는 반시장적인 규제 강화 법안이 훨씬 더 많다. 시장친화적 법률안 1개가 만들어질 때 규제 강화 법안은 2, 3개가 만들어졌다. 중대재해처벌법, 주주대표소송제, 노동이사제 등 이른바 ‘기업규제 3법’과 같이 기업경영에 위협이 되는 법안들이나, 타다 금지법처럼 기업의 혁신를 파괴하는 법안들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와 세계 경제의 위협 속에 한국 경제를 부활시키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규제를 완하하는 법안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야기한 임대차 3법, 기업의 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중대재해처벌법‧주52시간제,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대형마트 규제‧원격의료 규제‧모빌리티 규제‧도서정가제 등 일자리 창출을 막고 경제발전을 방해하는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 그자리에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드는 법안을 채워우는 것이 중요하다.
국회의 입법폭주를 끝내기 위해서는 의원 발의안에 대한 검토절차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국회의원 10명의 동의를 받는 절차로는 부족해 보인다. 본 회의에 상정되기 전에 실적채우기용 입법은 아닌지,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력은 어떠한지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의결하면 무조건 법률이 된다는 접근법 대신,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에 어긋나는 방향인지 검토를 한다면, 경제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는 법을 걸러낼 수 있겠다.
법안의 양적 증가보다는 법의 질적 내용이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한 우리사회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발의안 숫자와가결법안 숫자로 평가하는 대신, 국민들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경제활동과 기업활동을 응원하는 법인지를 중점적으로 감시할 필요가 있다. 올해는 법안발의 1등 의원 대신 경제살리기 1등 의원, 법안재활용 1등 의원을 시상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