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인사 과정서 잡음…배재규 대표 과거 인맥 의존 비판디지털ETF마케팅·솔루션운용본부 신설…삼성 출신 수장 앉혀내부에선 "한투출신 자리 잃어…ETF 점유율 등 실적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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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투자신탁운용
    올해 배재규 대표 취임 이후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한국투자신탁운용(한투운용)이 오히려 내부에서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회사의 조직개편 및 인사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삼성자산운용 출신 직원들이 잇따라 주요 보직에 배치되고 있다. 이에 오랜 시간 회사를 지킨 기존 직원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운용 출신인 배재규 대표이사가 과거 쌓은 이른바 ‘삼성 인맥’을 지나치게 신뢰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파격적인 조직개편이 진행됐지만 막상 실적 등 지표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투운용은 지난달 디지털 마케팅과 상장지수펀드(ETF) 마케팅 업무를 수행하는 디지털ETF마케팅본부를 대표 직속으로 신설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개인투자자 및 기관·외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회사와 상품을 알리기 위함이다. 

    이는 회사 내 ETF 마케팅 기능의 첫 본부 단위 독립이자 배재규 대표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내린 조직 차원의 결단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간 한투운용의 ETF 관련 업무는 멀티전략본부 산하 ETF전략부에서 상품개발·운용·마케팅 등을 동시에 담당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ETF 마케팅에 집중하는 독립적인 본부를 처음으로 마련한 것이다. 

    배 대표는 이와 함께 초대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으로 홍콩계 ETF 운용사 프리미어파트너스의 김찬영 전 이사를 영입했다. 김 본부장은 과거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팀장 출신으로, 회사 ETF 확장의 실무 책임을 맡는다.

    이달에는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솔루션본부를 신설했다. 솔루션본부 역시 배 대표의 직속 조직으로 그의 진두지휘를 받는다. 

    솔루션본부를 이끌 수장으로는 박희운 KB증권 리서치센터 전문위원이 영입됐다. 박 본부장은 과거 삼성자산운용 자산배분전략센터를 이끌며 배 대표와 손발을 맞춘 바 있다. 

    박 본부장은 자산배분 솔루션 개발, 자산배분 관련 상품 마케팅, 자산배분 관련 자본시장가정 수립 등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솔루션본부는 ▲OCIO 펀드를 운용하고 자산배분 전략을 수립하는 솔루션전략부 ▲타깃데이트펀드(TDF)와 멀티에셋펀드 등을 운용하는 멀티에셋운용부 ▲민간연기금투자풀 펀드를 운용하는 민간풀운영부 ▲OCIO 컨설팅 및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OCIO컨설팅부로 구성된다.
     
    올해 초 취임한 배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내건 ETF·TDF·OCIO 부문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있어 디지털ETF마케팅본부와 솔루션본부가 향후 회사의 핵심부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배 대표는 지난 2월 온라인 취임 기자 간담회에서 “새로운 시장 환경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ETF와 TDF, OCIO 시장에서 큰 폭의 성장을 실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반면 한투운용 내부에서는 직원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배 대표 선임 이후 회사의 성장 전략을 반영한 첫 조직개편과 인사에서 잇따라 외부 인사가 신설 부서의 주요 임원자리를 꿰차면서 기존 직원들의 설자리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한 회사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과 인사는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한 회사의 사실상 첫 액션”이라며 “외부에서 온 대표가 본인이 과거 몸담았던 회사의 직원들을 주요 자리에 연이어 앉히면서 내부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투 직원들은 특히 공채를 중심으로 이른바 ‘한투인’이라는 자부심이 상당하다”라며 “이번 조직개편과 인사로 인해 기존 직원들의 상실감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직개편이 실제 실효성 있는 결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하고 있다. 

    최근 자산운용업계의 가장 큰 먹거리인 ETF 점유율 경쟁에 불을 지피기 위해 디지털ETF마케팅본부를 만들었지만, 이번 개편으로 여전히 시장 점유율이 4%대에 불과한 한투운용이 반전을 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삼성, 미래, KB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일찍이 마케팅 부서를 신설했거나, 비슷한 역할을 하는 부서를 운영해오고 있다”라며 “한투운용이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ETF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