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전세계 상반기 선박 발주량 46% 수주인력 문제, 러시아 리스크 불확실성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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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사들이 상반기 역대급 수주에도 좀처럼 웃지 못하고 있다. 일감은 쌓여가고 있는데 원자재 가격 폭등, 인력 부족 등 악재가 산적한 탓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러시아발 선박계약 해지와 노사갈등으로 인한 생산 차질도 현실화되며 조선업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클락슨리서치 집계 기준 올 상반기 누적 전세계 선박 발주량 2148만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 중 한국은 전체의 46%에 해당하는 994만CGT를 수주했다. 중국은 926만CGT로 43%를 차지해 한국이 3%p 격차로 1위를 탈환했다.국내 조선사는 특히 LNG운반선 기술경쟁력을 인정받아 상반기 발주 LNG선 89척 중 71%(63척)를 싹쓸이했다. 6월 말 기준 한국의 수주잔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28% 확대된 3508만CGT를 기록 중으로, 카타르 프로젝트 발주 등에 힘입어 하반기 더 확대가 기대된다.조선업계가 10년 불황의 터널을 끝으로 슈퍼사이클(초호황)을 맞은 모양새다. 다만 후판 가격 상승과 러시아발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인력 문제까지 조선업 성장을 발목 잡으며 업계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조선업 인력은 2014년 20만3000명에서 지난해 말 9만 2000명으로 절반 이상 축소했다. 최근 일감 증가분을 고려하면 12만명 안팎의 인력이 필요하며, 당장 오는 9월 부족한 생산인력이 9500명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인력 부족에 노조 리스크가 더해지며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는 지난 6월 2일부터 임금인상 30%, 상여금 300% 인상, 노조 전임자 인정, 노조 사무실 지급 등을 요구하며 현재까지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노조는 특히 선박건조 핵심시설인 1도크(dock)를 불법 점검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최고경영자(CEO) 명의로 발표한 담화문에서 추가 근무와 특근 조정, 생산 일정 조정 등 계획을 내놓고 위기 상황 극복 및 재도약을 위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불법파업에 따른 진수 지연으로 대우조선해양의 하루 매출은 260억원 줄었고, 고정비에 따른 손실은 60억원씩 발생하고 있다. 6월 말까지 총 피해액이 2800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LD(인도 일정 미준수로 인한 지체보상금)를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원자재 가격 상승도 조선사 수익성을 위협하고 있다. 선박 건조비용의 2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은 원가 급증에 따라 지난해 상반기 4년 만에 가격이 인상된 이후 지난해 하반기, 올해 상반기까지 3차례 연속 올랐다. 인상폭은 각각 10만원, 40만원, 10만원 등으로, 1년 전 톤당 60만원에서 현재 120만원 수준으로 두 배로 불었다.국내 조선3사는 후판가 인상에 따른 충당금 설정으로 지난해 각각 1조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같은 이유로 한국조선해양이 396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각각 4701억원, 949억원의 손실을 달성했다.러시아 금융제재에 따른 리스크도 현실화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LNG운반선 1척에 대해 유럽지역 선주가 선박 건조 대금을 기한 내 지급하지 않았다면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앞서 지난 5월에도 러시아발 LNG선 1척에 대해 계약 해지한 바 있다.아울러 이달에 한국조선해양은 2021년 1월과 7월에 계약한 LNG운반선 3척에 대한 계약 상대와 계약금액, 계약기간이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날 해지된 계약 상대방이 어느 국가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지난해 러시아가 발주한 선박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3사가 러시아 선주로부터 수주한 물량은 80억5000만 달러 규모로, 최근 계약 해지는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며 “수주잔고로 보면 각사별로 2025년까지 일감을 확보했지만 인력난 심화, 후판 가격 상승 등 리스크가 상존해 불안감이 여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